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I홀딩스가 한미약품그룹과의 통합을 추진하며 주주 설득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것 중 하나가 주주 배당 재원 확보 마련이다. OCI그룹의 제약·바이오 사업 확장을 위해 OCI홀딩스 아래에 한미약품그룹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를 두고 한미사이언스로부터 올라오는 배당수익을 확보해 이를 투자와 주주환원에 활용할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지주사 출범 2년차를 맞은 OCI홀딩스는 자회사로부터 올라오는 배당금이 별도기준 실적 및 영업활동현금흐름의 사실상 전부를 차지한다. 자회사의 실적에 따라 OCI홀딩스의 배당금수익도 올라갈 것을 기대하며 한미사이언스의 배당금도 수익원 중 하나로 추가하는 계획이었다. 최종적으로 한미약품그룹과의 통합이 무산되며 이러한 계획도 없던 일이 됐다.
◇지주 전환 '만 1년', 영업현금 87% 배당에서 발생 OCI홀딩스는 지난해 5월 OCI가 존속 지주회사와 신설 사업회사로 인적분할하며 출범했다. 기존 화학사업을 신설 사업회사 OCI에 넘기고 존속 지주사인 OCI홀딩스는 태양광용 폴리실리콘(OCIM), 미국 태양광 발전(OCI엔터프라이즈), 도시개발(DCRE) 등 투자 사업을 맡았다.
자회사를 관리하며 투자사업을 전개하는 다른 지주사와 같이 OCI홀딩스는 배당수익, 임대수익, 경영자문수수료 등을 주 수입원으로 하는 회사로 바뀌었다. 연결 기준 실적에는 OCI를 포함한 각 피투자회사의 성과가 반영되지만 별도기준 현금 유입은 배당수익을 통해 얻는다.
지난해 지주사 전환 이후 OCI홀딩스가 벌어들인 별도기준 매출은 총 2260억원이다. 이중 배당금수익으로 벌어들인 금액은 2145억원에 이른다. 나머지 임대수익(63억원)과 브랜드사용수익(45억원) 등이 차지하는 비중은 5%에 불과했다.
장부상 이익으로 잡힌 배당금수익은 2145억원이지만 실제 현금으로 들어오는 금액을 나타낸 영업활동현금흐름상 배당금 수령액은 조금 더 높다. OCI홀딩스의 지난해 별도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은 2529억원이며 이중 배당금 수령으로만 유입된 현금은 2203억원이었다. OCI홀딩스 영업 현금유입의 87%를 배당이 담당한 셈이다.
OCI홀딩스가 사업 첫해 주주환원 정책으로 내세운 기준이 바로 별도 잉여현금흐름(FCF)이다. 지주사의 별도 영업이익에서 지분투자와 같은 투자활동 현금 유출을 제외하고 남은 현금흐름을 바탕으로 배당 규모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는데 결국 자회사의 배당 집행 규모가 많을수록 OCI홀딩스의 주주 배당 규모도 올라간다는 의미다. 지난해 사업연도 기준 OCI홀딩스의 배당총액은 646억원으로 이는 FCF(1575억원)의 41%를 차지하는 규모다.
◇한미 배당성향 50% 앞세웠지만…추가 재원 확보도 무산 OCI홀딩스가 한미약품그룹과의 통합 과정에서 주주에게 기대효과로 내세운 것이 배당 재원 확보였다. OCI홀딩스 아래 자회사로 들어갈 한미사이언스의 배당성향이 50%를 넘기는 만큼 추가적인 배당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실제 한미사이언스는 2017년 배당을 재개한 이후 비교적 높은 수준의 연결 현금배당성향을 나타냈다. 당기순이익의 증감이 있을 때도 120억~130억원대의 배당을 집행하며 두자릿수대 비율의 배당성향을 유지했다. 2017년부터 2020년까지 평균 연결 현금배당성향은 52%로 당기순이익의 절반을 배당으로 집행했다.
다만 2021년부터는 당기순이익의 증가분을 배당총액이 따라가지 못해 2021~2023년 평균 현금배당성향은 20.6%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한미사이언스의 연결 당기순이익은 429억원에서 1151억원으로 늘었지만 현금배당총액은 130억원대로 유지됐다.
OCI홀딩스는 당초 한미사이언스 지분 27%를 취득하고 이후 1년 이내에 지분율을 3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었다. 한미사이언스의 지난 배당규모를 고려했을 때 연간 40억원 정도의 배당수익을 기대할 수 있었다. 한미사이언스의 기업 규모가 커지고 배당 집행금을 높일 경우 OCI홀딩스로 돌아오는 배당수익도 따라 올라가는 것까지 고려했다.
그러나 이번 그룹 간 통합이 무산되며 OCI홀딩스는 이제 추가 수익 확보를 위한 다른 투자처를 찾아야 한다. 이우현 OCI홀딩스 대표이사(회장)는 29일 다른 제약·바이오 회사에 대한 투자 기회를 모색할 것이며 이와 별개로 추가 주주환원 정책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