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생명보험은 공모가조차 밑도는 대표적인 '만년 저평가주'다. 국내 보험업계 원톱으로서의 위상이 무색한 수준이다. 국내 유가증권시장에서 저평가 종목으로 꼽히는 보험주 중에서도 삼성생명의 주가는 회사 규모 대비 낮은 축에 속한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은 수년째 0.4배 안팎에 머물러 있고 주가는 순자산 성장 추이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ROE(자기자본수익률)가 생명보험 업계 평균보다 낮은 수준에서 정체된 탓에 주주환원도 투자자 기대에 못 미친 영향이 컸다.
◇PBR 0.40배…상장 보험사 평균 대비 0.10배 낮아 한국거래소(KRX) 기업 밸류업 정보에 따르면 삼성생명의 PBR은 올해 상반기 기준 0.40배를 기록했다. 주가를 주당 순자산으로 나눈 것으로 주가가 1주당 순자산의 몇 배로 매매되고 있는지 보여주는 지표다. 통상 PBR이 1보다 작으면 기업의 미래가치 창출액에 대한 시장의 평가액이 주주자본을 밑도는 것을 의미한다.
삼성생명의 PBR은 저PBR 수준에 머물러 있는 보험주 중에서도 높지 않은 편이다. 보험사 가운데서도 기업가치를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11개 상장 보험사의 PBR 평균은 0.50배로 삼성생명보다 0.10배 높다. 삼성금융 보험 쌍두마차인 삼성화재와 비교하면 0.59배나 차이가 난다.
저PBR 흐름은 0.4배 박스권에 갇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KRX에 공시된 삼성생명의 최근 5개년 PBR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 2019년 0.38배, 2020년 0.34배, 2021년 0.30배, 2022년 0.32배, 2023년 0.29배를 나타냈다. 5개 사업연도 평균치는 0.33배다. 매년 등락을 거듭했지만 0.4배를 밑돌고 있는 모습이다.
주가는 순자산의 성장세를 전혀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삼성생명의 지배주주 지분 기준 자본총계는 지난 2019년 말 35조6670억원에서 지난해 말 42조4378억원으로 19%(6조7708억원) 성장했다. 반면 같은 기간 주가는 종가 기준 7만4500원에서 6만9100원으로 되레 7.2%(5400원) 감소하며 역행했다.
◇생보사 평균보다 1.8%p 낮은 ROE…주주환원도 답보 상태 삼성생명의 저PBR 원인으로는 낮은 ROE가 지목된다. ROE는 기업이 자본 대비 얼마나 이익을 냈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 PBR을 높여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순이익 증가 등으로 ROE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 주주에 보답할 파이 자체를 늘릴수록 기업의 가치도 긍정적으로 평가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삼성생명의 최근 5개 사업연도 평균 ROE는 4.34% 수준에 머물러 있다. 2019년 3.26%에서 이듬해 3.53%, 2021년 4.01%, 2022년 5.96%로 꾸준히 올랐다가 지난해 말 4.95%로 하락했다. 올해 상반기 기준 ROE는 5.63%로 개선된 모습을 보였지만 생보사 평균 ROE 7.43%에 못 미치는 실정이다.
이주경 삼성생명 경영지원실장(CFO)은 낮은 ROE에 대해 "고질적인 이원차 역마진에 대한 손실부담과 변액보증 손익에 대한 높은 변동성 때문에 경상적인 손익 증가 기조를 실현하기 어려웠다"며 "이로 인해 주주환원율 또한 현금배당성향이 30% 중반대에 정체돼 있었고 주당배당금(DPS)도 투자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삼성생명의 배당성향은 지난 2019년 36.6%, 2020년 35.5%, 2021년 36.7%, 2022년 34%, 2023년 35.1%로 30% 중반대에 머물러 있다. 같은 기간 DPS는 2650원, 2500원, 3000원, 3000원, 3700원으로 나타났다. 시가배당률은 3.5%, 3.1%, 4.7%, 4.1%, 5.1%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