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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사 재무분석

'끊김없는 투자' 현대트랜시스, 끊임없는 차입

2019년 출범 후 매년 대규모 차입으로 부채비율↑…"전동화 전환 위한 투자"

양도웅 기자  2024-04-09 14:17:06

편집자주

비상장사는 공개하는 재무정보가 제한적임에도 필요로 하는 곳은 있다. 고객사나 협력사, 금융기관 등 이해관계자들이 거래를 위한 참고지표로 삼는다. 숨은 원석을 찾아 투자하려는 기관투자가에겐 필수적이다. THE CFO가 주요 비상장사의 재무현황을 조명한다.
현대트랜시스가 친환경차 전환에 발맞춰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는 가운데 부족한 투자금을 메우기 위해 대규모 차입을 반복하고 있다. 현대트랜시스는 현대자동차그룹의 부품 계열사로 파워트레인과 시트를 제작·판매하는 회사다. 다른 부품 계열사인 현대모비스, 현대위아와 달리 비상장사다. 주요 매출처는 현대차와 기아, 현대모비스, 현대위아 등이다.

지난해 현대트랜시스는 유·무형자산 취득을 위해 총 5792억원을 지출했다. 유형자산은 토지와 건물, 기계장치 등 파워트레인과 시트를 제작하는 데 필요한 물리적 형태의 자산이다. 무형자산은 소프트웨어와 개발비 등 실체가 없지만 사업에 필요한 자산이다. 이 가운데 개발비는 연구개발 프로젝트 가운데 사업성이 있는 프로젝트를 가리킨다.

현대트랜시스는 '전동화 제품 라인업 확대'와 '천연 자원을 활용한 친환경 시트 개발' 등을 위해 유·무형자산을 취득했다. 국내를 포함해 미국과 인도네시아에 있는 생산시설을 전동화 제품과 친환경 시트 생산에 맞게 최신화 하는 투자다. 이 가운데 현대차와 기아의 공장이 있는 미국 조지아주에 전기차 전용 시트 공장을 짓는 데 역점을 두고 있다.


유·무형자산 취득에 쏟은 투자금은 현금창출력을 뛰어넘는 규모다. 지난해 현대트랜시스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3204억원으로 투자금보다 2587억원이 적었다. 현대트랜시스는 부족한 투자금 대부분을 은행 대출과 사채 발행 등으로 메웠다. 특히 우리은행과 하나은행, 일본의 미쓰이스미토모(SMBC)은행 등으로부터 대규모 단기 대출을 일으켰다.

대규모 차입을 하면서 지난해 현대트랜시스 부채비율은 161.7%에서 171.8%로 상승했다. 전체 차입금이 전체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율인 차입금의존도도 19.0%에서 23.4%로 올랐다. 부채비율은 2019년 현대트랜시스가 현대다이모스와 현대파워텍의 합병으로 출범한 이후 가장 높은 수치였다.
(기준: 연결 재무제표)

현대트랜시스는 출범 후 5년간 단 한 해도 순차입(리스부채는 제외)이지 않은 적이 없었다. 매년 돈을 빌린 규모가 돈을 갚은 규모보다 많았다는 뜻이다. 2019년부터 2023년까지 순차입 규모는 1548억원, 2331억원, 831억원, 2868억원, 2489억원이었다. 이 기간 부채비율은 매년 상승하며 재무안정성은 다소 약화됐다.

순차입이 5년간 이어진 건 지난해처럼 매년 현금창출력을 뛰어넘는 규모로 투자를 지속 했기 때문이다. 영업활동현금흐름에서 유·무형자산 취득액을 차감한 잉여현금흐름은 매년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이 때문에 공장 증설과 생산설비 최신화, 개발비 확보에 필요한 투자금을 은행 대출과 사채 발행으로 상당 부분 확보했다.

현대트랜시스의 순차입 기조가 올해도 이어질지는 예상할 수 없지만, 대규모 투자는 계속될 예정이다. 현대트랜시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계획한 국내외 시설투자 규모는 6915억원으로 지난해보다 1600억원이 많다. 올해 현금창출력이 크게 향상되지 않으면 신규 차입을 하거나 기존 보유 현금 중 일부를 사용하는 게 불가피하다.

현대트랜시스 관계자는 "전동화 전환을 위해 미국뿐 아니라 국내외 여러 곳에 (대규모)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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