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성은 기업 재무 전략 방향성을 가늠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다. 유동성 진단 없이 투자·조달·상환 전략을 설명할 수 없다. 재무 전략에 맞춰 현금 유출과 유입을 조절해 유동성을 늘리기도 하고, 줄이기도 한다. THE CFO가 유동성과 현금흐름을 중심으로 기업의 전략을 살펴본다.
SGC이테크건설이 부채비율 300%에 육박한 가운데 OCI그룹의 해외 계열사로부터 자금을 유치한다. 지난해 공사 미수금 증가로 영업활동에서 1000억원 넘는 현금 유출이 발생한 SGC이테크건설은 이번에 조달한 자금을 전액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이번 자금 유치로 부채비율이 소폭 떨어질 전망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SGC이테크건설은 지난달 31일 이사회를 열고 'OCIM Sdn. Bhd(이하 OCIM)'을 대상으로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단행하기로 결정했다. 향후 보통주로 바꿀 수 있는 상환전환우선주 73만주를 발행하는 조건으로 SGC이테크건설은 약 136억원을 확보하게 됐다.
이번 유증에 참여하는 OCIM은 OCI홀딩스가 지분 100%를 보유한 말레이시아 폴리실리콘 제조법인이다. SGC이테크건설과는 직접적인 지분 관계는 없는 곳이다. 단 SGC이테크건설과 OCIM은 넓게 보면 대주주 간 혈연 관계에 있다.
현재 OCI그룹은 지주사인 OCI홀딩스를 정점으로 OCI와 삼광글라스, 유니드 등 크게 3개 자회사로 구분된다. 창업주인 고(故) 이회림 명예회장의 삼형제가 각각 나눠 경영하고 있다.
이 가운데 SGC이테크건설은 차남인 이복영 회장과 그의 장남인 이우성 사장(SGC이테크건설 대표이사)이 경영권을 행사한다. 이번 이테크건설 유증에 참여하는 OCIM은 장남인 고 이수영 회장의 장남인 이우현 회장(OCI홀딩스 대표이사)이 경영권을 행사한다. 이우성 사장 입장에서 보면 사촌 형에게 지원을 요청한 것이다.
이번 유증의 특징 중 하나는 의결권이 없는 우선주로 진행된다는 점이다. 지난해 OCI그룹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며 '3세 시대'의 역할 분배를 마무리짓고 있는 만큼 경영에 개입할 수 있는 보통주가 아닌 우선주 발행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보통주로 전환할 수 있는 기간도 10년으로 긴 편이다.
SGC이테크건설은 이번 유증으로 부족한 운영자금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SGC이테크건설은 지난해 3분기까지 영업활동에서 1376억원의 현금이 유출됐다. 아직 받지 못한 공사대금(공사미수금)이 증가한 영향이다. 2023년 초 2217억원이던 공사미수금은 3분기 말 3381억원으로 증가했다. 이번 자금 조달과 별개로 올해 공사대금 회수에 집중해야 할 것으로 관측된다.
더불어 이번 자금 유치로 SGC이테크건설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말 289.1%에서 272.4%로 소폭 떨어질 것으로 추산된다. 업계 일각에서 제기되는 유동성 우려를 일단 잠재울 수 있을 것으로 풀이되지만, 부채비율이 200% 이상인 점은 여전히 주의를 요한다.
SGC이테크건설은 유증 대상으로 OCIM을 선정한 배경에 대해 "사업과 자본 제휴 등 경영상 목적 달성에 필요한 자금의 신속한 조달을 위해 투자자의 의향과 납입 능력, 시기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과거 SGC이테크건설은 OCIM의 생산시설 건설 작업에 참여한 경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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