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지주들이 하나같이 비은행 이익 확대를 부르짖는 가운데 금융지주 산하 보험사들의 전략적 중요도가 높아지고 있다. 올 상반기에는 높은 이익 창출력이 지주 순이익에 기여한 곳, 포트폴리오 불균형이 고민인 곳, 오히려 지주의 이익을 갉아먹은 곳 등 금융지주 산하 보험사들이 천차만별의 모습을 보였다. 이들의 성과와 그룹 차원의 보험업 전략을 들여다본다.
하나금융지주는 상반기 순이익 2조687억원을 거둬 5대 금융지주 중 3번째에 위치했다. 다만 은행만 놓고 보면 순이익 1조7509억원의 2위였다. 비은행 계열사의 순이익 기여도에서 다른 금융지주에 밀려난 것이다.
하나금융의 비은행 포트폴리오 가운데 보험은 핵심이 아니다.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계열사를 모두 보유하고 있으나 규모가 작아 이익 기여도에 한계가 있다. 때문에 계열사의 내실을 위한 지원을 아끼지 않으면서도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빠르게 불릴 기회를 함께 노리는 것이 지주의 보험업 육성전략이다.
◇이익 꾸준한 하나생명…하나손보 흑자전환이 당면 과제
하나생명과 하나손해보험은 2024년 상반기 순손실 64억원을 합작해 전년 동기보다 손실 규모가 15억원 커졌다. 5대 금융그룹 중 보험계열사를 보유한 4곳 가운데 유일하게 보험사가 지주에 손실을 안긴 사례다. 이 기간 하나손보가 순손실을 180억원에서 156억원으로 13.3% 줄였으나 하나생명의 순이익이 131억원에서 92억원으로 29.8% 감소했다.
하나생명은 보험손익이 작년 상반기 17억원에서 올 상반기 146억원으로 대폭 증가한 반면 투자손익은 222억원에서 -22억원으로 적자전환했다. 보험부문에서는 보장성보험 판매를 증대한 효과를 봤지만 투자부문에서는 대출채권에 대한 충당금 적립으로 인해 손익이 악화했다는 설명이다.
같은 기간 하나손보는 보험손익이 -146억원으로 전년도와 비슷했으나 투자손익은 -40억원에서 -16억원으로 적자 규모가 줄었다. 하나생명과 마찬가지로 대손충당금 등 비용이 증가했으나 보험금융손익과 배당수익의 증가 덕분에 총 투자손익은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하나금융 보험계열사의 최대 과제는 하나손보의 흑자전환이다. 하나손보는 2020년 지주에 인수된 이후로 순이익 170억원을 거둔 2021년을 제외하면 적자만을 누적하고 있다. 그나마 2021년도 사옥 매각에 따른 일회성 이익 358억원이 반영된 수치다. 하나생명이 지주의 완전자회사가 된 2013년 이후로 2022년 단 한 해를 제외하면 꾸준히 이익을 내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하나손보의 흑자전환 키워드는 '장기보험'이다. 디지털 보험사를 지향하며 구축한 단기 일반보험 중심의 포트폴리오가 CSM(보험계약마진) 확보에 불리하다는 판단 아래 올들어 건강보험 상품을 잇따라 내놓으며 장기보험 비중을 확대하는 전략을 구사 중이다.
이러한 전략은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하나손보의 보험손익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올 상반기 원보험손익(보험수익에서 보험서비스비용을 덜어낸 수치)은 -63억원으로 전년 동기 -106억원 대비 손실 폭이 축소됐다. 다만 재보험 관련 손익의 악화와 기타사업비용의 증가가 원보험에서의 성과를 갉아먹은 점이 아쉬웠다.
◇M&A-자금지원 '투트랙' 보험업 육성전략
금융지주 산하의 보험업 포트폴리오라는 관점에서 보면 하나금융 보험계열사들은 '규모의 한계'가 명확하다. 5대 금융지주 가운데 보험업 포트폴리오를 보유한 4곳 중 하나금융지주는 보유한 보험계열사들의 자산총계가 가장 적으며 그에 따라 이익 창출능력도 한정적이다.
올 상반기 말 기준으로 하나생명과 하나손보의 자산총액 합산치는 7조6552억원으로 집계됐다. 보험계열사 자산 3위인 신한보험(신한라이프+신한EZ손보)이 58조7273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순수 영업성과만으로는 따라잡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때문에 하나금융지주는 보험계열사를 보유하지 않은 우리금융지주와 함께 보험사 인수합병(M&A)시장에서 꾸준히 잠재적 인수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실제 지난해 KDB생명 인수전에 참전해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까지 도달했으나 최종적으로 인수를 포기한 사례가 있다. 올 상반기 실적발표회를 통해 보험사 M&A 의지가 여전히 강력하다는 점을 피력하기도 했다.
하나금융지주가 보험사 인수에 열망을 보이는 것이 현 보험계열사에 소홀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오히려 아낌없는 지원을 이어가는 쪽에 가깝다. 앞서 8월에도 하나생명에 2000억원, 하나손보에 1000억원씩 유상증자 방식으로 출자하면서 자본적정성 제고를 지원한 바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최근 우리금융지주가 동양생명과 ABL생명을 한꺼번에 인수하기로 하면서 보험사 M&A시장에 우량한 매물이 점차 사라지고 있다"며 "하나금융지주도 당장은 인수합병을 적극적으로 노리기보다 하나생명과 하나손보의 내실 다지기를 지원하며 기회를 엿보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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