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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 연체율 점검

자체카드 첫발 뗀 비씨카드, 카드사태 이후 연체율 최고치

⑧"엄격하게 심사한 탓"이라지만…총채권도 3년째 가파른 증가세

김보겸 기자  2024-08-09 07:41:22

편집자주

카드사 연체율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간 연체율이 역대 최저 수준을 유지했지만 금리 상승과 자산가치 하락 여파가 나타나면서다. 카드사들이 부실채권을 대규모로 매각하면서 건전성 개선 노력에 나섰지만 연체율 상승을 막지 못하고 있다. 국내 카드사들의 연체율 현황을 점검한다.
비씨카드가 올 1분기 8개 카드사 중 눈에 띄는 연체율 증가를 보였다. 2002년 카드 사태 이후 연체라고는 사실상 0에 가까웠던 비씨카드지만 약 20년 만에 연체율이 급등하면서다.

이는 작년부터 본격적으로 자체카드 사업을 확대하기 시작한 것과 관련이 있다. 애초 본업이었던 전표매입 업무를 할 땐 없다시피 했던 부실채권이었지만 신용판매 업무에 뛰어들면서 연체채권이 급등했기 때문이다. 비씨카드 측은 자체카드 업계에서는 초보인 만큼 엄격한 기준을 적용했기 때문에 연체율이 오른 것이라는 입장이다.

경쟁사였다면 부실채권으로 분류하지 않았을 채권을 비씨카드에선 부실로 일단 취급했다는 것이다. 부실채권이 될 수 있는 채권 기준을 보수적으로 정하다 보니 자체적으로 분류한 부실채권 규모가 커졌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단순하게 1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 잔액 역시 급격하게 늘고 있다. 역대급 연체율이 비씨카드의 보수적 기준 때문만으로 보기는 어려운 이유다. 부실의 위험을 감수한 결과 순이익은 흑자 전환했다. 조만간 공개될 2분기 실적에서 건전성 관리 여부가 심판대에 설 전망이다.

◇2% 가까이 오른 1분기 연체율…2006년 이후 최고치

비씨카드의 1분기 연체율은 1.99%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0.87%)보다 1.12%p 오른 수치다. 0%가 깨진 건 2006년 이후 처음이다. 과거에 소득이 없는 대학생들에게까지 무작위로 신용카드를 발급해 주며 소비를 조장하다 수많은 신용불량자를 낳은 카드 사태의 여파가 진정된 이후 처음으로 연체율이 2% 가까이 치솟았다.

주목되는 건 부실로 이어지기 쉬운 고정이하여신(NPL) 규모다. 작년 1분기만 해도 81억원이던 NPL은 11배 넘게 늘어난 882억원을 기록했다. 1년 전만 해도 0.33% 였던 NPL 비율은 2.23%로 집계됐다. NPL 비율이 2%를 넘은 것 역시 2006년 이후 처음이다.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지만 동시에 부실로 변하기 쉬운 카드자산 잔액이 크게 늘었다. 평균 금리가 14%에 달하는 카드론 잔액은 작년 82억원에서 5배 가까이 늘어난 386억원을 기록했다. 평균 17% 수준의 금리를 받으며 카드론보다도 높은 결제성 리볼빙 잔액은 55억원에서 170억원으로 3배가량 증가했다.

◇자체카드 발급하며 연체율 올라…"후발주자라 엄격히 심사"

연체율 집계가 의미 없던 과거와 달리 자체카드 사업이 연체율 상승으로 이어졌다. 비씨카드의 본업은 카드 결제 거래의 전표(영수증)를 매입하고 처리하는 업무였다. 고객에게 직접 신용판매를 하지 않고 카드사와 가맹점 간 거래에 대해 결제 금액과 수수료를 정산하는 일을 맡아 왔으며 이는 연체와는 거리가 먼 영업방식이었다.

하지만 비씨카드의 결제망을 빌려 쓰던 주요 카드사들이 이탈하면서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신한카드와 KB국민카드 등 주요 고객사가 자체 결제망 구축에 일찍이 뛰어든데다 KB국민카드의 경우 PA(Processing Agency, 프로세스 대행)업에 진출하며 비씨카드를 위협했다. 최근에는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우리카드마저 이탈하면서 신사업 진출 필요성이 커졌다. 이 때문에 비씨카드도 자체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를 발급하기 시작했다. 결국 신용을 빌려주고 여기에서 이익을 창출하며 연체율이 더 이상 비씨카드와 상관없는 지표가 아니게 된 것이다.

비씨카드 측은 연체율 급등이 자체카드 후발주자로서 몸을 사렸기 때문이라는 입장이다. NPL이 전년 대비 10배 넘게 늘어난 데 대해 비씨카드 관계자는 "기업 대출에 보다 보수적인 건전성 기준을 적용했다"며 "자체적으로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한 채권이 있어 연체율이 올라간 것"이라고 설명했다.

통상 3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을 NPL로 분류하지만 비씨카드는 이보다 엄격한 잣대로 평가했다는 얘기다. 비씨카드 측은 "신용대출 등을 신규 심사할 때 보다 엄격하게 진행해 전체 채권 잔액이 줄었다"고도 덧붙였다.

◇총 채권 잔액 3년 연속 늘어…연체채권 증가속도가 더 빨라

연체율의 분모가 작아지면서 지표가 상승했다는 비씨카드 측 설명과 달리 총 채권 잔액은 급격히 늘고 있다. 연체율 산정 총 채권 규모는 3조9572억원으로 1년 전(2조4298억원)보다 63% 늘었다. 대출을 엄격하게 심사한다지만 총 채권 잔액은 3년 연속 증가세다.

속도도 점점 빨라지고 있다. 2022년에 전년보다 24% 늘어난 총 채권 잔액은 지난해 40% 증가하더니 올해는 63% 증가율을 찍었다. 이 와중에 연체율마저 늘었다는 건 총 채권 잔액보다 연체된 채권이 더 빠르게 늘고 있다는 의미다. 올 1분기 1개월 이상 연체된 채권은 전년 동기(211억원)보다 275% 급등한 790억원을 기록했다.

고위험을 추구한 덕분인지 수익성은 개선됐다. 올 1분기 당기순이익은 500억원으로 흑자전환했다. 금융사업에 진출하면서 카드론과 현금서비스 등 고금리 상품 취급을 늘리며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데다, 리스크 관리가 있었기 때문에 이익이 개선됐다는 설명이다.

비씨카드의 건전성 관리 능력은 2분기 실적에서 확인될 전망이다. 치솟는 연체율을 관리하며 이익 창출력을 증명할지 주목된다. 비씨카드 관계자는 "한계 채무자 구제를 통해 상생금융을 지속 실천하고 부실채권 및 연체율 관리를 위한 관리방안을 적극 활용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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