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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 Watch

'모회사 후광' 의존하는 면세점...캐시카우 회복할까

금융권 차입·출자 금액 의존...업황·실적 회복 지연 속 모기업 '부담'

권순철 기자  2024-01-30 13:17:27
신세계, 호텔신라, 현대백화점 등 국내 주요 유통 기업이 주력으로 삼고 있는 면세 사업이 캐시카우(Cashcow)로 회복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팬데믹 이후 업황 회복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에서 실적이 반등하지 못한 탓이다. 이전부터 자금 지원을 지속해왔지만 서서히 부담을 느끼는 대기업 모회사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전언이다.

더 큰 문제는 면세 사업을 영위하는 곳들 중 자체적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한 곳이 많지 않다는 점에 있다. 다수가 대기업 모회사의 신용도에 기대어 금융권 차입에 의존하거나 모회사의 출자 금액을 지원받고 있지만, 이마저도 힘들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 면세업계 조달 전략은...대기업 '모회사 후광' 의존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최근 신세계의 면세 사업부 별도 법인인 신세계디에프가 363일물 장기 기업어음(CP)을 발행했다. 신세계디에프는 연내 금리가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에 맞추어 단기 자금 비중을 높였다고 설명했다.

신세계디에프가 시장성 조달에 나섰지만 자체적으로 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면세업체는 많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국내 면세업계는 신세계, 호텔신라, 호텔롯데, 현대백화점 등 우량한 신용도를 갖춘 대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다. 신세계는 신세계디에프, 호텔신라는 시내 면세점을 관할하는 HDC신라면세점, 현대백화점은 현대백화점 면세점을 별도 법인으로 두고 있다.

이중 대부분이 대기업 모회사의 신용도에 의존하여 금융권에서 차입을 하거나 모회사의 출자 금액을 지원받아 사업을 운영한다. 신세계디에프는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신세계로부터 6차례에 걸쳐 약 8608억원을 지원받았다. 현대백화점 면세점도 2023년까지 현대백화점으로부터 5500억원을 출자받았는데 이는 계열사 중 두 번째로 큰 규모로 알려져 있다.

시장성 조달에 나섰음에도 2022년 기준 신세계디에프는 단기차입금의 60%를 금융권 차입으로 조달했다. 현대백화점 면세점의 경우에도 지난해 단기 차입금 100%를 금융기관으로부터 받은 대출로 충당했다. 현대백화점 면세점 관계자는 "현대백화점의 계열사라는 사실에 힘입어 금융기관에서 어려움 없이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호텔신라와 HDC그룹이 시내 면세점 활성화를 위해 설립한 HDC신라면세점의 상황은 더 좋지 않다는 평가를 받는다. 지난 해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하면서 시장성 조달에 박차를 가했지만 여전히 자본 잠식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작년 HDC신라면세점은 모회사인 호텔신라와 HDC그룹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다고 알려졌다.

출처: 신세계, 현대백화점

◇ 업황·실적 회복 지연에...대기업 모회사는 '부담'

한편 대기업 모회사의 입장은 시간이 지날수록 곤란해질 것으로 보인다. 면세 사업이 전체 실적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업황이 좋지 않다면 면세점에 자금을 공급하는 일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면세점 업황과 실적 회복이 계속 지연되면서 자금 지원에 대한 부담도 누적되고 있다.

신세계, 호텔신라, 현대백화점 모두 면세점은 핵심적인 사업 영역으로 꼽힌다. 2023년 3분기 기준 신세계가 거둔 전체 매출 중 면세 사업의 비중은 30.9%로 가장 크다. 호텔신라의 매출 중 83%가 면세 사업을 담당하는 TR부문으로부터 나왔다. 현대백화점의 경우 면세 사업 부문의 매출이 전체의 24.9%였지만 2022년도까지는 절반에 육박했다.

다만 2023년 3분기 기준 신세계가 면세 사업에서 거둔 매출은 1조 43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조원 가까이 감소했다. 호텔신라도 3분기 시내 면세점 매출이 약 67% 감소하면서 어닝 쇼크를 기록했다. 현대백화점은 면세 사업 매출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지만 영업손실 155억원을 기록하며 흑자 전환에는 실패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대기업 모회사들도 예전만큼 자금 지원에 적극 나서기는 어려운 노릇이다. 신세계의 경우 2021년 G마켓 인수 이후 신세계디에프에 대한 출자 집행이 감소하고 있는 추세다. 2021년 직전 3년 간 5075억원을 출자했던 반면 2021년 이후에는 1500억원에 그쳤다.

호텔신라도 자금난에 봉착해 있는 HDC신라면세점에 대한 지원에 소극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다. 호텔신라는 지난 해 상반기 HDC신라면세점에 투자한 금액 전액을 손상차손 처리했다. 장부 금액이 0 이하로 감소함에 따라 174억원을 손실로 인식한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조금 나은 상황이지만 안심할 수는 없다. 2018년 현대백화점 면세점 별도 법인을 설립한 이래 2020년까지 4500억원을 출자했지만 이후 3년 동안 1000억원 지원에 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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