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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게임즈 EB 발행

유동성 2700억 확충…CB 리스크 해소하나

①크래프톤 주식 활용, 재무안전성 제고 목적…CB 풋옵션 리스크 해소

황선중 기자  2024-08-07 09:57:52
카카오게임즈가 창사 이래 처음으로 교환사채(EB) 카드를 꺼내들었다. 최근 부진한 주가 흐름으로 전환사채(CB) 상환 압박이 커지면서다. 10년 가까이 보유한 크래프톤 주식을 기초로 하는 EB로 상환금을 마련하는 모습이다. 카카오게임즈가 CB 상환 리스크를 완전히 해소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카카오게임즈는 전날 이사회를 열고 2700억원 규모 EB 발행을 결정했다. EB는 일정 기간이 도래하면 발행회사가 가진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채권이다. 카카오게임즈는 교환대상 주식으로 8년 전부터 보유하던 크래프톤 주식 83만3330주를 내놓았다. 크래프톤 지분 1.74%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EB를 인수하는 대상은 NH헤지자산운용이다. 자신들이 운용하는 여러 펀드를 동원해 인수하겠다는 계획이다. 인수대금 납입일은 오는 19일이다. EB를 크래프톤 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교환청구기간은 납입일로부터 한 달 뒤인 내달 19일 도래한다. 사채만기일은 5년 뒤인 2029년 8월 19일로 정해졌다.


카카오게임즈가 EB를 발행하는 배경에는 CB가 있다. 카카오게임즈는 2021년 3월 5000억원 규모 CB를 발행했다. 문제는 카카오게임즈 주가가 좀처럼 전환가격(5만2100원)을 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채권자 입장에서는 전환청구권을 행사해 CB를 주식으로 전환해도 수익을 얻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게다가 CB 이자율 또한 0%여서 장기 보유에 따른 실익도 사실상 없었다. 결국 사채권자들은 지난 1월 조기상환청구기간이 도래하자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하며 카카오게임즈에 투자원금 3700억원 상환을 요구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4월 차입금 3300억원을 일으키는 방식으로 대처했다. 보유 현금 400억원도 동원했다.

문제는 지난 1일 기점으로 2차 조기상환청구기간이 도래한 점이다. 최근 카카오게임즈 주가는 여전히 전환가액을 밑도는 만큼 풋옵션 행사 가능성이 있다. CB 미상환 잔액은 925억원이다. 사채권자가 전액 상환을 요구한다면 카카오게임즈는 1000억원 가까운 상환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이번에 EB를 발행하면서 자금의 사용목적으로 재무안전성 제고와 글로벌 투자를 내세웠다. 구체적으로 올해 1000억원을 투입하고 내년 1700억원을 쓰겠다고 했다. 카카오게임즈는 "재무안전성을 유지하며 대형 신작 지식재산권(IP) 확보와 글로벌 시장 확장을 위한 투자 등에 사용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물론 CB를 상환해도 재무 부담이 완전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EB 역시 CB와 별반 다르지 않은 사채의 일종이기 때문이다. EB 사채권자 역시 필요에 따라 카카오게임즈에 조기상환을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특히 이자율이 0%인 만큼 크래프톤 주가가 장기간 교환가격(32만4027원)을 밑돌면 사채권자는 투자원금을 회수할 공산이 크다.

다행인 대목은 조기상환청구기간까지는 시간적 여유가 넉넉하다는 점이다. 지금으로부터 2년 4개월 뒤인 2026년 12월이 돼야 첫 조기상환청구기간이 도래한다. 반대로 말하면 카카오게임즈는 적어도 2년 4개월 동안은 사채권자의 투자원금 회수 압박에 시달리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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