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흔 현대트랜시스 재경본부장(전무)이 현재 임기 마지막 해를 보내는 가운데 '자금 조달'이 최우선 임무가 될 전망이다. 현대트랜시스는 올해 역대 최대 규모의 설비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사내이사인 이 전무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한 차례 재선임된 그가 다시 한번 신임을 받을 여지도 배제할 수 없다.
이 전무는 2020년 3월 최초 선임됐다. 1964년생으로 충남대를 졸업한 그는 현대자동차 미국법인(HMA) 최고재무책임자(CFO)와 재경사업부장, 현대위아 재경본부장을 차례로 지낸 뒤 2019년 현대트랜시스가 현대다이모스와 현대파워텍의 통합으로 탄생한 이듬해에 CFO 자리인 재경본부장에 앉았다.
CFO는 크게 재무 부서에서 성장한 그룹과 재무 외에 기획과 투자, 구매 등 다양한 부서를 경험하며 성장한 그룹으로 나뉜다. 현대차그룹 CFO들은 대부분 전자에 해당하는 인물들이 많다. 지난해 말 선임된 현대차의 이승조 전무, 현대모비스의 박기태 전무도 대부분의 경력을 재무 부서에서 쌓았다. 이 전무도 여기에 해당한다.
이 전무의 전임으로 현대트랜시스 초대 CFO는 김원진 전 부사장이다. 김 전 부사장은 이 전무에게 자리를 넘긴 뒤 현대건설 경영지원본부장과 현대제철 재경본부장을 지냈다. 지난해 말 퇴임했다. 단 현대트랜시스에서 CFO로 근무한 기간은 1년으로 올해 5년차를 맞은 이 전무와 비교하기 어렵다.
그간 현대트랜시스는 이 전무와 함께 성장을 거듭했다. 이 전무가 CFO에 선임되기 직전인 2019년 말 5조7561억원이던 자산은 2023년 말 8조160억원으로 39%(2조2599억원) 커졌고, 같은 기간 매출액은 7조6780억원에서 11조6939억원으로 52%(4조158억원) 늘었다. 매년 영업이익을 냈지만 수익성(영업이익률)은 0.8~2.2%를 오르내렸다.
이런 가운데 현재 이 전무의 임기 만료가 한 해 앞으로 다가왔다. 2022년 3월 사내이사에 재선임된 이 전무의 임기 만료일은 2025년 3월이다. 현대차그룹 CFO 중 3연임에 성공한 인물(기아의 주우정 부사장)이 있지만 대부분 2연임을 마치고 퇴임하거나 다른 직책으로 자리를 옮겼다. 올해가 이 전무의 임기 마지막 해일 가능성이 크다.
올해 이 전무의 최우선 임무는 자금 조달로 풀이된다. 현대트랜시스가 올해 계획한 국내외 설비투자 규모는 6915억원으로 통합 법인 출범 후 최대액이다. 지난해 말 기준 회사는 순부채 상태로 현금및현금성자산보다 전체 차입금(사채 포함)이 1조원 이상 더 크다. 기존 차입금을 차환하는 것과 동시에 신규 차입을 해야 투자금을 마련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 전무는 최근 2년간 단기차입 의존도를 높였다. 전체 차입금에서 단기차입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9년 말 31%에서 2021년 말 19%로 하락했으나 2022년 말 44%, 2023년 말 45%로 상승했다. 특히 단기 은행대출이 늘었는데, 오랜 고금리로 시장금리와 대출금리 차이가 좁아진 상황에서 1년 넘게 많은 이자비용을 부담하는 사채 발행은 뒷순위로 밀렸다.
자금 조달은 이 전무에게 익숙한 업무다. 지난 임기 동안 현대트랜시스는 전방 산업의 친환경차 전환에 발맞춰 대규모 설비투자를 진행했다. 매년 영업활동현금흐름을 넘어서는 규모의 투자를 반복했기 때문에 차입은 불가피했다. 다만 계속된 차입으로 이자비용 부담이 커지고 부채비율이 상승했기 때문에 어느 해보다 조달비용을 고려한 전략이 요구된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1월 현대트랜시스에 대해 "계열 전반적으로 친환경차로 전환이 계속되는 점을 감안하면 당분간 전동화 관련 투자 부담으로 재무부담 완화는 어려울 전망"이라면서도 "순차입금/EBITDA 지표는 2023년 9월 말 2.2배로 2020년 말과 유사한 수준이며 대외 신인도와 시장 접근성 등 재무 융통성도 우수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