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사 연체율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3년간 연체율이 역대 최저 수준을 유지했지만 금리 상승과 자산가치 하락 여파가 나타나면서다. 카드사들이 부실채권을 대규모로 매각하면서 건전성 개선 노력에 나섰지만 연체율 상승을 막지 못하고 있다. 국내 카드사들의 연체율 현황을 점검한다.
우리카드가 건전성 관리에 곤혹을 치르고 있다. 고위험 고금리 대출 상품을 크게 늘린 반면 안전한 상품은 줄이면서 수익을 추구했지만 전체 연체율은 카드사 중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고수익을 추구했지만 연체 위험이 더 커지면서 순이익은 오히려 줄었다.
◇고위험 자산 늘리고 안전자산 줄여…NPL 규모 증가
3월말 기준 우리카드 연체율은 2.28%로 집계됐다. 8개 카드사 중 두 번째로 높았고 코로나19 사태 직전인 지난 2019년 1분기(2.06%)를 넘는 수준이다. 통상 연체율이 2%를 넘으면 시장에서는 위험 수치로 본다.
우리카드는 작년부터 고위험 대출상품을 늘려오고 있다. 평균 금리가 14%에 달하는 카드론 자산은 2년 전만 해도 3조원을 밑돌았다. 하지만 지난해 2조9854억원으로 오른 뒤 올 1분기에는 3조3054억원으로 10% 넘게 늘었다.
반면 같은 기간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자동차금융은 줄였다. 2022년 1분기 1조7354억원이던 자동차금융 자산은 지난해 1조751억원으로 38% 감소했다. 올 1분기는 9500억원을 기록하며 1조원 밑으로 떨어졌다.
고위험 상품은 늘리고 안전한 상품은 줄인 결과 부실채권은 급격히 늘었다. 취약 차주들의 상환 능력이 고금리 장기화로 급격히 악화된 탓이다. 연체기간이 3개월 이상인 고정이하여신(NPL) 규모는 올 1분기 1813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440억원) 대비 26% 증가했다.
금융회사는 자산을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분류한다. 이 중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의 합계를 고정이하여신이라 해서 부실채권 취급한다. 보통 3개월 이상 원리금이 연체된 여신을 부실채권으로 본다.
전체 채권에서 고정이하여신이 차지하는 NPL 비율도 1년 전보다 0.18p 오른 1.15%를 기록했다. 우리카드는 2017년 이후 NPL 비율을 줄곧 0%대를 유지했지만 7년만에 1%를 넘기게 됐다. NPL 비율이 1%를 넘은 건 2016년 3월 이후 처음이다.
◇부실채권 털었지만 연체율 증가 못 막아
언제든 부실채권으로 바뀔 수 있는 결제성 리볼빙 이월잔액도 1년 전에 비해 늘었다. 1분기 리볼빙 잔액은 4443억원으로 전년동기(4248억원) 대비 4.6% 증가했다. 리볼빙은 신용카드로 쓴 대금 일부만 결제하고 나머지는 나중에 갚는 서비스다. 리볼빙 평균 금리는 17%로 카드론(평균 14%)보다도 금리가 높다. 리볼빙 잔액은 고객이 갚지 않고 이월한 금액으로, 리볼빙을 쓴 고객이 카드값을 갚지 못하면 부실채권이 된다.
회수하기 어려워진 부실채권을 털어냈지만 연체율 증가를 막을 수 없었다. 올 1분기 대손상각비는 1200억원으로 전년 동기(1011억원) 대비 18.7% 늘었다. 상·매각보다 빠르게 부실채권이 쌓인 탓이다.
부실채권 늘어나면서 충당금 부담도 커지고 있다. 1분기 대손충당금은 1년 전(8540억원)보다 13% 늘어난 9668억원으로 집계됐다. 대손충당금은 돈을 돌려받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쌓아 두는 금액으로 회계상 비용으로 처리된다. 차주가 돈을 갚으면 추후 이익으로 잡힐 수 있지만 당장의 수익성에는 악영향을 미친다. 충당금 부담이 늘며 1분기 당기순이익은 290억원으로 전년 동기(457억원)보다 37% 감소했다.
우리카드 관계자는 "고금리 장기화의 영향으로 연체율이 상승 추세에 있다"면서도 "채권 회수조직 및 관리 프로세스를 강화하고 신용판매 등 우량자산 증대를 통해 자산건전성을 관리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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