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IBK기업은행 밸류업 점검

계열사 기여도 '한 자릿수'…펀더멘탈 개선 발목

④대규모 자금 수혈 등 은행 부담 가중…계열사 재도약 발판 마련 시급

이재용 기자  2024-07-23 07:35:42

편집자주

K-밸류업 정책이 본격화 하면서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윤곽을 드러냈다. 기업들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지배구조, 이익창출력, 주주가치 등 여러 방면에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정책에 호응하는 한편 미래지속가능성장을 위한 투자유치 기회로 삼았다. IBK기업은행이 준비하는 밸류업 전략을 살펴보고 시장의 가치평가 기준이 되는 여러 재무·비재무 요소를 짚어본다.
IBK기업은행의 기업가치 제고(밸류업) 방정식은 단일 은행보단 금융지주에 가깝다. 기업은행은 실질적 금융지주회사 역할을 하는 곳이다. 거느리고 있는 IBK금융그룹 국내 계열회사만 9곳에 달한다. 이들의 실적은 기업가치 제고의 근간인 은행 펀더멘탈로 고스란히 반영된다. 비은행 계열사의 성장 및 뒷받침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하지만 IBK계열사의 연간 이익 비중은 10%에도 못 미치는 게 현실이다. 보탬은커녕 되레 은행으로부터 대규모 자금 지원을 받는 등 부담만 가중하는 계열사도 있다. IBK금융그룹 전체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라도 재도약 발판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기업은행이 계열사 개선 작업에 속도를 높이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연금보험, 저축은행, 투자증권 실적 부진에 계열사 이익 비중 하락세

기업은행 2023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벤처투자 외 8개 계열사의 이익 비중은 은행을 포함한 국내 전체 이익의 6.7%(SPC, 수익증권, 내부거래 제외)로 집계됐다. 최근 수년간 가장 낮은 수준의 비은행 이익 비중이다. 2017년(13.50%)부터 점차 올라 2020년 18.50%로 최고점을 찍은 이후 3년째 하락세다.

은행이 높은 성장세를 유지한 반면 이외 계열사들은 고전을 면치 못하며 격차가 커졌다. 은행은 240조원에 육박하는 중소기업 대출 성장세에 힘입어 꾸준히 2조원대 연간 순이익을 기록했다. 지난 2021년 2조241억원으로 올라선 이후 이듬해 2조4548억원, 지난해 2조4115억원을 기록하며 안정적인 실적을 냈다.


은행의 성장에 따라 연결 기준 순이익도 2021년 2조4260억원, 2022년 2조6747억원, 2023년 2조6752억원으로 우상향 곡선을 그렸다. 다만 비은행 계열사의 이익 규모는 2021년 4167억원을 기록한 이후 2022년 1840억원, 2023년 1786억원으로 우하향 곡선을 나타냈다. 이익 비중도 이에 맞춰 감소한 것이다.

계열사 중에서도 IBK연금보험, IBK저축은행, IBK투자증권의 부진이 뼈아팠다. 연금보험은 2022년 -772억원, 지난해 -260억원의 연속 순손실을 냈다. 저축은행은 지난해 처음 -249억원의 마이너스 실적을 기록했다. 새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과 고금리 지속 등의 사업 환경이 양사에 비우호적으로 작용한 탓이다.

IBK투자증권은 이익을 거두곤 있지만 감소폭이 크다. 2021년 처음으로 1000억원 대 순익을 거뒀지만 이후 471억원, 313억원을 기록하는 등 실적이 급감했다. 금리가 인상되고 글로벌 금융시장 침체로 투자 활동이 위축되면서 그룹의 핵심 수익원이었던 위탁매매와 IB 사업 실적이 크게 줄어든 영향이 컸다.

◇계열사 실적 개선 숙제…기업은행 문제진단·해결책 마련 착수

지난 1분기 들어 비은행 계열사 이익 비중이 11%(865억원)로 개선됐다지만 여전히 계열사 실적 개선은 숙제다. 기업은행이 꾸준히 실적을 늘리곤 있어도 규제 및 금융시장 환경상 은행업만으로 성장 폭을 유지하기 어렵다. 금융산업 내 경쟁력을 높이려면 비은행 계열사를 보다 병렬 구조로 만들어야 한다.

은행에 계열사로 인한 재무건전성 위험 전염 현상을 최소화하는 측면으로도 의미가 있다. 기업은행은 현재 계열사의 자본적정성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자금 수혈에 나서고 있다. 이런 구조는 은행 재무 버퍼를 낮춰 주주환원 여력을 갉아먹을 뿐 아니라 시장에 계열사 리스크를 인식하게 한다는 점에서 문제다.

김성태 은행장은 이런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취임 직후 계열사의 자체 경쟁력 강화 및 은행과의 시너지 효과 극대화에 착수했다. IBK시너지부를 신설해 계열사 운영을 보조케 하는 등 균형성장을 본격화한 것이다. 다만 이렇다 할 계열사 동반 성장 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계열사는 여전히 실적 부진에 빠져있다.

기업은행은 원점 재검토를 통해 보다 명확한 문제 진단과 해결책을 마련한다는 구상이다. 최근 '비은행 부문 운영·지원체계 개선' 사업을 위해 외부 컨설팅사를 선정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외부 자문사의 조직진단으로 계열사 경영진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하는 등 최적의 그룹사 운영체계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IBK시너지부 및 기능별 담당부서 역할을 재정립하는 등 지원체계도 강화한다. 기업은행 측은 "타사 대비 관리가 미흡하거나 비효율적인 부문, 오랜 기간 고착화돼 문제점으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부문을 진단하고 IBK 정체성을 고려한 최적의 운영·지원체계를 구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