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보험업계에 밀어닥친 회계기준 변경의 충격은 보험사들이 안고 있는 자본관리 과제에 무게를 더했다. 약점 보강을 위한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러시는 계속되고 있다. 중요한 것은 그 효과가 장기적인 자본관리의 안정화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는 경영전략의 수립이다.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현황과 효과, 향후 전략을 들여다본다.
하나생명은 다양한 방식으로 외부로부터 자본을 확충하며 자본적정성을 관리해 왔다. 횟수로 보나 금액으로 보나 가장 의존도가 높은 방식은 유상증자다. 모회사인 하나금융지주가 하나생명을 전폭적으로 지원해 왔다는 의미다.
지난해 IFRS17 회계기준 도입 이후 하나생명은 보장성보험의 비중을 늘리며 보험손익 증대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그 반대급부로 보험위험액이 늘면서 자본적정성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 신종자본증권을 통해 한 차례 자본을 확충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상황이 개선되지 않자 또 다시 하나금융지주가 유상증자를 통한 지원에 나섰다.
◇하나금융지주, 하나생명에 8차례 출자로 4800억 지원
최근 하나생명은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실행을 결정했다. 액면가 5000원의 보통주를 1852만 주 발행하며 신주 발행가는 1주당 1만800원으로 116%의 할증 발행이다. 납입일은 8월19일이며 100% 모회사 하나금융지주가 전액 출자한다.
이번 유상증자의 목적은 자본적정성 개선이다. 하나생명은 올 1분기 말 기준으로 지급여력비율이 154.67%를 기록해 감독 당국의 권고 기준인 150%를 간신히 넘어섰다. 다만 이는 경과조치 적용 전 기준이며 경과조치가 없다면 지급여력비율은 105.95%로 떨어진다.
1분기 말 하나생명의 자본구조는 경과조치 전 기준으로 가용자본이 4969억원, 요구자본이 4689억원이다. 가용자본 4969억원 중 자기자본은 4429억원이었다. 그런데 하나생명 측에서는 2분기 말 기준 자기자본이 4089억원이었으며 증자 완료 시 6089억원으로 늘어난다는 설명을 내놓았다.
아직 2분기 자본적정성이 발표되지 않았으나 자기자본 감소를 고려하면 하나생명의 지급여력비율은 더욱 낮아졌을 공산이 크다. 이번 유상증자는 자기자본의 절반가량을 늘리는 대규모의 증자이며 하나생명 입장에서는 가뭄에 단비와 같다.
하나생명의 유상증자는 2013년 하나금융지주의 완전자회사로 편입된 이후 기준으로 이번이 4번째이며 영국 HSBC와의 50대 50 합작사였던 하나HSBC 시절의 유상증자까지 고려하면 8번째다. 앞선 7번의 유상증자를 통해 하나생명은 총 3600억원의 자본을 확충했으며 이 중 하나금융지주의 출자분은 2800억원이다.
7번의 유상증자 모두 1주당 발행가가 액면가를 웃도는 할증발행이었다는 점도 주목할 지점이다. 이번 유상증자까지 합치면 8번째 할증발행이다. 하나금융지주는 단순 자본확충을 넘어 하나생명의 자금 여유까지 고려하면서 아낌없는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는 동시에 하나생명에 거는 하나금융지주의 기대를 의미하기도 한다.
◇보장성 집중·고금리 지속에 사라진 신종자본증권 효과
하나생명은 계열사 하나은행과 연계한 방카슈랑스에 강점이 있는 보험사다. 자연히 보장성보험보다는 저축성보험의 비중이 높을 수밖에 없다. 때문에 지난해 IFRS17 회계기준 도입 전후로 하나생명의 최대 과제는 저축성보험 대비 보험계약마진(CSM) 확보에 유리한 보장성보험의 비중을 늘려 손익구조 개선의 기반을 다지는 것이다.
하나생명은 일반계정 보험료수입에서 보장성보험이 차지하는 비중을 2018년 말 25.2%에서 지난해 말 43.3%까지 끌어올렸다. 특히 올들어서는 1분기 말 일반계정 보험료수입 1491억원의 81.3%에 해당하는 1212억원을 보장성보험에서 만들어내는 등 포트폴리오 전환에 더욱 힘을 싣고 있다.
다만 보장성보험 신계약 확보에 집중하는 사이 요구자본 중 생명장기손해보험위험액이 늘면서 자본관리의 새로운 과제가 되고 있다. 1분기 말 기준으로 하나생명의 생명장기손해보험위험액은 2076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86.4%, 급증했다. 이 기간 요구자본도 4170억원에서 4689억원으로 12.4% 늘었다.
앞서 하나생명은 2017년 발행한 500억 규모 후순위채의 상환 만기를 지난해 4월 맞이했다. 이에 같은 해 3월 1800억원 규모 신종자본증권의 선제적 발행을 통해 후순위채를 차환하는 한편 1300억원의 자본을 추가 보강했다.
그러나 하나생명은 경과조치 적용 전 가용자본이 지난해 1분기 말 4990억원에서 올 1분기 말 4969억원으로 떨어지며 자본 보강효과를 사실상 모두 반납했다. 고금리 지속으로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자산(FVOCI)의 평가손익이 같은 기간 -1862억원에서 -2222억원으로 감소한 점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하나생명의 지급여력비율도 경과조치 적용 후 기준으로 지난해 1분기 말 159.5%에서 올 1분기 말 154.67%로 소폭 낮아졌다. 다만 하나생명 측에서는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2000억원의 자본이 보강되면 지급여력비율이 경과조치 적용 후 기준 190%를 웃돌 것으로 예상한다. 모회사 지원 덕분에 보장성보험 집중전략의 지속 기반이 탄탄해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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