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화재의 이익체력은 특정 부문에 의존적이지 않아 더욱 고평가된다. 본업인 보험부문 수익성 비중이 영업이익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긴 하지만 투자부문의 기여도 역시 작지 않다. 국내 5대 손해보험사 가운데 영업이익 중 투자이익의 비중이 30%를 넘긴 곳은 삼성화재가 유일하다.
투자이익 비중이 이익체력의 질을 결정하진 않는다. 되레 금리 환경에 따라 수익성 변동 리스크가 커지는 문제도 있다. 다만 삼성화재는 투자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해 위험을 헤지한다. 당기손익-공정가치 측정 금융자산(FVPL)의 경우 기업금융 펀드 등의 비중을 높여 금리 연관성을 줄였다.
◇보험이익 감소에도 영업이익 늘어…45% 증가한 투자이익 영향 삼성화재는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으로 1조6793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6.4%(1012억원) 증가한 규모다. 보험이익이 1조1611억원, 투자이익은 5182억원으로 집계됐다. 보험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4.9%(599억원) 감소한 반면 투자이익은 운용수입 및 평가이익 개선에 힘입어 45%(1609억원) 급증했다.
본업인 보험부문의 부진에도 급증한 투자이익 규모가 전체 영업이익 증가를 견인하는 모습이다. 영업이익 증가는 기업가치 제고의 필수 요소라는 점에서 중요하다. 삼성화재의 투자영업비용은 1년 사이 6.3%(1083억원) 증가했지만 같은 기간 투자영업수익이 13%(2692억원) 증가하며 비용 증가분을 상쇄했다.
보유이원을 제고 대체투자 등에서의 평가이익 확대를 통해 투자이익률을 높인 결과다. 투자이익률은 3.50%로 전년 동기 대비 0.36%포인트 상승했다. 현·예금과 부동산 이익률은 1%포인트, 주식과 채권은 0.1%포인트, 대출과 외화유가증권은 각각 0.3%, 1.4%포인트 개선됐다. 운용자산 기준 투자이익은 1조4254억원에 달한다.
삼성화재의 영업이익에서 투자이익이 차지하는 비중은 30.85%로 나타났다. 5대 손해보험사 중 비중이 가장 크다. 경쟁 손보사인 DB손해보험과 메리츠화재는 각각 25.39%, 29.56%로 30%를 밑돌았다. 현대해상과 KB손보의 경우 각 9.10%, 9.16%로 보험이익에 대한 수익성 의존도가 높았다.
투자이익 비중은 수익성 포트폴리오 다변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국내 보험업은 내수 중심 사업구조와 성숙기에 접어든 산업 특성상 본업의 파이가 한정적이다. 또 금융당국의 규제와 제도 변경에 의한 영향이 크다. 이런 요인들에 대비해 수익성을 유지하려면 보험부문과 투자부문의 균형은 필수적이다.
◇FVPL, 올해만 6000억 확대…금리 연관성은 낮은 편 투자이익 규모가 보험사의 수익성 질을 담보하진 않는다. 금융자산 분류 측정 평가와 관련된 기준이 IAS39에서 IFRS9으로 바뀌어 되레 금리환경 등 외생변수에 의한 변동 리스크를 키우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손해보험 업계의 투자손익은 901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7.5% 감소했다. 금리상승에 의한 평가손실이 반영된 영향이다. 이렇다 보니 보험사의 투자운용 부서는 투자손익 변동성이 큰 FVPL을 늘리는 것에 부담을 느낀다.
하지만 삼성화재의 경우 장부금액 상승을 포함해 FVPL을 과감하게 늘리는 선택을 했다. FVPL 규모는 커졌어도 금리 변동 영향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편이다. 금리 변동 위험을 헤지할 수 있는 자산 발굴에도 공을 들였기 때문이다.
삼성화재의 올해 상반기 기준 운용자산은 82조4000억원이다. 유가증권에 해당하는 규모는 52조7000억원으로 이 중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측정금융자산(FVOCI)이 74.8%(39조4422억원), FVPL이 20.7%(10조9747억원)를 차지하고 있다. FVPL은 지난해 말보다 6%(6232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FVPL 자산 포트폴리오를 살펴보면 채권 등 금리와 연관성이 큰 자산보다 대체투자 비중이 훨씬 크다는 걸 알 수 있다. 특히 기업금융 펀드가 57.9%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어 머니마켓펀드(MMF) 등 기타자산이 18.4%, 사모펀드(PEF) 13.1%, 채권과 주식 각 6.2%, 4.4% 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