편집자주
K-밸류업 정책이 본격화 하면서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윤곽을 드러냈다. 기업들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지배구조, 이익창출력, 주주가치 등 여러 방면에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정책에 호응하는 한편 미래지속가능성장을 위한 투자유치 기회로 삼았다. 삼성생명이 준비하는 밸류업 전략을 살펴보고 시장의 가치평가 기준이 되는 여러 재무·비재무 요소를 짚어본다.
삼성생명의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방향성은 주주환원 확대다. 타깃 지급여력(킥스·K-ICS)비율 200~220%를 초과하는 자본을 활용해 주주환원율을 글로벌 선진사 수준인 5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계획이다. 중장기로 설정한 환원율 목표 달성 시점은 3~4년 이내다.
구체적인 주주환원율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시장의 반응은 대체로 긍정적이다. 다만 현실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금융당국의 할인율 정상화와 금리 인하기가 맞물릴 것으로 예상되면서 삼성생명이 초과자본을 확보하는 데 난항이 전망되기 때문이다.
◇킥스비율 잠정치 200~210%, 적정 자본 수치 미달 삼성생명은 적정 자본을 초과하는 자본은 중장기 주주환원에 활용할 계획이다. 내부적으로 설정한 적정 자본은 200~220%다. 3~4년 내 달성을 목표로 삼은 주주환원율은 50%다. 회계연도 2023년 기준 삼성생명의 주주환원율은 35.1%, 주당배당금(DPS)은 3700원이었다.
중장기 주주환원 계획은 투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 계획을 밝힌 다음 거래일인 8월 19일과 20일 주가는 각각 4800원, 4100원 올라 9만7000억원을 기록했다. 증권가에선 목표주가를 11만~12만5000원으로 끌어올렸다. 하지만 이내 상승분을 반납하고 11일 종가 기준 9만3500원으로 내려앉았다.
차익 실현 등 여러 원인이 있겠지만 근본적인 실현 가능성에도 의문부호가 붙은 영향으로 보인다. 특히 주주환원 재원으로 활용될 초과 자본을 확보하는 데 어려움이 예상된다. 실제 삼성생명의 킥스비율은 지난해 3분기 220.5%에서 지난해 말 219%, 지난 1분기 213%로 하락세다.
확정 킥스비율과 구체적인 지급여력금액(가용자본) 및 지급여력기준금액(요구자본)은 오는 9월 말 정정공시될 예정이나 삼성생명이 추정한 올해 상반기 기준 킥스비율 잠정치는 200~210%다. 초과 자본을 활용하기 위한 킥스비율 타깃 200~220%에 못 미치는 수치다.
시장 및 제도 변경을 감안해 버퍼는 최대 10%포인트가량이 더 필요하다. 하지만 금리 및 유동성 프리미엄 인하 등 환경 변화 전망 상 킥스비율 개선이 녹록지 않다. 삼성생명과 같이 듀레이션 갭이 음수(자산보다 부채의 만기가 더 긴 상태)인 생보사는 킥스비율의 하방압력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순자산 갉아먹은 기타포괄손익누계액…당분간 영향 지속 할인율 정상화에 의한 타격은 이미 현실화했다. 삼성생명의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자기자본은 41조5141억원으로 6개월 만에 2조8234억원이나 줄었다. 보험부채 할인율이 4.09%에서 3.76%로 떨어지며 자기자본을 구성하는 기타포괄손익누계액을 갉아먹었기 때문이다.
기타포괄손익 공정가치측정 금융자산평가손익과 기타포괄 재보험금융손익, 해외사업 환산손익은 증가했지만 기타포괄 보험금융손익이 4조502억원 줄어들어 증가분을 감쇄했다. 할인율은 2027년까지 매년 단계적으로 낮아질 계획인 만큼 당분간 해당 영향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자기자본 감소는 킥스비율 개선의 가장 큰 방해 요소다. 자기자본은 킥스비율의 가용자본에 직접 연결되는 핵심 항목이다. 가용자본은 건전성감독기준 재무상태표 상의 부채를 초과하는 자기자본에서 손실흡수성의 유무에 따라 일부 항목을 가산 또는 차감해 산출된다.
이런 가운데 킥스비율을 개선하려면 이익잉여금을 큰 폭으로 증가시켜야 한다. 또는 요구자본의 규모를 낮춰 비율의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 하지만 IFRS17(새국제회계기준) 도입으로 생보사에 어려워진 경영환경과 금리 등 외부요인을 고려하면 쉽지 않은 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