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대에 고성장을 이뤄 온 반도그룹은 창업 33년만인 지난해에 대기업 반열에 올랐다. 자산 규모 5조원을 넘기면서 공시대상기업집단(준대기업집단)에 지정됐다.
주력 계열사인 반도건설은 자산 총계 1조원 후반대 규모의 건설사로 성장했고 2010년대 후반 한때 대형사를 위협하는 수준의 시공능력을 보이기도 했다. 그만큼 최근 몇 년간 반도건설에 대한 시장의 관심도 높아졌다.
반면 그룹 내부에서는 정작 반도건설의 상장 얘기가 좀처럼 나오지 않고 있다. 최근 불거진 증시 불확실성과 건설업종에 대한 디스카운트 기조가 걸림돌이겠지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승계 절차다.
그동안 창업주 권홍사 회장 아들인 권재현 부사장에 대한 승계 작업을 어느 정도 진행했지만 절반 가량 밖에 마치지 못했다. 나머지 절반의 승계 작업을 마무리할때까진 상장 논의를 꺼내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상장 계획이 없다보니 최근까지 반도건설의 기업가치에 대해서도 시장에서 제대로 논의된 바가 없다. 권 회장과 권 부사장이 지분 99%를 갖고 있는 지주사 반도홀딩스가 반도건설 지분 100%를 쥐고 있는 지배구조도 한 몫했다. 반도건설 구주가 장외시장에서 거래된 적이 없어 밸류 책정 이력이 없다.
최근 건설업계에서 활용되는 밸류에이션 툴을 적용해보면 비슷한 규모의 상장사들과 비교해 어느 정도 밸류를 받을 수 있을 지 가늠해볼 수는 있다. 다만 반도건설의 경우 어떤 방식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밸류 격차가 크다.
국내 증시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활용하는 주가수익비율(PER)을 기준을 삼으면 반도건설 기업가치는 3000억~3400억원 범위로 책정된다. 지난해 순이익 680억원에 피어그룹 평균 PER 배수인 4.5~5배를 적용한 수치다. 피어그룹은 유사한 수익 규모를 가진 건설섹터 상장사 7곳(동원개발·SGC이테크건설·태영건설·진흥기업·KCC건설·서한·한양이엔지)으로 선정했다.
최근 상장 절차에 나선 SK에코플랜트와 현대엔지니어링이 활용한 EV/EBITDA를 활용하면 가치는 조금 더 올라간다. 상각전 영업이익(EBITDA)과 멀티플 수치가 모두 높아지기 때문이다.
지난해말 반도건설의 EBITDA는 820억원이다. 여기에 국내 대형사 평균 멀티플인 6배 수준을 적용하면 4920억원이 나온다. 다만 멀티플을 국내 중견사 평균치로 바꿔 대입하면 수치는 더 줄어들 수 있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을 활용할 경우 얘기는 조금 달라진다. PBR은 건설업계에서 전통적으로 많이 활용하는 툴이기도 하다. 토지, 건물 등 부동산을 중심으로 이뤄진 고정자산 평가액 비중이 높은 건설사들의 자산 구성 특성 때문이다. 기업 보유 자산을 모두 반영한 실장부가치를 기반으로 하는 방식이라 보다 현실적인 건설사 가치 책정이 가능하다. 타 산업 대비 밸류 디스카운트 폭이 큰 건설사들로서는 조금 더 유리하게 가치평가를 받을 수 있는 방식이기도 하다.
지난해 말 기준 반도건설의 자본총계(순자산)는 1조1600억원이다. 2016년까지만 해도 5000억원대의 순자산을 보유했던 반도건설은 2019년부터 3년 연속 1조원대의 순자산 규모를 유지하고 있다. 양호한 재무건전성을 유지하고 이익잉여금을 충실히 비축해 온 결과다. 여기에 반도건설과 유사한 규모를 가진 중견 상장건설사들의 평균 PBR 배수(0.5~0.6배)를 적용하면 적정 기업가치는 5800억~7000억원이 나온다.
국내 증시에선 건설섹터의 중장기적 PBR 평균치를 1배로 본다. 단기적인 업황 부침에 따른 변동성을 제거한 수치다. 이 가능성을 고려하면 반도건설은 조단위 기업가치도 노려볼 수 있다.
종합해보면 반도건설은 PER과 EV/EBITDA 등 수익성 지표를 기반으로 한 방식보단 보유 자산가치를 기반으로 한 방식이 밸류 극대화 측면에서 더 유리하다. PBR을 주요 밸류에이션툴로 활용하는 건설섹터라 가능한 시나리오다. 반도건설의 향후 상장에 나설 경우 밸류에이션 측면에서의 최대 관건은 순자산 규모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