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K-밸류업 정책이 본격화 하면서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윤곽을 드러냈다. 기업들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지배구조, 이익창출력, 주주가치 등 여러 방면에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정책에 호응하는 한편 미래지속가능성장을 위한 투자유치 기회로 삼았다. BNK금융이 준비하는 밸류업 전략을 살펴보고 시장의 가치평가 기준이 되는 여러 재무·비재무 요소를 짚어본다.
금융주는 대표적 저PBR주로 꼽힌다. BNK금융 역시 예외는 아니다.
올들어 주가가 꽤 올랐음에도 여전히 PBR(주가순자산비율)은 0.3배 수준으로 낮은 편이다. 불과 10년 전 BNK금융의 PBR이 1.0배를 넘겼다는 점을 볼 때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이런 시절이 다시 올 수 있을까. 사실상 어렵다는 게 업계의 시선이다. 지역 경제 침체에 따른 구조적 문제와 함께 당분간 막힌 신사업 진출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2014년 PBR 1.01배…금융주에겐 '꿈의 수치' BNK금융지주는 2011년 상장했다. 역대 주가가 가장 높았던 때는 2014년 9월로 당시 주가가 1만7750원을 찍었다. 갑자기 치솟은 건 아니었다. 상장 이후 줄곧 1만원에서 1만5000원 사이를 오갔고 2014년 들어 우상향 그래프가 한층 가팔라졌다. 역사적 고점 당시 PBR은 정확히 1.01배였다.
PBR은 주가를 주당순자산으로 나눈 값이다. 순자산 대비 기업가치가 어느 정도로 평가되는지 알 수 있는 척도인데 금융지주에겐 PBR 1배가 매우 높은 허들로 여겨진다. 국내 금융지주 주가의 저평가가 그만큼 일상화됐다는 의미다.
국내 금융주 PBR은 0.3~0.5배 수준에서 형성돼 있다. 실제 최근 신고가 행진을 이어오고 있는 KB금융과 신한지주 등 국내 양대 금융지주의 PBR도 0.5배~0.6배에 그친다. 두 회사는 모두 0.8배를 목표로 PBR을 관리 중이기도 하다. PBR 1.0배의 의미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과거 BNK금융의 주가를 끌어올린 이유는 크게 두 가지였다. 우선 양호했던 지역 경기를 꼽을 수 있다. 이 시기 BNK금융의 텃밭인 부산과 경남 지역의 경기가 활황을 맞았다. 부산은행의 대출 성장률은 시중은행 대비 압도적으로 높게 유지됐다. 은행 업종이 전반적으로 구조적 저성장 국면에 접어들었지만 부산은행을 중심에 둔 BNK금융은 앞으로도 한동안 꾸준한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평가받았다.
경남은행 인수 역시 영향을 미쳤다. 2014년 BNK금융은 예금보험공사와 경남은행 지분 57%를 1조2269억원에 사들였다. 경남은행 인수를 통해 금융지주의 총자산이 80조원가량으로 늘어나면서 압도적 격차로 지방 최대 금융지주사가 됐다. 특히 같은 지역을 두고 경쟁하던 경남은행을 인수하면서 경쟁 비용을 절감하는 효과 역시 누릴 수 있었다.
실적 역시 빼놓을 수 없다. 경남은행 인수를 마무리한 2015년 BNK금융의 연간 순이익은 8098억원으로 전년 대비 무려 166%나 증가했다. 경남은행 인수의 영향을 빼놓을 수 없지만 부산은행 순이익 역시 전년 대비 두 자릿수 이상 늘어나며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과거 영광 재현 가능할까 현재 BNK금융의 PBR은 0.3배다. 10년 전의 3분의 1 수준에 그친다. 그나마도 올들어 주가가 40% 가까이 오르면서 많이 나아진 수치다. 연초엔 0.21배까지 내려가며 0.2배선을 위협받기도 했다.
BNK금융은 순자산 규모를 매년 꾸준히 키워나가고 있다. 지난해엔 살짝 뒷걸음질했만 그럼에도 5년새 증가율이 27% 수준에 이른다. 2018년 8조4000억원대에서 지난해 말 10조6000억원대로 늘어났다. 다만 순자산 증가가 주가 상승으로는 연결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선 BNK금융 주가가 선방하고 있다고 보면서도 과거와 같은 영광을 다시 누리는 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당시와 무엇이 달라졌을까. 우선 과거와 비해 눈에 띄게 침체된 지역 경제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지방은행은 지방 중소기업과 부동산 업종 등 경기에 민감한 업종의 대출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과거 경남은행 인수와 같은 '한방'을 기대할 수 없다는 점 역시 약점으로 지목된다. BNK금융은 자본시장법 위반 징계 여파로 국내에서 신사업을 펼치는 게 당분간 불가능하다. 실제 지난해 보험사 인수를 타진했지만 결국 무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