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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집단 톺아보기

김영달 아이디스 회장 '독자 체제' 공고, 승계는 아직

⑥지주사 지배력 과반 육박, '순환 출자' 효과도…2세 지분 증여 전무

김소라 기자  2024-02-29 07:55:45

편집자주

사업부는 기업을, 기업은 기업집단을 이룬다. 기업집단의 규모가 커질수록 영위하는 사업의 영역도 넓어진다. 기업집단 내 계열사들의 관계와 재무적 연관성도 보다 복잡해진다. THE CFO는 기업집단의 지주사를 비롯해 주요 계열사들을 재무적으로 분석하고, 각 기업집단의 재무 키맨들을 조명한다.
산업용 IT 기기 제조 그룹 '아이디스'가 공고한 단일 지배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30개 이상 계열사를 거느린 기업 집단으로 성장한 그룹은 창업주 김영달 회장 휘하 아래 상호간 복합적인 지분 관계를 형성 중이다. 김 회장은 주요 계열사마다 겸직하며 사업을 직접 통솔하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

김 회장은 1997년 법인 설립 후 줄곧 최고경영자(CEO) 자리를 지켜왔다. 올해로 27년째다. 카이스트 대학원 박사 과정 시절 자본금 5000만원에 아이디스(현 아이디스홀딩스)를 출범시켰다. 2010년 초 인적 분할로 지주사가 된 아이디스홀딩스 자본금은 현재 50억원에 달한다. 설립 당시 대비 약 100배의 외형 성장을 거뒀다.

아이디스 그룹은 강력한 지배 체계를 구축하고 있다. 지배 구조 최상위에 위치한 김영달 회장과 산하 지주사 '아이디스홀딩스' 아래 다수 계열 법인을 거느린 그림이다. '아이디스', '코텍', '빅솔론', '아이디피' 등 총 4곳의 종속 법인이 그룹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다. 이를 주축으로 다수 손자 회사들이 뿌리내린 구조다.

공고한 수직 체계가 그룹의 뼈대가 돼주고 있다. 이는 '김영달 회장→아이디스홀딩스→아이디스'로 이어지는 연결 고리다. 지배 구조 정점의 김 회장을 시작으로 아래 2개사를 관통하는 각각의 고리가 단단히 고정된 모습이다. 2011년 실시한 인적 분할이 이같은 공고한 지배 구조 형성 단초를 만들었다. 신설 분할 법인 아이디스 지분 보유분을 지주사 아이디스홀딩스에 넘긴 김 회장은 대가로 지주사 신주를 받으며 자연스럽게 전체 지분을 재배치했다.


구체적으로 김 회장은 과반에 달하는 지배력을 확보했다. 특수관계인을 포함해 총 47%대 지분으로 지주사를 지배하고 있다. 그룹 계열 법인들이 특수관계인으로 지배력에 보탬이 돼주고 있다. 코텍, 아이베스트, 링크제니시스 등이다. 이들은 모두 합쳐 아이디스홀딩스 지분 약 11%를 들고 있다. 오너 가족 회사인 '씨엔에이코리아'도 2.6%의 지분을 보유 중이다.

법적으로 지주 회사 대상 제재를 받지 않고 있는 점이 지배력 면에선 외려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아이디스홀딩스는 2018년 지주 회사에서 탈퇴했다. 직전해인 2017년 공정거래법상 지주사 요건이 기존 별도 자산총계 1000억원에서 5000억원으로 상향된 영향이다. 당해 말 아이디스홀딩스 별도 자산총계는 3000억원에 채 못미쳤다. 결과적으로 지주사에 대한 상호·순환 출자 금지 요건에서 자유로워지면서 계열사를 지배력 강화 수단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자기주식도 상대적으로 활용 가능성이 커졌다. 이미 공고한 지배 체계를 형성한 덕에 그룹 지배력 안전판으로 역할할 필요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다만 당장 이를 매각 혹은 소각하거나 외부 우호지분을 확보할 목적으로 이용할 가능성은 낮다는 입장이다. 이달 기준 아이디스홀딩스는 12.7%의 자기주식을 보유 중이다.

아이디스홀딩스 관계자는 "과거엔 대주주 지배력이 낮았기 때문에 이를 보완하기 위한 목적으로 자사주를 보유했던 측면이 있었다"며 "지금은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향후 활용 가능성에 대해선 경영진이 판단할 사항이라 본다. 현재로선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그룹 세대 교체 역시 당면 과제는 아니라는 설명이다. 2세 승계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없다는 입장이다. 실제 김 회장이 자제를 대상으로 지분 등을 증여한 흔적은 없다. 2세도 그룹 내 재직하지 않고 있다. 공시 등을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은 없으나 김 회장 아들은 현재 대학생 신분이다. 경영 수업을 받는 단계는 아닌 것으로 파악된다.

결과적으로 향후 승계 이슈는 부각될 전망이다. 2세가 특수관계인으로 포함돼 있지 않은 만큼 장기적으로 지분을 확보하는 일이 주요 과제가 될 것으로 해석된다. 가업 승계를 위해선 지배력 무게 중심을 옮기는 것이 필수적인 사전 작업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김 회장이 활발한 행보를 펼치고 있다 보니 단기적으론 이렇다 할 변화는 없을 것이란 설명이다.

아이디스홀딩스 관계자는 "김 회장이 아직 승계가 급한 나이도 아니고 경영 전반에 열의를 갖고 임하고 있다"며 "밤낮, 주말 없이 그룹 성장을 위한 방향을 다각도로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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