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력 파이프라인의 미국 희귀의약품 지정 등 유의미한 성과를 공개한 지아이이노베이션이 뜻밖의 주가 침체를 겪고 있다. 일부 재무적투자자들의 엑시트가 시작되면서 상승 모멘텀을 오버행(대규모 물량 출회) 이슈가 누른 것으로 보인다. 지아이이노베이션에서도 시장 분위기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ASCO·바이오USA 성과 후 역주행 'FI 엑시트' 트리거 지아이이노베이션은 이달 초 ASCO와 바이오USA에서 노바티스의 프로류킨(Proleukin)과 경쟁하는 GI-102에 대한 유의미한 임상 성과를 공개했다. 핵심 내용은 고용량에서 림프구 수를 투약 전후 6배로 늘리면서 무진행생존기간(PFS)을 크게 확대한 점이다. GI-102는 인터루킨(IL)-2 기반 면역항암물질이다.
이달 11일엔 GI-102가 진행성 또는 전이성 육종에 대한 FDA 희귀의약품(ODD)으로 지정되는 등 사업화 국면에서 중요한 이벤트가 나타났다.
그럼에도 최근 주가는 오히려 역행하는 모습이다. 지아이이노베이션의 시가총액은 4500억원 안팎에서 거래되고 있다. 2023년 3월 상장 초기 단계에선 시가총액이 5000억~6000억원을 기점으로 오르내리던 것과 대조된다.
올해 중순부터 FI들의 이탈이 두드러진 점이 여러 호재성 이슈를 덮는 분위기다. 이달 11일 엠캐피탈, 한양증권, 제이씨에셋, 한화투자증권 등을 비롯한 FI가 약 10만주를 매도했다.
일주일 뒤인 18일엔 케이클라비스인베스트먼트의 신기술투자조합이 보유 중인 지분 20만여주가 장내에 시장으로 출회됐다. 이 기간 총 8곳의 FI가 시장에 내놓은 매도 물량은 지아이이노베이션 상장주식 총수의 7.22%에 해당한다.
이들은 창업주이자 현재 최대주주인 장명호 신약개발임상전략총괄(CSO)의 특수관계자로 분류됐다. 장 CSO는 올해 들어 두 차례에 걸쳐 5만6000주를 장내매수했음에도 FI의 매도로 인해 특수관계인을 포함한 지분율은 오히려 하락했다. 세부적으로 이달 초 장 CSO의 특관인 포함 지분율은 50.56%에서 투자자들의 장내매도 이후엔 49.88%로 내렸다.
상장 당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대부분 물량에 의무보유확약(락업)을 맺었지만 이를 비켜간 물량이 시장에 나온 결과다. 당시 락업을 건 물량은 장 CSO 보유분인 6.8%와 특수관계인 지분 20.4%다. 경영권 안정화를 위해 3년 간 공동목적보유확약을 맺은 지분 16.5%를 합하면 약 43.7%의 물량이 묶여 있다.
◇ODD 호재까지 덮은 창업주·FI 엑시트 낭설… 장명호 CSO "전혀 사실 아냐" 일축 시장은 비록 장 CSO 개인 지분이 늘었지만 특관인을 포함한 최대주주의 지분은 줄어든 점에 반응했다. 지난 18일 지아이이노베이션의 주가는 1만240원으로 연저점을 기록했다. 시가총액은 4526억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후 일부 반등 곡선을 그렸지만 여전히 올해 들어 가장 부진한 흐름을 보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창업주이자 핵심 경영진인 장 CSO가 머지 않아 지분을 블록딜로 매각하고 경영에서 손을 뗄 것이란 루머가 돌았다. 장 CSO는 지아이이노베이션의 기술의 근간을 이루는 인물인만큼 소문은 진위 여부를 떠나 주가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
ASCO 2024 등에서 핵심 파이프라인인 GI-102의 긍정적인 1·2a상 데이터를 공개한 데 따른 주가 상승분은 약 한달 만에서 모두 반납한 상태다. 특히 가속 및 조건부 승인으로 빠른 상업화를 노릴 수 있는 FDA ODD 지정 이슈 역시 주가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장 CSO는 잘못된 사실을 바로잡기 위해 별도의 목소리를 냈다.
장 CSO는 더벨과의 통화에서 "시장의 엑시트 소문은 모두 낭설"이라며 "최근 출회 물량 은 지아이이노베이션 초기 투자 펀드들이 만기가 도래해 매도한 것이 대부분이고 기존 투자자와는 지속적으로 좋은 관계를 유지중이다"고 말했다.
한편 지아이이이노베이션은 GI-102의 단독요법 용량 증량 임상에서 5건의 확증된 부분관해를 확인하며 ODD 지위를 확보했다. GI-102는 면역세포의 수를 평균 5배 증가시키는 항암 면역세포 증식능을 보이는 치료제로 개발 중이다. 상대적으로 독성이 낮고 다양한 약물과의 병용 전략이 가능한 게 강점으로 꼽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