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재무책임자(CFO)는 재무안정성을 제고하고, 적정 유동성을 관리하기 위해 다양한 재무 리스트럭처링(Financial Restructuring) 전략을 짠다. 비주력 사업과 유휴 자산 매각부터 계열사 간 통합, 운전자본 최적화 등 구체적인 실행 방법은 다양하다. 미래 현금 창출력 확대를 뒷받침할 재무 구조를 만드는 움직임이다. THE CFO는 주요 기업들의 재무 리스트럭처링 전략을 살펴본다.
SK E&S는 SK 투자센터장 출신 추형욱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하면서 재생에너지와 수소에너지 등 신규사업으로의 포트폴리오 대전환을 천명했다. 이후 약 3년 동안 국내외 기업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면서 자회사 합산 투자지분이 5조원 넘게 늘었다.
하지만 단기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면서 차입금 급증이 불가피했다. 회사채 중심으로 자금을 자체 조달하면서 차입금은 3년 전의 2배 가까이로 불어났다.
◇투자전문가 추형욱 대표 선임…그린 포트폴리오 추진에 재무구조 대전환
SK E&S는 애초 SK그룹의 도시가스사업을 책임질 중간지주사로 출범했다. SK그룹 지주사 SK가 1991년 1월 미국 에너지회사 엔론(Enron)과 50 대 50으로 합자해 출범시킨 SK엔론이 SK E&S의 모태다. 당시 SK가 보유하고 있던 SK가스와 부산도시가스, 대한도시가스, 청주도시가스를 포함한 5개 도시가스회사 지분 전량을 SK엔론에 현물출자한 것이 오늘날 SK E&S의 기반이 됐다.
2010년대 중반부터 신재생에너지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면서 관련 분야로 사업 확장이 일부 진행됐다. 그럼에도 2020년까지만 해도 SK E&S의 사업영역은 도시가스(LNG) 공급 사업, 천연가스발전소 운영에 따른 전력 공급 사업, 열병합발전소 운영에 따른 집단에너지 사업에 집중됐다.
SK E&S가 일대 변화를 맞이한 것은 2021년 1월 추형욱(사진) 사장을 공동 대표이사로 맞아들이면서부터다. SK는 투자형 지주사를 천명하고 있는데 그 핵심에 투자센터가 있다. SK는 2021년부터 첨단소재, 그린, 바이오, 디지털 등 4개 투자센터로 개편했으며 개편 이전인 2020년까지 투자1센터장을 역임한 인물이 추 사장이다.
추 사장은 앞서 SK에서 재무팀 PL, Portfolio4실 팀장, Portfolio4실장, 투자2센터 임원을 거친 투자 전문가다. 동박회사인 중국 왓슨(Wason)과 SK넥실리스 인수가 대표적인 성과로 꼽힌다.
추 사장은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약 10년간 SK E&S 대표이사 자리를 지켰던 유정준 부회장과 차이를 보인다. 유 부회장은 그룹을 통틀어서도 에너지 분야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인물이다. 2022년 SK E&S 대표이사에서 내려와서도 SK 북미 에너지사업의 핵심인 미주대외협력총괄 부회장 자리에 올랐을 정도다. 투자전문가인 추 사장의 선임은 그만큼 SK E&S로서는 포트폴리오 대전환을 예고한 것이었다.
SK E&S가 그린 포트폴리오 전략을 주창한 것도 추 사장이 부임한 직후다. △재생에너지 △수소에너지 △에너지솔루션 △저탄소LNG를 4대 핵심사업으로 추진하는 내용이다. 그린 포트폴리오 전략 이행을 위해 막대한 자금이 단기간에 투입되면서 SK E&S 재무구조도 대전환되는 핵심 계기가 됐다.
◇지분투자 3년 새 5조 증가…회사채 중심 차입금 급증
SK E&S는 애초 중간지주사로 출범한 탓에 자산총계에서 종속·관계·공동기업 투자지분(장부금액 기준)의 비중이 높았다. 2020년말 별도 기준 이 비중은 74.3%(4조1264억원)였다. 하지만 2021년부터 그린 포트폴리오 전략에 따라 4대 핵심사업 관련 국내외 기업에 대한 경영권 지분과 소수지분 투자가 잇따르면서 2021년말 81.1%(7조808억원)으로 뛰어올랐고 지난해 3분기말에는 87.3%(9조2062억원)에 이르렀다. 금액으로 따지면 약 3년 만에 5조원 넘게 늘어난 것이다.
SK E&S의 핵심인 도시가스사업의 최대 강점은 현금흐름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수 있는 점이다. 도시가스사업이 일정 지역에 사실상 독점적 시장지위를 보유한 만큼 SK E&S가 출범 이후 연결 기준 영업손실을 기록한 해는 전무하다. 도시가스 자회사들이 창출한 현금은 SK E&S가 배당으로 끌어올려 그린 포트폴리오 전략을 이행하는 투자재원이 됐다.
그럼에도 단기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된 탓에 차입금 급증이 불가피했다. 지분 90%를 보유한 최대주주인 SK로부터 유상증자 등 자금 지원이 없어 자체 조달에 의존해야 했다. 2020년말 2조4212억원이었던 별도 기준 총차입금은 2021년말 3조2165억원, 지난해 3분기말 4조1620억원으로 약 3년 만에 1조7000억원 넘게 증가했다.
SK E&S는 기존 핵심 조달원이던 회사채를 적극적으로 이용했다. 회사채(유동·비유동 합산) 미상환잔액은 2020년말 1조175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말 2조1942억원으로 이 기간 1조2000억원 가까이 증가하며 차입금 급증을 부채질했다. 도시가스 자회사들의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앞세운 AA의 우수한 신용등급이 바탕이 됐다. 올해 들어서도 지난달 25일 총액 5000억원 규모 공모채 발행에 성공하며 회사채 중심 조달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SK E&S는 이중 3000억원을 기존 채무 상환에 이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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