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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등급 분석

기아, 등급 상승의 키는 '환경(E)'

지배구조, 전년 이어 올해도 미흡 평가…KCGS·DJSI는 긍정적

허인혜 기자  2023-12-14 08:03:07
모간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은 올해도 기아의 ESG 행보를 지켜보는 모양새다. 2021년 등급을 한 단계 높였지만 여전히 하위권에 머무르고 있다는 평가다. 지배구조 등 부족하다고 본 항목들도 그대로 유지했다. 현대자동차가 CCC등급으로 하락한 사이 제 자리를 지킨 점은 긍정적이다.

현대차그룹과 MSCI가 시각차를 드러낸 지배구조 부문이 기아의 발목을 잡았다. 사회(S) 요인으로 분류되는 일부 세부항목들도 낮은 점수를 받았다. 환경 부문에 '평균' 평가가 집중된 만큼 등급 상승의 키로 활용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기아, B등급 유지…지배구조·사회 개선 필요

글로벌 평가기관 MSCI는 올해말 기아에 종합 B등급을 새로 부여했다. B등급은 MSCI ESG 평가등급 7단계 중 여섯 번째에 해당한다. 기아는 2021년 CCC등급에서 B등급으로 한 단계 상승한 뒤 올해까지 이 등급을 유지하게 됐다. MSCI에 따르면 기아는 자동차 글로벌 인덱스에 포함된 70개 기업 중 하위 22% 수준에 머물렀다.

하위권(LAGGARD)에 네 가지 세부항목이 포함돼 발목을 잡았다. 기업윤리와 관련된 기업행동, 지배구조, 제품의 안전과 품질, 노무관리 등으로 지배구조와 사회 부문에 해당하는 항목들이다.


특히 지배구조는 2021년 잠시 평균 등급에 포함됐다가 2022년 내린 뒤 위치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와 마찬가지로 현대차그룹의 전략과 MSCI의 평가 기준이 달라 매겨진 점수로 보인다. 기업지배구조 핵심지표 준수표에서 현대차와 기아가 공통으로 미준수하는 항목은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와 집중투표제 채택, 독립적인 내부감사부서(내부감사업무 지원 조직)의 설치다.

기아와 현대차는 각각 미준수 배경을 소명하고 있다.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 분리의 경우 '원활한 이사회 진행과 의사결정 과정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 이사회 의장과 대표이사를 분리하고 있지 않다'는 이유를 들었다. 집중투표제나 독립된 감사제도 역시 도입 가능성이 높지 않다.

노무관리와 기업행동 등은 현대차그룹의 노조 이슈도 평가 대상이 된 것으로 보인다. 제품의 안전과 품질은 일부 차종의 리콜 이슈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기아 카니발 등이 최근 자발적 리콜 대상에 포함됐다.

◇탄소발자국·청정기술 개발 '환경(E)' 긍정적 평가

'리더급'으로 올라갈 가능성이 가장 높은 항목들은 환경 부문에서 나왔다. MSCI는 기아의 탄소발자국(PRODUCT CARBON FOOTPRINT)과 청정기술 개발(OPPORTUNITIES IN CLEAN TECH)이 평균 수준이라고 봤다. MSCI는 기아가 탈탄소화 목표를 확립했다고 평가했다. 기아 등 현대차그룹은 2045년까지 탄소중립을 실현한다는 계획이다.

청정기술 개발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기아는 재생에너지를 100% 활용하는 RE100 달성을 위한 업무 협약을 최근 체결했다. 현대건설과 태양광 재생에너지 PPA(Power Purchase Agreement·전력구매계약)를 약정했다. 국내 오토랜드에서 사용하는 총 전력량 가운데 약 31%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할 방침이다.


또 다른 국내외 대표 평가기관들은 기아에게 좋은 점수를 매겼다. 글로벌 평가기관 사이에서도 시각이 갈리는 만큼 MSCI의 등급도 개선될 여지가 충분하다는 평가다.

한국ESG기준원(KCGS)은 기아에 국내 기업 평균 수준인 B등급을 책정했다. KCGS에서는 A등급을, MSCI에서는 CCC등급을 받았던 현대차와 비교해 국내외 기관의 등급 차이가 크지 않았다. KCGS 역시 환경 부문에서는 기아에 A등급을 부여했다.

기아 등 현대차그룹의 6개사는 올해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 지수(DJSI, Dow Jones Sustainability Indices) 평가에서 'DJSI 월드'에 포함됐다. 시가총액 기준 글로벌 2500개 기업 중 상위 10%에 해당하는 기업만 월드 지수에 편입될 수 있다.

특히 사회 영역에서 시각차가 극명했다. DJSI는 기아가 전년 대비 '통합 ESG 정책 공개와 사업장 환경실적'에서 개선된 모습을 보였다고 봤다. 기아는 2년 연속 DJSI 월드 지수에 포함되고 있다. MSCI와 DJSI의 평가 기준이 다른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보인다. DJSI는 기업이 답변한 세부 설문지를 참고하고 MSCI는 공개된 정보에 초점을 맞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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