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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밸류업 점검

비은행 확장보다 시급한 우리은행 성장성 회복

④리더십 교체 후 '가계·중기대출' 정체…순이익 늘리고 ROE 개선해야 주가 반등

최필우 기자  2024-07-23 14:16:36

편집자주

K-밸류업 정책이 본격화 하면서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윤곽을 드러냈다. 기업들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지배구조, 이익창출력, 주주가치 등 여러 방면에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정책에 호응하는 한편 미래지속가능성장을 위한 투자유치 기회로 삼았다. 우리금융이 준비하는 밸류업 전략을 살펴보고 시장의 가치평가 기준이 되는 여러 재무·비재무 요소를 짚어본다.
우리금융이 2019년 재상장 이후 주가가 마이너스(-) 구간에 머물며 고전하는 요인 중 하나로 은행업 경쟁력 약화가 꼽힌다. 비은행 포트폴리오 보완도 해법으로 제시되지만 중장기 과제인 만큼 당분간 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보긴 어렵다. 올해 정부 주도 밸류업 프로그램에 발맞춰 주가를 부양하려면 우리은행 실적 개선이 시급하다.

우리은행은 2020년대 초반 순이익을 가파르게 늘리며 다른 시중은행을 거세게 추격했으나 지난해 리더십 교체 후 정체기에 들어갔다. 순이익 상승을 견인했던 가계 대출과 중소기업 대출 증가폭이 확연히 좁아졌다. 수익성이 다소 떨어지는 대기업 대출 중심 성장 구조에서 탈피해야 자기자본이익률(ROE) 개선이 가능하다.

◇성장 돌파구 '은행 자본효율성' 극대화

우리은행은 지난해 연간 순이익 2조5151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도에 비해 3883억원(13%) 감소한 금액이다. 2020년 1조3703억원, 2021년 2조3851억원, 2022년 2조9034억원을 기록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으나 3년 만에 순이익 역성장에 직면했다.


우리은행은 2020~2022년 자기자본이익률(ROE)을 끌어 올리며 성장 흐름을 탔다. ROE는 2020년 5.83%, 2021년 9.21%, 2022년 10.85%를 기록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주춤하기 전인 2019년 ROE 8.36%와 비교해 자본 운영 효율성을 개선했다.

지난해 성장세가 꺾인 배경에는 길어진 리더십 교체 기간이 있다. 2023년 1분기는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2분기는 조병규 우리은행장이 승계 절차를 밟으며 리더십이 온전히 작동하는 데 반년이 소요됐다. 영업 동력이 전년도에 비해 약화되며 순이익은 감소했고 ROE 9.31%를 기록해 한자리수로 회귀했다.

지난해 바뀐 흐름은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 1분기 전년 동기 대비 개선된 순이익을 냈으나 4대 시중은행 중에는 최하위에 머물렀다. 뒤늦게 영업 고삐를 당기고 있으나 시중은행 간 경쟁이 과열 국면에 접어들면서 우리은행이 비집고 들어갈 틈이 마땅치 않은 형국이다.

우리금융은 최근 증권업 진출에 성공하고 보험사 인수를 위한 실사 및 협상을 진행하고 있으나 우리은행의 부진을 만회할 만한 순이익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 출범을 앞둔 우리투자증권의 목표는 10년 내 10위권 진입이고, 동양·ABL생명 인수 효과를 기대하기엔 시기상조다.

결국 우리은행을 성장세로 돌려놓는 게 유일한 돌파구로 여겨진다. 우리금융과 마찬가지로 비은행 포트폴리오 약점을 가진 하나금융은 하나은행을 내세워 체급을 높였다. 하나은행은 2022~2023년 시중은행 순이익 1위에 올랐고 이 기간 ROE 10.97%, 11.29%로 두자리수를 유지했다.


◇'대기업 중심' 성장 전략 탈피 과제

우리은행은 순이익 반등을 위해 대출 성장폭을 키워야 한다. 2020~2022년 순이익 상승 흐름을 탄 것도 큰 폭의 대출 성장을 이룬 덕이다. 2021년 가계 대출은 139조원으로 1년새 9조원 증가했다. 중소기업 대출은 2021년 14조원, 2022년 11조원 늘어 121조원이 됐다.

2023년에는 가계 대출을 2조원, 중소기업 대출을 4조원 늘리는 데 그쳤다. 올 1분기에는 가계 대출이 제자리걸음했고 중소기업 대출은 2조원 증가했다. 소폭 늘어나고 있으나 순이익에 구조적인 영향을 미칠 정도는 아니다.

제한된 자본으로 ROE를 끌어 올리려면 대출 전략에도 변화를 줄 필요가 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대기업 대출을 8조원 늘렸다. 올 1분기에는 대기업 대출이 3조원 증가해 중소기업 대출 증가폭을 웃돌았다. 대기업 대출은 중소기업 대출에 비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자산으로 분류된다. 자본 운영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영업이 전개되지 않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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