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바이오 IPO(상장) 시장의 혹한기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이어졌다. 상장문턱을 통과하기도 힘든 상황에서 투자자들에게 외면까지 받는 이중고를 맞닥뜨렸다. 보다 더 깐깐해진 금융당국, 뭘 해도 바이오는 안된다는 투자자들의 시선이 반영된 결과다.
신규상장은 전년보다 더 줄었다. 코스피에 상장한 대어도 없었다. 그만큼 문턱 넘기가 쉽지 않았다.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상장한 기업들이 있어 전체 총량은 소폭이나마 늘었다.
◇상장수 1곳 확대, 조달금액은 약 1000억 감소…평균 170억 조달 2023년 제약·바이오 기업 가운데 코넥스를 제외한 코스피·코스닥 등 주식시장에 이전 및 신규상장한 기업은 총 14곳이다. 모두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 기업들로 코스피 상장사는 전무했다. 공모 조달금액은 총 2418억원이다.
작년엔 13곳의 제약·바이오 기업이 상장해 총 3485억원을 조달했다. 상장 기업은 1곳 늘었지만 조달금액은 31% 축소됐다. 한곳당 평균 170억원 조달하는 데 그친 셈이다.
한창 시장 분위기가 좋았던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의 상황을 복기하면 상장수와 조달금액은 큰폭으로 축소됐다는 걸 알 수 있다. 불과 2년 전인 2021년의 경우 19곳이 상장해 무려 4조570억원을 조달했다. 2022년 냉각된 시장 분위기가 올해 더 악화됐다.
신규상장 기업은 10곳,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이전상장한 기업은 4곳으로 집계됐다. 전년 12곳의 신규상장, 1곳의 이전상장 실적을 감안하면 신규상장 건수가 축소됐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만큼 거래소 상장 문턱을 넘어서기 어려웠다는 얘기다. 어느정도 검증된 기업들을 정규시장으로 올리겠다는 금융당국의 의지가 반영된 결과로 해석된다.
신규상장 기업 상당수가 재수생이었다는 점도 눈에 띄는 포인트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유니콘 특례 요건에서 기술 특례 요건으로 변경해 상장했다. 백신 개발업체 큐라티스와 와이바이오로직스도 상장 예심 탈락 후 재도전에 성공한 케이스다. 작년 기술성평가 단계에서 탈락했다 재수 끝에 상장한 큐라셀,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특에서 상장일정을 철회했다 재도전으로 성공한 바이오인프라도 같은 사례다.
◇'돈버는 구조' 기업만 투자자 호응, 에이에스텍 가장 많은 조달 거래소의 상장 문턱을 넘더라도 투자자들의 시선을 싸늘했다. 14곳 가운데 절반 이상인 8곳은 공모가가 희망밴드 하단 혹은 그 미만으로 결정됐다. 이노진·바이오인프라·에스바이오메딕스·유투바이오·에이에스텍·블루엠텍 정도가 밴드 상단 혹은 초과되는 가격으로 공모가가 확정됐다.
투자자들이 호의적으로 평가했던 기업들은 대체적으로 매출기반이 있는 소위 '돈버는 사업구조'를 갖추고 있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예를들어 최근 상장한 블루엠텍의 경우 의약품 유통회사로 연간 800억원 안팎의 매출을 벌어들인다. 영업이익률이 1%에 불과한 유통업이지만 매출기반이 탄탄하다는 점에 투자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낸 것으로 풀이된다.
자외선 차단 원료를 생산하는 에이에스텍의 경우에는 원료의약품 사업이라는 바이오 업종 내 특수한 영역을 취급하며 작년 322억원의 매출을 벌어들였다. 상장 당시 희망밴드를 초과하는 가격대로 공모가가 형성되며 올해 상장으로 가장 많은 394억원을 조달했다.
순수 신약개발사 중 상장에 성공한 회사는 지아이이노베이션·큐로셀·와이바이오로직스·큐라티스·에스바이오메딕스가 있다. 이 가운데 희망밴드 최상단에서 공모가가 형성된 곳은 에스바이오메딕스가 유일했다. 이 회사는 줄기세포 치료제를 개발하는 곳이지만 화장품 원료로 매출 기반을 마련해두고 있다는 특징이 있다. 단순 신약개발 회사에 대한 시장의 평가를 가늠케 한다.
올해 상장한 기업들의 주가의 희비는 엇갈렸다. 12월 26일 현재 주가는 각각 절반씩 공모가를 상회하거나 하회했다. 특히 이전상장한 기업 가운데선 유투바이오를 제외하고는 모두 공모가를 하회했다. 신규상장한 기업 가운데 지아이이노베이션·큐리옥스바이오시스템즈·큐로셀·에이에스텍·와이바이오로직스·블루엠텍은 공모가를 상회하는 주가를 지속 형성하고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신약개발회사의 상장 문턱을 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매출 기반을 마련해두고 있는 지 여부가 올해 상장 기업의 트렌드가 아니었나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