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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LG에너지솔루션 vs CATL

'저력' LG엔솔, 매출 창출 '심장' CATL보다 커졌다

⑥상반기 유·무형자산 장부가액 상회, 유럽·미국 투자 확대하는 CATL

박기수 기자  2024-08-09 11:15:36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CATL의 시장 지배력은 인정할 수밖에 없다. 내수 시장이라는 엄청난 메리트를 떠안고 '캐즘' 시기에도 아무렇지 않게 두 자릿수 영업이익률을 뽑아낸다. 매년 수조원의 시설 투자가 이뤄졌지만 남아있는 현금만 무려 50조원이다. 글로벌 1위 배터리 기업이라는 타이틀을 유지하기 위해 전방위적인 투자가 향후에도 이뤄질 전망이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전기차 시장을 제외하고 미국과 유럽 등에서 승부를 봐야 하는 LG에너지솔루션은 그럼에도 CATL을 넘을 수 있는 '저력'을 보여주고 있다. 적시에 단행한 기업공개(IPO)로 얻은 공모자금으로 단기간에 엄청난 투자 행보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LG에너지솔루션은 CATL의 유·무형자산 장부가액을 넘어섰다.

◇투자의 LG엔솔, CATL 유·무형자산 따라잡았다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CATL의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유·무형자산 장부가액은 156억1179만위안이다. 1위안을 191.58원으로 환산할 경우 한화로 29조9010억원이다. LG에너지솔루션의 장부가액은 29조9500억원을 기록했다. 환율에 따라 CATL의 장부가액은 바뀌지만 사실상 LG에너지솔루션이 CATL의 유·무형자산을 거의 따라잡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유·무형자산은 기업의 본업을 위한 토지·공장·기계장치·차량운반구 등을 뜻한다. 여기에 현재 건설중인 자산도 유형자산에 포함된다. 기업활동을 하기 위한 '심장' 격으로 시장 지배력 확보를 위해선 더 많은 유형자산이 필요하다.


LG에너지솔루션이 CATL의 유·무형자산 장부가액을 따라잡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2년 말에는 양 사의 장부가액이 약 1조원 가량 차이가 났었다. 다만 이후 LG에너지솔루션이 공격적인 투자 행보를 보이면서 양 사의 장부가액이 비슷해졌다.

배터리 생산능력의 경우 CATL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323기가와트시(GWh)다. 이 가운데 실제 생산량은 211GWh로 가동률은 65.33%다. CATL은 현재 153GWh 규모의 생산 시설을 증설 중에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말까지 300~330GWh의 생산능력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연간 생산능력으로 봐도 CATL과 거의 비슷해진 셈이다. 다만 가동률의 경우 올해 1분기 말 기준 57.4%로 CATL의 상반기 말 가동률보다는 조금 떨어진다. 2분기 컨퍼런스 콜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은 "2분기 가동률은 전 분기 대비 소폭 개선됐지만 폭은 크지 않았다"고 말했다.

◇유럽·미국 영향력 늘리는 CATL

그럼에도 안심할 수는 없다. CATL이 중국 내수 시장 외 미국·유럽까지 영향력을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CATL은 반기보고서를 통해 "배터리 분야에서 볼보(Volvo) 베이징 현대 등과 전략적 협력을 체결했으며 프랑스 CMA CGM과 협력 계약을 체결해 사업을 심화하고 있다"라면서 "미국 퀸브룩(Quinbrook)과 넥스트에라(NextEra) 등과도 전략적 협력 계약을 체결했으며 포괄적으로 협력을 심화하기 위해 롤스로이스(Rolls-Royce)와 전략적 협력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퀸브룩은 미국 신에너지전문 사모펀드다. 외신에 따르면 작년 말 CATL은 퀸브룩과 5년간 10Gwh의 에너지저장장치(ESS)용 이차전지를 공급하기로 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3월에는 쩡위친 CATL 회장이 "테슬라(Tesla)와 협력해 더욱 빠른 충전을 위한 배터리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라면서 "관련 설비를 테슬라의 미국 네바다 공장에 공급 중"이라고 말했다.

특히 값싼 가격으로 시장 점유율을 늘리고 있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경우 CATL은 약점이었던 주행 거리까지 보완하는 신기술을 올해 발표했던 바 있다. CATL은 반기보고서를 통해 "승용차 분야에서 높은 에너지 밀도를 달성할 수 있는 센싱 플러스(Shenxing Plus) 배터리를 출시했다"라면서 "1000km 주행 거리를 갖춘 세계 최초의 LFP 배터리"라고 밝혔다.

LG에너지솔루션도 최근 대규모 LFP 배터리 수주에 성공했다. 지난달 LG에너지솔루션은 르노(Renault)와 2025년 말부터 2030년까지 총 5년 간 39GWh 규모의 LFP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국내 배터리 업체 중 차량용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은 곳은 LG에너지솔루션이 최초였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중국 배터리 기업들이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유럽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이번 공급 계약으로 기술과 품질 경쟁력은 물론 가격 경쟁력도 입증함으로써 LG에너지솔루션만의 차별적 고객가치 역량이 증명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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