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디에프가 올해도 단기 시장성 조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리가 내릴 것이라는 기대감에 차입 구조를 단기화하고 있다. 신세계디에프는 지난 해부터 금융권 차입 외에 기업어음(CP)과 단기사채를 찍어 자금을 조달해왔다.
금융기관 차입에 의존하는 다른 면세업체와 다르게 신세계디에프는 시장성 조달에 나설 수 밖에 없었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 2021년 G마켓 인수에 3조원을 투입한 신세계 입장에서 이전처럼 신세계디에프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이 부담될 수 있기 때문이다.
◇ 363일 장기 CP 발행...단기 시장성 조달 착수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신세계디에프는 지난 22일 200억원 규모의 CP를 발행했다. 만기는 363일물이며 할인기관은 하이투자증권이다. 단기신용등급은 직전 발행 때와 동일한 A2+를 부여받았다.
신세계디에프는 구체적인 발행 배경을 명시하지 않았지만 오는 2월 만기 도래하는 금액을 차환하기 위한 목적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월에만 1700억원의 CP 만기가 도래한다. 신세계디에프는 올해 상환 예정인 금액을 지불하기 위한 자금들은 모두 확보된 상태라고 전했다.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만기가 1년에 가까운 CP를 찍으면서 단기 시장성 조달에 주력하는 모습이다. 신세계디에프는 2020년 3년 만기 사모 회사채로 1000억원을 모집한 이래 꾸준히 CP와 단기사채를 찍으면서 자금을 확보했다. 지난 해에도 단기 사채로 2000억원, CP로 4700억원을 조달했다.
2019년부터 장기 차입의 비중을 늘렸다가 최근 다시 차입 구조를 단기화한 배경에는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회사 측 관계자는 "보통 금리 인하가 예상되는 경우 장기 차입의 비중을 낮추고 단기 비중을 높인다"고 하면서 "2020년에는 금리가 인상될 것임을 고려해 사모채를 발행하는 등 장기 차입의 비중을 높인 바 있다"고 말했다.
금융권 차입보다 CP를 통한 자금 조달이 금리 측면에서 유리했다. 현재 신세계디에프의 1년물 CP가 적용받는 신용등급은 A2+다. 회사 측에 따르면 1년물 A2+ 등급 CP 금리는 4% 후반대 정도로 금융 기관에서 한도 대출을 받을 때 적용 받는 금리보다 낮다.
◇ 모회사 지원 전망 '미지수'에...시장성 조달 불가피
신세계디에프가 시장성 조달 카드를 선택하게 된 배경에는 모회사인 신세계의 사정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있다. 그동안 신세계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아왔지만 앞으로도 지속될 것이라고 확신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신세계와 신세계디에프 사이의 자금 흐름은 신세계디에프가 출범한 2015년부터 이어져 왔다. 신세계는 2015년부터 2023년까지 신세계디에프에 약 6차례에 걸쳐 총 8608억원을 출자했다. 이는 계열사 중에서는 두 번째로 큰 규모로 알려져 있다.
다만 향후에도 자금 지원이 이어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신세계는 AA0이라는 우량한 신용등급으로 평가 받고 있지만 2021년 6월 G마켓을 인수하면서 3조 원이 넘는 지출을 단행했다. 이에 따라 신세계디에프가 신세계로부터 기대할 수 있는 지원 금액도 제한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최근 들어 보유 현금도 감소했다. 지난 해 3분기 별도 기준으로 신세계가 영업 활동으로부터 창출한 현금 흐름은 286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배 가까이 줄어들었다. 연결 기준 현금성 자산도 지난해 3분기 701억원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신세계디에프에 대한 출자도 과거만큼 이루어지지는 않고 있다. 신세계가 G마켓 인수 이후 최근 3년 간 신세계디에프에 공급한 자금은 1500억원으로 집계된다. 직전 3년 동안 신세계가 출자한 금액은 5075억원이다.
계열사 전반에 대한 출자가 감소한 영향으로도 분석된다. 2021년부터 2023년 반기까지 신세계가 계열사들에 출자한 금액은 총 8903억원으로 직전 3년 간 출자액인 1조 7825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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