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은행권 리더십이 변화 기로에 섰다. 연말 5대 은행장 임기가 일제히 만료되면서 CEO 연임 또는 교체 결정을 앞두고 있다. 금융감독원 지배구조 모범관행이 적용되는 첫 CEO 승계 시즌으로 임기 만료 3개월 전부터 프로세스를 가동해야 한다. 지주 회장과의 역학관계, 임기 중 경영 성과, 금융 당국의 기준이 변수로 작용한다. 은행장들의 재직 기간 성과를 돌아보고 리더십 교체 가능성을 점검해본다.
방성빈 부산은행장(
사진)은 빈대인 BNK금융 회장의 키맨으로 주목받으며 지난해 취임했다. 빈 회장이 부산은행장이던 시절 CEO와 CFO로 호흡을 맞춘 경험이 있어 회장과 행장으로도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았다.
다만 방 행장 취임 후 지방은행은 영업에 녹록지 않은 환경에 놓였다. 시중은행, 인터넷은행과 지역 고객을 놓고 경쟁을 벌였으나 각각 자본력과 편의성 측면에서 지방은행이 열세였다. 부산은행도 방 행장 취임 후 실적이 하락세다. 이 기간 방 행장은 성장보다 내실을 강조하며 재도약을 준비했다.
올 하반기 예정된 부산시금고 선정은 부산은행의 향후 주영업권역 내 입지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금석으로 여겨지고 있다. 지방은행이 지역을 대표하는 기관의 주거래 입지를 뺏기는 건 해당 지역에서의 영향력 축소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방 행장은 부산시금고 사수에 경영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시중은행·인터넷은행 견제 속 순익 감소 방 행장은 취임 첫해인 2023년 순이익 3791억원을 기록했다. 전임 행장 시절 기록한 2022년 4558억원 767억원(17%) 감소했다.
2년차인 올 상반기에는 2514억원으로 전년 동기 2662억원에 비해 148억원(6%) 감소했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실적 하락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은행 실적 감소는 지방은행 입지 축소와 무관치 않다. 시중은행이 기업금융 영업을 강화하면서 수도권을 넘어 지방 소재 법인을 대상으로 하는 영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인터넷은행을 이용하는 지역 소매금융 고객도 늘어나는 추세다. 기업금융과 리테일 영업 양대 축에서 고강도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
부산은행이 속해 있는 BNK금융도 실적 부진의 대표적인 요인으로 시중은행, 인터넷은행과의 경쟁을 꼽고 있다. 방 행장은 취임 후 무리한 경쟁보다 내실을 갖출 것을 주문했다. 어려운 영업 환경 속에서 내실을 다져 놓으면 추후 실적을 회복할 기회를 잡을 수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
방 행장은 올 하반기를 실적 회복 분수령으로 보고 있다. 하반기경영전략회의에서 '대반전'을 키워드로 제시하고 성장성을 회복할 것을 강조했다. 행원이 점포에만 머무르지 않고 고객을 직접 찾아가는 '아웃바운드 영업' 강화를 주 전략으로 삼고 경쟁력을 강화한다는 구상이다.
◇부산시금고, 향후 지역 내 입지 가늠할 시금석 방 행장의 남은 임기 중 부산시금고 재선정이라는 중대 과제를 남겨두고 있다. 부산시금고 재선정 여부를 방 행장의 연임에 영향을 미칠 가장 큰 요소로 꼽는 견해도 존재한다.
특히 부산은행이 다른 지방은행과 차별화된 노선을 걷고 있다는 점에서 시금고 사수 중요성이 크다. DGB금융은 대구은행을 시중은행 iM뱅크로 전환하고 수도권, 강원권, 충청권 공략에 나섰다.
JB금융의 전북은행과 광주은행도 호남권 의존도를 낮추고 수도권, 글로벌 신사업 기회를 찾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부산은행은 같은 BNK금융 산하 경남은행과 함께 부산·경남 지역 내 경쟁력을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부산시는 지난 14일 제1금고 운영기관을 모집했고 부산은행과 함께 KB국민은행, IBK기업은행이 참여했다. 방 행장은 줄곧 지켜온 부산시금고 자리를 놓고 시중은행, 국책은행과 경쟁을 벌여야 한다. 방 행장을 필두로 부산시금고를 관리해 온 조직이 그간의 지역 기여도를 강조하고 향후 계획을 설명하는 데 역량을 총 동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