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건설과 하나은행이 미국 부동산 개발사업 관련 협력을 지속하고 있다. 미국 로스앤젤레스(LA) 공동주택 개발사업에 이어 뉴욕 맨해튼 주택 리모델링 사업에서도 손을 맞잡았다. 다만 해외 주택 개발사업이 아직 실적에 유의미한 기여를 하기 위해서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반도건설은 최근 미국 뉴욕 맨해튼 주상복합 리모델링 사업에 본격 착수했다. LA 공동주택 개발사업 이후 미국 내 주요 거점도시 개발사업 대상지로 뉴욕을 낙점했다.
사업 대상지는 뉴욕 65 웨스트 55번가에 자리한 주상복합이다. 1096.07㎡ 부지에 13층 규모로 조성돼 있으며 1층은 상가로, 2~4층은 오피스로, 5~13층은 공동주택으로 운영되고 있다. 반도건설은 리모델링을 통해 오피스 공간을 공동주택으로 변경할 예정이다.
매입가격은 3600만 달러, 한화 약 500억원 수준이다. 공사비 등을 포함한 총 사업비는 5000만 달러(6946억원)에 달한다. 에퀴티는 자체 자금 등을 활용했고 대출은 하나은행 현지법인으로부터 조달했다.
하나은행은 반도건설 미국 개발사업 초기부터 자금 조달을 지원하고 있는 핵심 사업 파트너다. 보증신용장(Stand by Letter of Credit)를 통해 대출을 제공하고 있다. 해외로 진출한 기업이 현지에서 자금을 차입하기 위한 담보 용도로 주로 활용되는 제도다. 반도건설의 미국 시행법인이 하나은행 현지법인으로부터 대출을 받을 때 국내법인이 하나은행 국내지점에 보증을 제공해 자금을 조달하는 구조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반도건설이 처음 미국에서 개발사업을 추진할 당시 현지에서 달러 자금을 조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며 "하나은행이 대출을 제공하기로 결정하면서 LA 공동주택 개발사업 추진이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하나은행이 반도건설에 제공하고 있는 외화 대출 규모는 지난해 말 기준으로도 1억달러를 상회하고 있다. LA 주택개발 사업이 본격화되기 시작한 2021년 말 기준으로 하나은행 현지법인이 신용장을 통해 반도건설에 제공하고 있는 대출 한도는 5000만 달러였다.
대출 한도는 2022년 5720만달러, 2023년 1억700만달러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뉴욕 주상복합 매입 과정에서도 하나은행의 지원이 제공된 점을 감안하면 현재 한도는 1억3000만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전망된다.
반도건설과 하나은행의 전략적 동맹이 지속될 수 있는 배경에는 LA 공동주택 개발사업의 성공이 자리한다. 앞서 반도건설은 미국 주택사업 추진을 위해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했다. 이후 사업성 검토를 거쳐 LA 3170 웨스트올림픽대로에 공동주택 및 근린생활시설을 조성하는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총 사업비 1억2000만달러가 투입된 이 프로젝트는 4758.77㎡ 부지에 연면적 3만1119.73㎡ 규모로 지하 1층~지상 8층, 공동주택 252가구를 조성하는 사업이다. 시행을 맡은 반도델라와 시공을 맡은 페닌슐라 모두 반도홀딩스의 손자회사다. 2020년 1월 착공해 2023년 3월 준공됐다.
국내 건설사가 미국 시장에 진출해 개발과 설계, 시행 및 시공, 임대운영을 모두 수행하고 있는 첫 사례다. 반도건설은 1차 사업의 성공에 힘입어 LA 3020 월셔 플레이스에서 2차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지하 1층~지상 8층, 공동주택 262가구를 조성할 예정으로 지난 1월 착공해 2026년 하반기 준공이 예정돼 있다. 시행은 반도 델라2가 맡았다.
프로젝트 착공과 준공, 착수 등 개발사업 진행은 순탄하게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해외 개발사업 관련 유의미한 실적은 없다. LA 1차 사업의 시행을 맡은 반도 델라는 지난해 연간 매출이 24억원에 그쳤다. 당기순이익으로는 마이너스(-) 102억원을 기록했다. 분양이 아닌 임대운영을 선택하면서 대규모 이익을 기록하지 못 한 가운데 이자비용 등이 실적의 발목을 잡았다.
시공 측면에서도 흑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페닌슐라 역시 지난해 매출로 57억원을 기록했지만 당기순손실 8억원이 발생했다. 현재까지는 해외 개발사업 시행 시공 모두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셈이다.
반도건설 관계자는 "미국 주택 개발사업은 이제 초기 단계로 아직 수익에 본격적으로 기여하기는 이른 시점"이라며 "LA 1차 사업의 경우 임차인이 확보된 후 안정적인 임대수익이 발생하면서 실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