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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오텍 유증·메자닌 승부수

HLB테라퓨틱스, 유증·CB 동시발행 신약임상 총력

차입금 상환·R&D 비용 부담에 2년 새 현금성 자산 600억 투입

김형석 기자  2024-04-25 15:53:56

편집자주

투자 유치는 곧 기업의 능력이다. 특히 뚜렷한 매출원 없이 막대한 자금을 연구개발(R&D)에 쏟는 바이오 기업에 있어 자금 확보는 '생명줄'과도 같다. 다만 투자금 규모에 따라 기업의 지배구조는 물론 기존 주주의 주식 가치가 달라질 수 있다. 자금 조달 목적 및 투자 조건 등을 면밀히 살펴야 하는 이유다. 펀딩난 속 자금을 조달한 기업과 이들의 전략을 짚어본다.
HLB그룹의 의약품 유통 계열사 HLB테라퓨틱스가 신약개발 임상에 총력을 기울이기 위한 자금조달 마련에 나섰다. 전사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안과질환 치료제와 항암제 신약에 힘을 싣기 위해서다.

현재로선 안정적인 재무지표를 나타내고는 있지만 수백억원에 달하는 임상과 R&D비용을 감당하는 데 부담이 따르는 만큼 외부 조달에 나섰다.

◇유증 신주 모회사 전액 인수·CB 개인 투자자 대거 참여

HLB테라퓨틱스는 이달 초 유상증자와 전환사채(CB) 발행으로 각각 100억원과 200억원을 조달했다. 유증 100억원은 지주사인 HLB가 전액을 투자해 신주 101만1122주를 취득했다. 이에 따라 지분율은 6.25%에서 7.49%로 늘었다.

HLB는 앞서 지난달 15일 HLB테라퓨틱스 주식 67만3000주를 시간외매매로 사들였다. 주당 매수가격은 9800원으로 총 인수가격은 66억원이다. 이는 에포케가 매각한 주식을 인수한 것으로 보인다. 에포케는 과거 노마드 제1호 조합을 통해 HLB테라퓨틱스 CB를 인수한 업체로 알려졌다.


200억원 규모의 CB는 모브신기술조합 제273호와 이씨파트너스코리아가 각각 40억원과 5억원을 인수했다. 나머지 금액은 이광호·김수진 등 30명의 개인이 맡았다.

표면이자율과 만기이자율은 각각 1%, 2%다. 최근 바이오텍 조달 시장은 발행사가 아닌 투자사(바이어스 마켓) 중심으로 움직이는 점, 여전히 고금리 추이가 이어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낮은 금리다.

◇조달자금 전액 GBM·NK 치료제 개발에 투입

확보자금 전액은 개발중인 항암제인 재발성 교모세포종(GBM) 치료제 'OKN-007'와 안과질환치료제 신경영양성각막염(NK) 치료제 'RGN-259'의 개발자금으로 활용한다.

세부적으로 GBM 치료제 개발자금으로 GBM 개발자금은 유증 100억원과 CB발행자금 150억원 등 총 250억원을 투입한다.

악성 뇌종양인 GBM은 5년 생존율이 7% 미만인 희귀질환이다. 테모달과 아바스틴이 치료제로 승인된 후 15년 가까이 신약이 개발되지 않아 치료옵션 수요가 크다.

OKN-007는 HLB테라퓨틱스는 미국 자회사 오블라토(Oblato)가 개발을 전담하고 있다. 오블라토는 지난해 7월 GBM 재발환자에 대한 임상 2상에 대한 중간분석 결과를 발표한 이후 추적관찰을 진행 중이다. 연내 최종 임상 결과를 확인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HLB테라퓨틱스는 250억원을 모두 오블라토 추가지분 매입에 쓸 예정이다. HLB테라퓨틱스가 오블라토의 지분 100%를 보유한 만큼 오블라토가 발행하는 신주를 인수할 것으로 보인다. 임상 2상 비용으로 100억원 안팎의 자금이 필요한 것을 감안하면 일부 자금은 향후 3상 자금으로도 활용할 수 있을 전망이다.

나머지 50억원은 NK치료제인 RGN-259의 임상자금으로 활용한다.

NK는 각막 감각의 감소나 소실을 발생시키는 퇴행성 각막 질환이다. 유병률이 1만명 당 1명에 불과한 희귀질환이다. 현재 NK치료제로는 2018년 FDA 허가를 받은 이탈리아 돔페(Dompe)의 ‘옥서베이트’가 유일하다. 하지만 한 달 약값이 5만4000달러(약 7000만원)에 달해 환자 부담이 크고 복잡한 투약준비 과정과 짧은 사용기간의 단점이 있다.

HLB테라퓨틱스가 개발 중인 RGN-259는 1회용 점안제로 일반 점안제처럼 사용하고 보관할 수 있는 게 큰 장점이다. 향후 옥서베이트 대비 가격경쟁력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HLB테라퓨틱스는 자회사인 리젠트리(ReGenTree)와 함께 미국(SEER-2)과 유럽(SEER-3)에서 동시에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 3상에서 유효성이 입증되면 판권이전과 협력분야 확장 방안을 검토할 계획이다.

HLB테라퓨틱스 관계자는 "이번 300억원 규모의 자금조달은 기존 부채상환이 아닌 전액 신약개발에 투입하기 위해 추진됐다"며 "OKN-007와 RGN-259 모두 임상 중간결과에서 해외 빅파마들의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올해 말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라이선스아웃(L/O)도 검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유 현금 272억원…R&D비용·차입금 상환 감안 시 추가 조달 필요

신약개발을 위한 임상2·3상을 위해선 자체적으로 200~300억원이 자금이 필요하다. 다만 HLB테라퓨틱스의 재무 여력상 자체적으로 이 같은 자금을 조달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해 HLB테라퓨틱스의 별도기준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510억원과 13억원이다. 영업이익만으로 수백억원의 자금을 마련하기 어렵다.


자체 보유한 현금성 자산은 상대적으로 양호하다. 지난해 말 HLB테라퓨틱스가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272억원이다. 다만 올해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 80억원과 R&D 비용 등을 감안하면 확보 자금은 넉넉하지만은 않다.

임상 비용 등 R&D 비용과 차입금 상환 등으로 2021년 말 984억원에 달하던 현금 자산은 2년 만에 4분의 1수준으로 줄었다.

실제 잉여현금흐름(FCF)은 122억원이 순유입됐다. 1년 전 2억원 유출과 비교하면 현금흐름은 안정됐지만 신약 개발에 수백억원을 투입할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 영업·투자자산 처분 시 확보할 수 있는 내부순현금흐름(ICF) 역시 129억원에 불과하다.

HLB테라퓨틱스 관계자는 "자사 규모를 감안하면 외부 조달 없이 두 건의 임상 자금을 마련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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