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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박'이 났다고 하다가도 어느 순간 보면 적자에 몸부림치는 널뛰기 산업, 태양광이다. 신재생에너지의 시대가 찾아오면서 관련 산업 역시 빠르게 성장했지만 밸류체인에 속한 기업의 흥함과는 무관한 일이었다. 시장을 점령한 중국의 개입과 중국을 제어하는 미국·유럽 등 메인 시장의 동향에 국내 태양광 기업들은 밀물과 썰물을 경험하고 있다.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셀·모듈 등 각 밸류체인에 속한 기업들의 사정도 모두 다르다. 2020년 전후로 '고사'를 경험한 국내 태양광 업계에 꿋꿋이 생존 중인 기업들의 재무 현주소를 THE CFO가 분석했다.
중국의 폴리실리콘 공세에도 탄탄한 수익성을 기록한 OCI홀딩스가 약 90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무리 없이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용 폴리실리콘 사업 주체인 말레이시아 법인(OCIM Sdn. Bhd.)이 막대한 수익 창출을 통해 현금을 충전하면서 투자 재원을 착실히 쌓아놨다.
14일 전자공시에 따르면 OCI홀딩스는 올 2월 초 OCIM이 31억5256만링깃(한화 약 9087억원)을 들여 태양광 폴리실리콘 생산설비를 증설한다고 밝혔다. 폴리실리콘 연간 생산능력을 현재 3만5000톤에서 2027년까지 5만6600톤으로 늘리기로 했다.
1조원에 육박하는 대규모 투자지만 조달 여력은 충분한 것으로 분석된다. OCIM의 재무 상황이 양호하고 유동성도 풍부하기 때문이다.
OCI홀딩스에 따르면 OCIM은 올해 1분기 연결 현금성자산이 5487억원이다. 여기에 단기금융상품 등을 보유하고 있다면 단기적으로 융통할 수 있는 현금은 더 늘어난다. 이는 OCIM의 자회사이자 금호피앤비화학과의 합작사인 OCIKumho의 현금보유량을 합한 값이지만 OCIKumho의 유동자산(작년 말 기준 782억원) 액수를 고려하면 5487억원 중 상당 부분은 OCIM에 귀속돼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OCIM이 대규모 현금을 쥐고 있는 배경에는 2020년대 초반 폴리실리콘 초호황이 있다. 2020년 영업활동현금흐름(OCF) 175억원을 냈던 OCI홀딩스는 2021년 2955억원, 2022년 5267억원에 이어 작년에는 7601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71억원의 OCF를 창출했다.
이는 설비투자(CAPEX) 등 투자활동과 OCI홀딩스로의 배당 등 재무활동을 모두 하고도 현금이 남는 수준이었다. 2021~2023년 OCIM의 3개년 OCF 누적 합계는 1조5824억원이다. 3개년 투자활동현금흐름과 재무활동현금흐름의 합은 9095억원으로 환율 효과 제외시 6729억원이 잉여현금으로 쌓였다.
보유현금 외 OCIM의 자체 조달도 가능하다. OCIM의 올해 1분기 말 부채총계와 자본총계는 각각 2664억원, 1조2769억원으로 부채비율은 21%에 불과하다. 2년 연속 1조원 안팎의 매출을 기록한 OCIM의 영업능력을 보면 대부분 부채는 금융부채보다는 매입채무 등 영업부채로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금융권 조달이 원활하게 가능한 상황이다.
모회사인 OCI홀딩스의 자금 여력도 충분하다. 1분기 말 OCI홀딩스의 별도 현금성자산은 4532억원이다. 다만 OCIM의 현금보유량이 충분한 만큼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금 지원에 나설 가능성은 제한적인 것으로 분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