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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게임즈 EB 발행

왜 교환사채 카드 꺼냈나

②이자비용 최소화, 투자자 모집도 원활…자금조달도 용이

황선중 기자  2024-08-07 11:21:23
카카오게임즈가 유동성 확충 수단으로 굳이 교환사채(EB)라는 카드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일까.

통상 기업이 자금을 조달할 때 가장 일반적으로 활용하는 수단은 은행권 차입금이다. 문제는 은행이 공짜로 돈을 빌려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은행에서 돈을 조달하면 이자비용이 따라붙는다. 이자비용은 당기순이익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요인이다. 요즘처럼 금리가 높은 시기에는 이자비용 부담은 더 커진다.

더군다나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4월 사채권자의 전환사채(CB) 조기상환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차입금 3300억원을 일으킨 상태다. 지난 1분기 말 별도 기준 카카오게임즈 총자산의 18.9%에 해당한다. 통상 차입금의존도(차입금/총자산)는 30% 이상이면 위험권으로 본다. 차입금 확대는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때 메자닌을 활용하면 이자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투자매력만 있으면 이자율이 낮아도 투자자가 몰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번 EB의 이자율은 0%로 책정됐다. 투자자들은 크래프톤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EB 투자매력을 높게 평가했다. 결과적으로 카카오게임즈는 이자비용 부담 없이 2700억원을 조달할 수 있게 됐다.

◇전환사채 대신 교환사채 선택한 배경

여러 메자닌 중 EB를 선택한 배경도 관심사다. 가장 보편적인 메자닌은 사실 EB보다 CB다. 카카오게임즈 역시 2021년에는 EB가 아닌 CB로 5000억원을 조달했다. CB는 다른 메자닌에 비해 비교적 구조가 단순한 편이다. 사채권자가 전환권을 행사하면 발행회사는 CB를 회수하고 신주를 지급하면 된다.

문제는 최근 카카오게임즈의 불안한 주가 흐름이다. 2021년 말부터 우하향 곡선이 이어지고 있다. 실제로 2021년 11월 주가는 10만원을 상회했지만 최근에는 2만원 아래에서 움직이고 있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카카오게임즈 주식을 지급하는 CB에 대해서는 투자매력을 느끼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EB는 카카오게임즈 주식이 아닌 크래프톤 주식을 내세우고 있다. 크래프톤 주가는 카카오게임즈와 분위기가 다르다. 지난해 9월 주가는 14만원까지 떨어졌지만 그때부터 꾸준한 우상향 곡선을 그리면서 최근 28만원 전후로 움직이고 있다. 크래프톤 주식으로 교환 가능한 EB가 투자자 모집에 더 효과적이다.

◇기준주가에 15% 할증…자금조달에 유리

또한 카카오게임즈 입장에서 EB를 발행하면 크래프톤 주식을 시가로 매각하는 것보다 더 많은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통상 EB 교환가격은 시가에 일정 프리미엄(웃돈)을 얹은 가격으로 정해지기 때문이다. 만약 EB 발행을 결정했던 지난 6일 종가(28만5500원)에 보유주식 전량(83만3330주)을 매각했다면 카카오게임즈는 2380억원을 얻는다.

하지만 카카오게임즈 EB 교환가격은 기준주가에서 15% 할증한 금액인 32만4027원으로 책정됐다. 크래프톤 주가가 32만4027원을 넘었던 것은 2022년 1월이 마지막이다. 결과적으로 카카오게임즈는 EB 발행으로 2700억원을 조달하게 됐다. 시가 매도보다 300억원 넘는 자금을 추가 확보했다.

EB 발행은 크래프톤에게도 나쁘지 않은 일이다. 카카오게임즈가 보유한 대규모 매물이 일거에 출회하지 않는 만큼 주가 하락을 방지할 수 있어서다. 카카오게임즈는 2017년부터 크래프톤 대표작 <배틀그라운드> 퍼블리싱(배급)을 맡으며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카카오게임즈가 크래프톤 주식을 갖고 있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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