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열 하나은행장(
사진)이 하나금융지주 사내이사로 등재되면서 미래성장전략부문장에 취임했다. 대외적인 직급은 부문장이지만 하나금융 내부에선 이은형·강성묵 부문장과 함께 부회장급 인사로 분류된다.
이 행장은 전략보단 재무 영역에서 커리어를 쌓아 온 인물이다. 행장이 되면서 영업 일선에 투입된 지 1년 만에 전략 분야에서 시험대에 오르게 됐다. 함영주 회장의 임기가 1년 남은 가운데 이 행장이 재무, 영업에 이어 전략 분야에서 육성 및 검증 절차를 밟게 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현장 영업 뛰면서 그룹 미래 먹거리도 챙긴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행장은 지난 22일 하나금융 정기 주주총회에서 강성묵 부문장(하나증권 대표 겸직)과 함께 지주 사내이사에 등재됐다. 이 행장은 하나은행장과 지주 미래성장전략부문장을 겸직하기로 했다.
이 행장의 사내이사 취임이 결정되면서 어떤 직책을 부여받을지 그룹 안팎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 행장이 부회장급 인사 반열에 오르면서 이은형·강성묵 부문장과 함께 최고경영진의 한 축을 형성하게 됐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은 이 행장에게 다소 생소한 전략 분야를 맡기기로 했다. 이 행장이 줄곧 재무라인에서 근무하다 최고재무책임자(CFO)로 이름을 알린 인물이다. 그룹 최고의 재무 전문가로 경쟁력을 갖췄지만 전략 분야 경험은 없다.
이 행장은 행장 취임 1년 만에 또 한번 변신을 도모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그는 재무통으로 일관된 경력을 쌓다가 지난해 행장에 취임하면서 본격적으로 영업에 뛰어들었다. 그룹을 대표하는 영업통인 함 회장과 함께 고객을 챙기며 2023년 시중은행 순이익 1위를 이끌었다. 재무, 영업에 이어 이번엔 전략 분야에 도전한다.
◇박성호 전 부회장 때와 사뭇 다른 미래성장전략부문장
미래성장전략부문장은 앞서 박성호 전 부회장이 맡았던 직책이다. 하나금융은 박 전 부회장 때와 다른 의도로 이 행장에게 미래성장전략부문장을 맡긴 것으로 해석된다. 박 전 부회장은 그룹의 대표적인 전략통이었던 반면 이 행장에게 전략은 낯선 분야다.
하나금융은 이 행장을 차기 대표이사 회장 후보군으로 육성 및 검증하는 차원에서 미래성장전략부문장을 맡긴 것으로 보인다. 이은형 부문장은 글로벌, 증권 분야에서 활약했고 강성묵 부문장은 영업, 지원에 이어 증권을 경험하고 있다. 경력에서 재무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인 이 행장의 경우 다른 분야에서 역량을 펼쳐볼 기회가 필요하다.
각에서는 미래성장전략부문장 자리가 다소 불리하다는 견해도 존재한다. 담당 임원의 추진력에 따라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가 드러나는 영업, 글로벌 등의 분야에 비해 중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다만 전략은 이 행장이 그동안 경험한 재무, 영업과 이질적인 영역인 만큼 본인의 스펙트럼을 넓힐 기회라는 시선도 있다.
금융 당국의 의중에 따라 부회장제는 폐지됐지만 그룹 내부에서는 부회장으로 불리는 3인방의 거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이 행장은 3명의 부회장급 인사 중 가장 늦게 지주 임원에 등극했지만 하나은행장을 겸직하고 있어 큰 존재감을 자랑한다. 올해 영업과 전략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