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LG화학, 석유화학 순자산가치 '10조'…밸류에이션 향방은

4년 전 SKC 화학사업 매각 재조명, 수익가치 증명 관건 "예측 쉽지 않다"

박기수 기자  2024-03-15 07:34:02
나프타분해시설(NCC)만 매각할 것인가, 아니면 석유화학 사업부 일체를 매각할 것인가. LG화학의 석유화학 사업부 전면 구조조정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 업계는 전자보다 후자의 가능성에 무게를 싣고 있다.

관건은 밸류에이션이다. 석유화학 사업부 일체를 판다고 가정하면 현재 시점에서 얼마를 받을 수 있을지다. 이에 LG화학 석유화학 사업부문의 순자산가치와 향후 창출할 미래현금흐름 규모가 얼마일 지도 업계의 조명을 받고 있다.

◇NCC만 파는건 의미없다…석유화학 순자산가치 '10조'

업계에서 거론되는 LG화학 석유화학 사업의 향방은 두 가지 시나리오다. 나프타분해시설(NCC)와 일부 석유화학 내 한계사업만 매각할 것인지, 아니면 석유화학 사업 전체를 떼어내 지분 일부를 매각할 것인지다. 어떤 시나리오가 발동되느냐에 따라 LG화학이 확보할 현금량도 달라진다. 다만 석유화학 업계는 전자보다 후자의 가능성이 높다고 바라본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나프타분해시설(NCC)만 따로 떼어서 매각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시나리오는 아니지만 NCC를 팔게 되면 NCC에서 나오는 제품을 원료로 쓰는 수지 생산을 위해 외부에서 에틸렌이나 프로필렌 등을 수급해야 하기 때문에 결국 사업부 전체의 비효율을 초래할 수 있다"라면서 "NCC를 판다고 하는 것은 통상 석유화학 사업 전체 스트림을 전격적으로 구조조정한다는 의미에 가깝다"고 말했다.

석유화학업계 관계자는 "여수 공장이나 대산 공장 중 한 곳만 팔 수 있겠지만 매수자나 매도자 입장에서 봐도 현재 상황에서 석유화학 사업부의 일부만 인수·매각하는 것은 매력적인 선택지가 아닐 수 있다"라면서 "LG화학 입장에서도 NCC 외 중·단기적으로 실적 회복이 용이해보이는 제품군 생산라인까지 매도해 딜의 매력성을 높이는 쪽이 나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업계에 따르면 LG화학은 여수 NCC 시설 매각으로 약 3조원의 현금 유입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석유화학 사업부 전체를 물적분할해 지분 일부를 매각할 경우 더 많은 현금 유입이 가능하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 LG화학 석유화학 사업부의 자산은 15조1442억원이다. 이중 채권자 몫인 4조8740억원을 제외하면 순자산가치는 약 10조2702억원이 나온다. 석유화학 사업을 분할해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 지분인 51%만 남겨놓고 나머지 지분 49%의 순자산가치는 약 5조324억원으로 추산된다. 만약 경영권까지 매수자에게 넘기면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고려할 수 있다.

◇SKC 사례 재조명, 영업이익 전망 어둡지만 쉽게 예측 불가

기업 밸류에이션 과정에서 고려되는 또 하나의 중요한 가치는 기업의 수익가치다. 기업이 장래 얼마나 이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 여부를 고려해 매각가에 고려한다. 이는 4년 전 수익가치법을 통해 밸류에이션을 매겼던 SKC의 화학사업부 매각 사례를 참고해볼 법 하다. 매각 대상도 이번에 LG화학 석유화학사업 잠재 인수자로 떠오르는 쿠웨이트 국영 석유회사 KPC(Kuwait Petroleum Company) 계열이었다.

우선 SKC는 화학사업부 일체를 물적 분할해 SK피아이씨글로벌을 세우고, 지분 49%를 5358억원에 매각했다. 이 5358억원이라는 가격은 기업가치 산출법 중 하나인 현금흐름할인법(DCF)에 의해 평가됐다.

DCF 모형은 기업의 향후 세전영업이익을 예측해 상각비와 CAPEX, 영업부채를 반영해 기업의 잉여현금흐름(Free Cash Flow to Firm, FCFF)를 구한뒤 향후 낼 세후 영업이익의 현재가치와 순차입금을 반영해 구한다. 다시 말해 기업가치를 높게 평가받기 위해서는 향후 기업의 세전영업이익 창출 전망이 밝아야 한다.

SK피아이씨글로벌은 2019년 회계법인 실사 당시 향후 5년간 세후 영업이익으로 합산 6755억원을 낼 것으로 여겨졌다. 여기에 계속영업을 위한 CAPEX 투자 등을 반영해 FCFF는 5년 합산 4457억원을 낼 것으로 평가받았다.

여기에 할인율을 적용하고 향후 계속해서 사업할 때 매년 낼 영업이익을 현재가치로 적용한 값 등을 합산해 SK피아이씨글로벌은 총 1조3756억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여기서 채권자 몫인 2953억원을 제외해 자기자본에는 1조553억원이라는 가격표가 붙었다. 여기서 49%를 적용하면 5402억원, 실제 매각가인 5358억원과 큰 차이가 없다.


LG화학이 석유화학 사업부를 매각한다면 DCF 모형이 적용될 수 있다. 다만 시기가 아쉽다. LG화학 석유화학 사업은 작년 144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해 역시 증권가 컨센서스에 따르면 영업적자 지속이 예상된다. 기업의 매각 타이밍이 중요한 배경이다.

다만 향후 5년간 LG화학의 석유화학 사업부의 현금흐름을 '계속 좋지 않을 것이다'라고 판단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글로벌 수급 상황이 어떻게 바뀔지 예상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더구나 LG화학은 국내 굴지의 석유화학 기업답게 규모도 상당하고 제품군도 매우 다양하다. 프로필렌옥사이드(PO), 프로필렌글리콜(PG)만을 주로 생산하는 SK피아이씨글로벌 사례와 비교하면 향후 세전영업이익 규모 예측이 훨씬 복잡한 셈이다.

예를 들어 LG화학은 다른 국내 석유화학 기업들이 영업손실에 가까운 실적을 낼 시기에 침체기를 버텨내는 모습을 보였다. 다양한 석유화학 제품 포트폴리오를 구축한 덕이다.

일례로 롯데케미칼(기초소재), 여천NCC, 한화토탈에너지스 등 기초유분 제품의 비율이 높은 국내 화학사들의 경우 2020년과 2022년 영업적자 혹은 영업적자 직전까지 가는 부진한 성적을 냈던 바 있다.

LG화학도 견조한 성적표를 받지는 못했지만 '방어'에 성공했다. 실제 LG화학 석유화학 사업은 2022년 1조745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성과를 보였다. 그리고 직전 해에는 ABS 등 고부가가치 제품의 수혜로 무려 4조815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는 대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