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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 리스트럭처링 전략

SK E&S, 포트폴리오 대전환 자금줄은 도시가스 자회사

④배당금수익 3년간 1.4조로 급증…부산도시가스 등 기여도 우수

이민호 기자  2024-02-07 13:38:57

편집자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재무안정성을 제고하고, 적정 유동성을 관리하기 위해 다양한 재무 리스트럭처링(Financial Restructuring) 전략을 짠다. 비주력 사업과 유휴 자산 매각부터 계열사 간 통합, 운전자본 최적화 등 구체적인 실행 방법은 다양하다. 미래 현금 창출력 확대를 뒷받침할 재무 구조를 만드는 움직임이다. THE CFO는 주요 기업들의 재무 리스트럭처링 전략을 살펴본다.
SK E&S는 그린 포트폴리오 전략 이행을 위한 자금 조달원 중 하나로 도시가스 자회사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2021년부터 3년간 특수관계자로부터 끌어올린 합산 배당금수익은 1조4000억원이 넘었다.

이 과정에서 핵심 자회사인 부산도시가스는 보유 부동산을 매각해 매각대금 일부를 SK E&S로 올려보내기도 했다. 배당과 유상감자 부담이 이어질 경우 도시가스 자회사들의 재무건전성에도 부담이 될 수 있다.

◇배당금수익 3년간 1.4조…주요 조달원 역할

SK E&S는 2021년 SK 투자센터장 출신 추형욱 대표이사 사장 부임 이후 그린 포트폴리오 전략을 앞세워 △재생에너지 △수소에너지 △에너지솔루션 △저탄소LNG의 4대 핵심사업 관련 국내외 기업에 대한 공격적인 지분투자를 개시했다. 이 과정에서 투자금 마련을 위해 대대적인 조달에 나섰다. 2021년과 지난해 상환전환우선주(RCPS)를 발행해 3조1350억원을 충당하고 약 3년 만에 차입금도 1조7000억원 이상 늘린 것이 대표적이다.


또다른 핵심적인 조달원 역할을 한 것이 자회사로부터의 배당금수익이다. SK E&S는 그동안 자회사로부터 배당금을 많이 수취하는 편은 아니었다. SK E&S의 별도 기준 특수관계자로부터 거둬들인 배당금수익은 2018년 1225억원, 2019년 1579억원, 2020년 1856억원이었다. 그린 포트폴리오 전략을 처음 주창한 2021년까지만 해도 1367억원으로 큰 변화가 없었다.

특수관계자로부터의 배당금수익은 2022년부터 크게 뛰었다. 2022년 5079억원이었고 지난해 3분기 누적으로는 7668억원에 이르렀다. 2021년에 플러그파워(Plug Power), KCE(Key Capture Energy), 레브리뉴어블(Rev Renewables) 등 미국기업에 대한 지분투자가 집중되면서 미국 자회사 SK E&S 아메리카(SK E&S Americas)에 대한 현금출자가 급증하자 현금보강의 수단으로 배당금수익을 늘린 것이다. SK E&S가 약 3년간 특수관계자로부터 끌어올린 합산 배당금수익은 1조4115억원으로 같은 기간 차입금 증가분(1조7408억원)과 비슷할 정도다.

◇부산도시가스 높은 기여도…도시가스 자회사 재무건전성 주의보


SK E&S에 대한 배당금 지급을 책임진 곳은 대부분 도시가스 자회사다. SK E&S는 전국 8개 권역을 대상으로 약 450만 가구에 도시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하남과 위례에서 열병합발전소를 운영하는 나래에너지서비스와 지난해 여주에서 천연가스발전소 가동을 시작한 여주에너지서비스는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다.

이들 도시가스 자회사는 특정 지역에 대한 독점적인 시장 지위를 바탕으로 현금흐름을 안정적으로 창출하고 있는 것이 최대 강점이다. 여기에 2019년 1월 지분 49%를 태국 에너지기업 EGCO에 8967억원에 매각해 지분율이 51%로 줄어든 파주에너지서비스를 제외하면 나머지 도시가스 자회사에 대해서는 SK E&S가 지분 100%를 보유해 외부주주에 대한 유출 없이 배당금을 온전히 수취할 수 있다.

특히 도시가스 자회사 중에서도 부산 전역에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부산도시가스의 기여도가 돋보였다. 부산도시가스가 지급한 배당금은 2019년 37억원, 2020년 74억원, 2021년 74억원에 불과했지만 2022년 2000억원에 이어 지난해 3분기 누적 3974억원으로 크게 뛰었다. 2021년말 자본총계 7691억원에 현금성자산이 2530억원으로 배당에는 여유가 있었다.


부산도시가스는 배당을 위해 부동산을 처분하기도 했다. 지난해 5월 부산 수영구 남천동 토지와 건물을 매각해 6328억원을 마련했다. 부산도시가스는 SK E&S에 지난해 3분기 중간배당을 실시했는데 부동산 처분에 따른 매각대금을 SK E&S로 올려보내기 위해서다.

올해 들어서는 도시가스 자회사에 대한 유상감자도 처음 실시했다. 서울 강남구·강동구·송파구·서초구와 경기 과천·성남·하남·광주 등 지역에 도시가스를 공급하는 코원에너지서비스는 2022년 81억원, 지난해 3분기 누적 200억원으로 배당 기여도가 큰 자회사는 아니었다. 하지만 올해 1월 유상감자를 실시해 SK E&S에 1000억원을 안겨줬다.

다만 배당과 유상감자 부담이 이어질 경우 도시가스 자회사들의 재무건전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 부산도시가스는 배당을 본격화하기 직전인 2021년말 자본총계 7691억원, 부채비율 57.1%였지만 2022년 배당금 2000억원을 지급하면서 2022년말 자본총계가 5596억원으로 줄고 부채비율이 109.0%로 상승했다. 지난해에도 배당금을 늘리면서 재무건전성에 추가 부담이 됐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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