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백화점이 매트리스 제조업체 '지누스' 인수·합병(M&A) 성과를 하나씩 만들어 가고 있다. 가장 먼저 연결 기준 영업활동현금흐름부터 개선했다. 백화점 본업과 지누스 영업현금흐름 개선 효과가 겹치면서 가용 현금이 늘었다.
다만 M&A 과정에서 늘어난 차입 규모는 줄이지 못했다. 단기화한 만기 구조부터 손보며 재무안정성을 관리 중이다. 현금창출력을 토대로 차입금 '순상환' 흐름을 만드는 과제가 남아 있다.
현대백화점은 올해 3분기 만에 지난해 온기 영업현금흐름을 창출했다. 지난 3분기 연결 기준 영업현금흐름은 4881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영업현금흐름(4894억원)과 비슷하다. 현대백화점은 2021년부터 연결 기준으로 연간 5000억원 규모 영업현금흐름이 유입됐다.
지난해 인수한 지누스가 영업현금흐름 개선에 기여했다. 현대백화점 연결 기준 현금흐름 은 지난 3분기 별도 기준으로 창출한 영업현금흐름(3102억원)에 같은 기간 종속기업인 지누스가 연결 기준으로 거둔 영업현금흐름(655억원)을 합산한 수치다. 지누스는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현금흐름이 마이너스(-)185억원을 기록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상반기까지 백화점과 면세점 부문에서만 매출이 발생했다. 그해 6월 현대백화점이 지누스 경영권 지분을 인수하면서 제조업 부문(침대·침구류 등)이 사업 포트폴리오에 추가됐다. 올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백화점 부문 1조7484억원 △ 면세점 부문 7635억원 △제조업 부문 6701억원으로 나뉜다.
현금창출력은 백화점 부문이 다른 사업 부문을 압도한다. 현대백화점은 롯데백화점·신세계백화점과 과점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 기준 시장점유율은 롯데 37%, 현대 28%, 신세계 28%다.
백화점 부문은 현대백화점 별도 기준 실적과 종속기업 한무쇼핑(지분 46.3% 보유) 실적이 떠받친다. 현대백화점이 2021년과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백화점 부문에서 거둔 순이익은 2800억~2900억원이다. 같은 기간 다른 사업 부문 손실과 연결 조정을 거친 전사 순이익(1500억~2000억원)보다 규모가 크다.
면세점 부문은 현대백화점 100% 자회사인 현대백화점면세점이 책임진다. 면세점 부문은 올 3분기 처음으로 분기 영업흑자(10억원)를 기록했다. 현대백화점은 2018년 면세점 영업을 시작한 뒤 올 상반기까지 면세점 부문에서 영업적자를 지속했다.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부문에 집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기 위해 지누스 M&A를 택했다. 지누스는 미국 아마존에서 매트리스 점유율 1위를 달성한 업체였다. 현대백화점이 가진 국내 유통망과 노하우를 활용하면 지누스와 사업 시너지를 낼 수 있다고 판단했다.
현대백화점은 지난해 지누스 인수에 8890억원을 투입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그동안 진행한 M&A 중 가장 큰 규모였다. 현대백화점은 구주 인수, 유상증자 참여(1200억원) 등으로 지누스 지분 38.1%를 쥐었다.
현대백화점은 지누스를 인수하면서 보수적이던 차입 기조를 깼다. 보유 현금에 차입금을 보태 인수대금을 치렀다. 지난해 현대백화점 별도 기준 총차입금은 전년 대비 8148억원 증가한 1조6149억원이다.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18.8%포인트(p) 증가한 85.1%, 차입금의존도는 8.8%p 증가한 20.8%를 기록했다. 현금창출력을 바탕으로 향후 4년에 걸쳐 차입금을 줄여나가는 상환 전략을 짰다.
아직 총차입금 규모는 줄이지는 못했다. 지난 3분기 말 현대백화점 별도 기준 총차입금은 1조8890억원으로 전년 말 대비 2741억원 늘었다. 단기성차입금 비중이 67%(1조2602억원)으로 차입금 만기 구조가 짧아졌다. 지난해 말 단기성차입금 비중은 55%(8879억원)였다.
현대백화점은 우선 차입 만기 장기화 전략부터 펴고 있다. 지난달 단기성차입금 상환 자금 2000억원을 마련하기 위해 공모채(2년물 800억원, 3년물 1200억원)를 발행했다. 지난 3분기까지 별도 기준 영업현금흐름으로 신규 점포 출점, 기존 점포 리뉴얼 등 내부자금 소요에 대응하며 5853억원 규모 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 등 포함)을 보유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