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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장사 재무분석

현대트랜시스, NCF 급증 원동력 '운전자본 효율'

순영업활동현금흐름 875억→2407억…현대차·기아 고급화 전략에 수익성 전망 상향

강용규 기자  2023-10-04 16:12:01

편집자주

비상장사는 공개하는 재무정보가 제한적임에도 필요로 하는 곳은 있다. 고객사나 협력사, 금융기관 등 이해관계자들이 거래를 위한 참고지표로 삼는다. 숨은 원석을 찾아 투자하려는 기관투자가에겐 필수적이다. THE CFO가 주요 비상장사의 재무현황을 조명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자동차부품 계열사 현대트랜시스가 전년 대비 눈에 띄게 좋아진 현금 창출능력을 보이고 있다. 순이익이 늘어나기도 했지만 운전자본의 효율적 관리에서 만들어진 현금흐름이 영업활동 현금흐름의 확대를 견인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트랜시스의 주요 고객사인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판매량 증가와 함께 생산차종의 고급화를 병행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현대트랜시스도 당분간 준수한 영업활동 현금 창출력을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대트랜시스는 2023년 상반기 말 연결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 보유량이 7846억원으로 집계됐다. 2022년 말보다는 1.7% 늘어나는 데 그쳤으나 전년 동기와 비교하면 55.5% 증가했다.

현대트랜시스는 순영업활동 현금흐름(NCF)이 2022년 상반기 875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2407억원으로 175.2%(1532억원) 급증하면서 현금 보유량 증가세를 견인했다. 다만 이 기간 순이익은 868억원에서 1097억원으로 229억원 늘어났을 뿐이다. 현금흐름의 대부분은 -1561억원에서 -638억원으로 924억원 순증가한 ‘영업활동으로 인한 자산부채 변동’ 항목, 즉 운전자본의 운용 과정에서 발생했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운전자본 중에서도 원재료 매입이나 각종 어음거래 등 현금흐름과 직결되는 순운전자본(매출채권과 재고자산의 합에서 매입채무를 뺀 값)의 변동을 살펴보면 올해 상반기 현대트랜시스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어음 거래를 더욱 효율적으로 진행하고 있다는 점이 나타난다.

이 기간 현대트랜시스는 매입채무 증감에 따른 현금흐름이 1658억원에서 1191억원으로 467억원 줄었다. 반면 매출채권 증감에 따른 현금흐름은 -1736억원에서 -572억원으로 1164억원 순증가했다. 어음 거래에서만 697억원의 추가 현금흐름이 발생했다는 말이다.

지난해 상반기와 올해 상반기 모두 재고자산이 늘어나면서 현금흐름이 경색되기는 했으나 그 규모는 943억원에서 798억원으로 145억원 줄었다. 그만큼의 현금흐름이 더해졌다는 의미다.

이 기간 재고자산 총계만 따지면 7929억원에서 8369억원으로 늘었다. 회계상으로는 440억원의 현금흐름 경색 요인이다. 다만 재고자산 회전수(연환산 매출원가를 기초재고와 기말재고의 평균으로 나눈 값)가 12.2회에서 13.8회로 높아졌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대트랜시스의 늘어난 재고자산은 순이익 형태로 영업현금흐름 증가에 기여했을 공산이 크다.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현대트랜시스의 운전자본 운용 효율성이 개선된 근거는 현대자동차그룹의 ‘형님들’인 현대차와 기아의 영업 호조로 파악된다. 현대트랜시스는 시트와 파워트레인 부품 등 완성차 주요 부품을 생산하는데 계열 고객의 매출비중이 해마다 95% 안팎을 차지한다.

현대차는 완성차 생산대수가 지난해 상반기 175만21대에서 올해 상반기 200만2361대로, 기아는 133만2501대에서 152만2623대로 각각 14%씩 늘었다. 이 기간 현대트랜시스의 공장 가동률도 79%에서 94.3%로 높아졌다. 현대트랜시스는 전방 고객사의 부품 수요 증가에 대응해 생산활동을 늘리는 과정에서 현금흐름이 원활해지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현대트랜시스의 영업활동 현금 창출능력이 당분간 준수하게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현대차와 기아가 완성차 생산량만을 늘리는 것이 아니라 전기차와 SUV, 제네시스 브랜드 등 고급 차종의 생산 비중도 확대하는 중장기 사업전략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트랜시스도 자연히 고급 부품 위주로 생산활동을 늘려나가야 한다.

현대트랜시스 관계자는 “파워트레인사업은 그룹의 전동화 전략에 맞춰 기존 내연기관차용 부품에서 전기차 및 하이브리드차용 부품으로 무게추를 옮겨가고 있으며 시트사업 역시 고급 제품 중심으로 생산을 확대하는 중”이라며 “이 과정에서 단순히 제품 생산량만 늘어나는 것이 아니라 수익성 역시 좋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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