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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LG화학은 2022년까지는 차입보다는 상환 기조에 가까웠다. 실제 별도 현금흐름표를 보면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개년동안 차입금 증가보다 상환액이 더 많았다. 2020년에는 8354억원,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208억원, 5126억원의 순상환 기조를 보였다.
여기에 2022년에는 LG에너지솔루션 기업공개(IPO) 과정에서 구주 매출로 약 2조5500억원의 현금이 유입되기도 했다.
기조가 바뀐 것은 작년이다. 작년 LG화학은 3분기 누적 별도 기준 6조3535억원의 차입을 일으켰다. 상환액은 3조7637억원으로 2조5898억원의 순차입이 이뤄졌다.
차입 증가가 이뤄진 가장 큰 이유는 영업활동에서 창출되는 현금흐름이 둔화하면서다. 작년 3분기 누적 LG화학의 별도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1조1003억원으로 2022년 3분기 누적 EBITDA 2조4535억원 대비 55% 가량 감소했다.
LG화학의 별도 기준 실적은 말 그대로 LG에너지솔루션 등 자회사들을 제외한 LG화학 본사만의 실적을 나타낸다. 다만 석유화학·첨단소재 사업 부문의 해외 자회사들의 실적도 제외하기 때문에 배터리 사업을 제외한 LG화학의 실적이라고 100% 볼 수는 없지만 대략적인 흐름은 파악할 수 있다.
최근 LG화학이 밝힌 재무성과를 통해 작년 배터리 사업을 제외한 LG화학의 현금창출력을 가늠해 볼 수도 있다. 지난 달 말 LG화학이 실적발표회를 통해 밝힌 연결 영업이익과 EBITDA는 각각 2조5290억원과 6조4860억원이다. 영업이익 2조5290억원 중 LG에너지솔루션의 영업이익은 2조1632억원으로 비중은 약 85.5%다. 이 비율대로 계산한 LG에너지솔루션 제외 LG화학의 연간 EBITDA는 약 9410억원으로 1조원 미만이다.
EBITDA 감소는 위축된 업황에 영향을 받은 석유화학 사업 부문 때문이었다. 작년 석유화학 사업 부문은 영업손실로 1430억원을 기록했다.
관건은 앞으로다. LG에너지솔루션 외 LG화학도 최근 양극재 등 첨단소재 사업 확대를 위해 수조원의 시설투자에 나서고 있다. LG화학이 밝힌 작년 투자 집행액은 약 3조4000억원이다. EBITDA를 크게 뛰어넘는 금액이다. 매출채권과 매입채무 등 운전자본 조절을 통해 마련하기도 큰 거액이다. 재원 마련은 조달을 통할 수밖에 없었고 이는 작년 LG화학의 별도 순차입이 급증한 배경이다.
올해 이후에도 LG화학은 매년 투자로 4조원 안팎을 쓴다는 계획이다. 특히 올해는 북미 지역 양극재 공장 건설이 본격적으로 착수돼 작년 수준 이상의 CAPEX 지출이 예상된다.
LG화학도 재원 조달에 대한 입장을 내놨다. 최근 콘퍼런스 콜에서 LG화학은 "현금 창출능력이 다소 저하된 상황이라서 전체적으로 현금흐름은 2~3조 수준 적자가 예상된다"라면서 "대부분 차입으로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글로벌 신용등급이나 재무 건전성에 영향을 줄 수준은 아닌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자회사 LG에너지솔루션도 같은 상황이다. 전기차 수요 둔화로 증권가에서는 북미 지역 세액공제혜택(AMPC)을 제외하면 LG에너지솔루션이 영업적자까지 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10조원의 CAPEX 지출을 예고했다.
재계 관계자는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의 재무구조가 현재까지는 건전한 상태지만 올해 이후 양 사가 동시에 현금흐름이 둔화하고 투자는 확대돼 재무구조 내 부채 부담이 빠른 속도로 가중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은 아직까지 건전한 재무건전성을 보이고 있다. 작년 3분기 말 기준 LG화학의 연결 기준 부채비율은 87.4%, 별도 기준은 68.7%다. LG에너지솔루션도 작년 3분기 말 연결 기준 부채비율로 83.1%를 기록하는 등 100% 미만을 유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