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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무 리스트럭처링 전략

재무건전성 개선 SK E&S, 3조 RCPS의 착시

②RCPS 자본 분류로 부채비율 하락…우선배당률 스텝업에 상환부담 지속

이민호 기자  2024-02-05 15:08:33

편집자주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재무안정성을 제고하고, 적정 유동성을 관리하기 위해 다양한 재무 리스트럭처링(Financial Restructuring) 전략을 짠다. 비주력 사업과 유휴 자산 매각부터 계열사 간 통합, 운전자본 최적화 등 구체적인 실행 방법은 다양하다. 미래 현금 창출력 확대를 뒷받침할 재무 구조를 만드는 움직임이다. THE CFO는 주요 기업들의 재무 리스트럭처링 전략을 살펴본다.
그린 포트폴리오 전략을 내건 SK E&S는 2021년부터 차입이 급증했지만 부채비율은 오히려 갈수록 하락했다. 차입금 증가분을 웃도는 3조원이 넘는 상환전환우선주(RCPS)을 발행해 회계상 자본을 늘린 덕분이다.

하지만 RCPS 전량에는 우선배당률이 크게 상승하는 스텝업(Step-up) 조항이 삽입돼있어 SK E&S에 실질적인 상환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RCPS 3.1조 발행으로 차입 부담 경감…자산의 약 30% 차지

SK E&S는 2021년 SK 투자센터장 출신 추형욱 사장을 대표이사로 맞아들이면서 △재생에너지 △수소에너지 △에너지솔루션 △저탄소LNG 등 4대 핵심사업으로 포트폴리오 대전환을 천명했다. 공격적인 지분 투자가 잇따르면서 별도 기준 종속·관계·공동기업 투자지분(장부금액 기준)은 지난해 3분기말 9조2062억원으로 약 3년 만에 5조원 넘게 늘었다. 단기에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면서 지난해 3분기말 총차입금은 4조1620억원으로 같은 기간 1조7000억원 넘게 증가했다.


하지만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영업활동현금흐름(NCF)이 매년 1조원에 미치지 못했던 만큼 총차입금 증가분만으로는 자회사 투자지분 증가분을 충당하기에 크게 모자라다. 여기에 차입 증가에도 부채비율은 2020년말 104.3%에서 지난해 3분기말 73.7%로 오히려 개선됐다.

이는 대규모 RCPS 발행으로 재무제표상 자기자본을 크게 늘린 덕분이다. SK E&S는 글로벌 사모펀드(PEF) 운용사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를 대상으로 2021년 11월 2조4000억원, 지난해 1월 3675억원, 10월 3675억원의 RCPS를 잇따라 발행했다. 합산 3조1350억원의 대규모 조달이었다.


이 RCPS의 핵심은 명목상으로 상환권을 발행사인 SK E&S만 가진 것이다. 각 RCPS 발행일로부터 5년부터 5년 6개월까지 6개월간 2021년 발행분(합산 2조4000억원)은 내부수익률(IRR) 7.5%를, 지난해 발행분(합산 7350억원)은 IRR 9.5%를 각각 상환가격으로 상환할 수 있다. KKR은 SK E&S의 상환기간이 종료된 직후, 즉 각 RCPS 발행일로부터 5년 6개월부터 전환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때 SK E&S에 전환권 행사 통보일로부터 2개월까지 상환권 행사 여부를 결정할 기회가 주어진다.

반면 인수자인 KKR은 상환을 요구할 권리가 없다. 이 때문에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이 정하는 RCPS의 자본 또는 부채 인정기준에 따라 발행분 전량이 자본으로 인정됐다. RCPS를 통한 대규모 조달은 SK E&S의 차입 부담을 크게 줄이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지난해 3분기말 자산총계가 10조5442원인 점을 고려하면 약 30%가 RCPS다.

◇우선배당률 스텝업으로 미상환시 배당부담 급증…상환 압력 증가


하지만 대규모 RCPS 발행은 SK E&S에 막대한 배당 부담을 지웠다. 3자배정 우선주에 대한 배당 부담은 재무상태 측면에서 부채를 늘리지만 않을 뿐 현금흐름 측면에서 차입금에 대한 이자 부담과 다름이 없다. RCPS 발행분 전량에 매겨진 우선배당률은 3.99%다. 이 때문에 SK E&S는 우선주 배당금으로만 2021년과 2022년 각각 958억원을 지출했으며 RCPS 3675억원을 1월 추가 발행한 지난해는 3분기 누적으로만 938억원을 지출했다. 3분기 이후인 10월 나머지 RCPS 3675억원까지 발행했으므로 우선주 배당금은 이보다 더 커진다.

그 사이 차입금도 늘린 탓에 이자비용도 늘었다. 차입금(리스부채 합산) 이자비용은 2021년 631억원에서 2022년 918억원, 지난해 3분기 누적 1153억원으로 이에 따라 지난해 3분기 누적 우선주 배당금과 차입금 이자비용을 합하면 2000억원을 웃돌 만큼 증가했다.


전환에 따른 지배력 영향만 따져보면 KKR이 보유 RCPS 전량을 보통주로 전환하더라도 SK E&S에 대한 SK의 지배력에 큰 문제는 없다. KKR이 전환권을 행사할 때의 전환비율은 우선주 1주당 보통주 2주다. 현재 전환가액으로 RCPS 전량을 전환할 때 보통주 신주 1068만8586주가 발행돼 SK 지분율은 기존 90.0%(4176만1791주)에서 73.2%로 하락하는 데 그친다.

그럼에도 SK E&S는 상환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KKR은 RCPS 발행일로부터 5년 6개월부터 전환권 행사가 가능하므로 먼저 2021년 11월 발행분에 대해 2027년 5월 전환권 행사가 가능해진다. 지난해 1월과 10월 발행분에 대한 전환청구는 그 다음인 2028년 7월부터다.

KKR의 전환권 행사 통보에도 SK E&S가 상환권을 행사하지 않거나 보통주의 희석기준 주당가치(RCPS를 보통주로 전환했을 때의 보통주 주당가치)가 기준가치(IRR 17.5%)에 미달할 경우 우선배당률이 2021년 발행분에는 5%가, 지난해 발행분에는 5.5%가 각각 가산되는 스텝업 조항이 발동되면서 이에 더해 보통주에 부여되는 배당금까지 수령할 수 있는 참가적 우선주로 변경된다.

이렇게 되면 우선배당률이 2021년 발행분은 8.99%, 지난해 발행분은 9.49%로 각각 상승한다. 지난해 7월 SK E&S가 발행한 5년 만기 공모채(1300억원)의 금리가 4.70%로 책정된 점을 고려하면 부담스러운 수준이다. 결국 SK E&S로서는 막대한 배당 부담을 지는 것보다 2021년 발행분은 IRR 7.5%, 지난해 발행분은 IRR 9.5%의 상환가격으로 상환하려는 유인이 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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