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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장 선 사모대출 시장

‘금리 메리트’ 10% 육박, 너도나도 뛰어든다

①주요 LP 관심 증대…자금 꼬인 기업들, 고금리에도 문의 폭주

남준우 기자  2024-02-01 14:12:15

편집자주

국내 사모대출 시장은 그동안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한국자산관리공사(KAMCO) 등의 저금리 대출에 막혀 꽃을 피우지 못했다. 갑진년부터는 시장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부동산 익스포져, 둔화된 주식 시장 등 기업들의 자금 조달 여력이 예년에 비해 줄어들고 있다. 시장에서는 이미 외국계 하우스들을 중심으로 기업들의 사모대출 수요에 대비하고 있다. 더벨에서 최근 국내 기관투자가(LP)들 사이에서 각광받고 있는 사모대출 시장의 현황과 나아가야 할 점 등을 살펴본다.
올해 국내 기관투자가(LP)들의 주요 화두로 '사모대출'이 떠오르고 있다. 이전부터 꾸준히 관심있게 지켜봐 왔던 시장이었다. 다만 국내의 경우 그동안 시중은행, 저축은행 등이 기업들의 중·저금리 대출 수요를 흡수하면서 시장 형성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갑진년부터는 시장 분위기가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부동산 익스포져 증가, 금융당국의 제2금융권의 부실 경고 등으로 기업 대출 여력이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고금리 수익을 낼 수 있는 사모대출 시장이 떠오르고 있다.

◇글로벌 사모대출 시장, 연평균 19% 성장

고금리 시대에 진입하면서 글로벌 시중은행 대출 규모는 갈수록 축소되고 있다. 반대로 글로벌 사모대출 시장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아시아 지역의 경우 사모대출 시장이 북미나 유럽보다는 작지만, 최근 빠른 속도로 성장 중이다.

대체투자 정보업체 프레킨(Preqin)에 따르면 2022년 미국과 유럽에서는 시중은행을 통한 신규 대출이 전년 대비 각각 30%, 70% 감소했다. 기업공개(IPO) 규모도 전년 대비 95% 줄어들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미국이 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와 First Republic Bank, Sigature Bank 등 중소형 지역은행들의 잇따른 파산 등으로 신규 대출 수요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 이에 기업들이 사모신용시장을 찾는 빈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글로벌 펀드의 총 운용자산(AUM) 규모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21년말 기준으로 1조2810억 달러였던 AUM은 2022년말 기준 1조4000억원 달러까지 커졌다. 최근 5년간 연평균 19% 급성장했다. 2027년에는 2조3000억 달러까지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 수익률 측면에서도 투자등급 회사채 수익률을 넘기 시작했다. 프레킨에 따르면 2022년 연평균 수익률은 사모신용펀드가 14.7%로 가장 높았다. 미국 투자등급 회사채는 4.5%, 하이일드 채권은 7.4%다. 수익률 개선 폭 역시 사모신용펀드가 +3,3%p로 미국 투자 등급 회사채(+2.1%p), 하이일드 채권(+1.2%p)의 상승 폭을 크게 상회했다.

출처 : 자본시장연구원 <국내외 사모대출(Private Debt) 시장의 현황과 대응 방향>

◇'큰 손' 국민연금, 사모대출투자팀 신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국내 주요 LP들도 재빠르게 행동하고 있다. 국내 자본시장의 '큰 손'으로 불리는 국민연금은 올해부터 사모대출투자팀을 본격 가동한다. 사모벤처투자실 산하에 있는 조직으로 7~8명 정도의 인원을 배치했다.

3~4년 전부터 기금운용본부 소속 대체전략투자팀에서 사모대출투자를 진행해오고 있었다. 다만 사모대출 등 크레딧 투자가 활성화되자 대체전략투자팀에서 사모대출투자 분야를 떼어내 세분화해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행정공제회도 최근 포트폴리오 재정비에 나서면서 사모대출 쪽에 관심을 두고 있다. 신한자산운용, 한화자산운용 등과도 접촉해 다양한 투자를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공무원연금은 작년에 창립 이후 처음으로 글로벌 부동산 대출펀드를 조성했다.

다만 업계에서는 아직 국내 사모대출 시장이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국내에서는 그동안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등이 저·중금리 대출 수요를 흡수했던 만큼 사모대출 시장이 클 여지가 없었다.

올 하반기부터는 상황이 급변할 것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특히 부동산 익스포져 등으로 시중은행 대출 여력이 떨어질 것으로 보이는 기업들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프리IPO를 유치한 곳들 중에서도 재무적투자자(FI)들의 엑시트가 어려운 곳들은 사모대출 시장을 찾을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한 시장 관계자는 "국내 시장은 그동안 사모대출 시장이 크기 좋은 환경은 아니었다"며 "올해 부동산 관련 리스크나 예년에 비해 둔화된 주식 시장 움직임으로 사모대출이 또다른 자금 조달 창구로 부각되면서 이를 문의하는 기업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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