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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er Match UpSK㈜ vs ㈜LG

모든 게 다른 두 지주사의 공통된 고민 '저평가'

⑦[주가]올들어 엇갈린 시가총액, 요인은 외부에

김위수 기자  2023-12-22 08:02:30
SK LG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SK그룹과 LG그룹의 지주사인 SK㈜와 ㈜LG는 두 그룹의 특성이 가장 극명하게 반영된 곳이다. 출범부터 그룹 내 역할, 지배구조, 재무구조, 주주환원 정책까지 대부분의 분야에서 완전히 상반된 모습을 보인다. 두 기업의 공통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지주사로서 '디스카운트'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각기 다른 방식으로 주주환원에 나서고 있지만 SK㈜와 ㈜LG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각각 0.43배와 0.51배로 모두 1배를 하회한다. PBR이 1배가 되지 않는다는 것은 시장에서 평가받는 기업의 가치가 장부가치에 미치지 못하다는 뜻이다. 저평가를 받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셈이다.

SK㈜와 ㈜LG 모두 시장에 유동성이 흘러넘쳤던 2021년 상반기 시가총액 최대치를 기록한 이후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종가 기준 시총 최고점을 기록한 시기는 SK㈜가 2021년 1월이다. 당시 기준 SK㈜의 시총은 25조원에 육박했다. 21일 SK㈜의 시총(약 12조8000억원)보다 두 배가량 높다.


㈜LG의 사정도 비슷하다. 2021년 5월 중 시총이 약 22조원까지 오른 뒤 2년 7개월여간 하락을 거듭, 13조5000억원 수준으로 40% 떨어진 상태다.

양사가 2022년 중 일제히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한 이유다. 세부적인 추세를 살펴보면 SK㈜는 대대적인 자사주 매입 정책 등을 발표하며 주가방어에 일시적으로 성공하기는 했다. 2021년 3월 17조원까지 하락했단 SK㈜의 주가는 회사가 '매년 시가총액의 1% 규모의 자사주를 매입하겠다'는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자 다시 20조원대를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 SK㈜는 자사주 매입을 꾸준히 실행하고 있고, 매입한 자사주를 소각하는 '특단의 조치'까지 취하고 있다. 하지만 자사주 정책으로 기대했던 주가 상승 효과가 장기적으로 이어지지는 않는 상황이다. 특히 올들어서는 SK㈜의 주가가 급격한 내림세를 타고 있다.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SK이노베이션 등 주력 계열사들의 부진한 실적이 SK㈜의 주가를 끌어내리는 요인이라고 지목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업황 둔화에 SK하이닉스는 올 1~3분기 누적 6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다.

주가 하락이 빠르게 진행되며 지난 3월에는 ㈜LG에게 시총 규모면에서 우위를 빼앗겼다. 2022년 4월 한때 SK㈜와 ㈜LG의 시총 차이는 8조4475억원에 달했다. 하지만 현재는 두 기업의 위치가 뒤집히며 ㈜LG의 시총이 6000억원가량 높은 수준에 형성돼있다.

SK㈜의 시총을 넘기기는 했지만 ㈜LG도 착잡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LG가 17년 만에 처음으로 자사주 매입 계획과 배당금 정책 확대를 발표하며 주가 부양에 성공한 일이 있기는 했다. 이후 올들어 상승세가 뚜렷했다. SK㈜의 주가가 올초 대비 5.3%가량 하락했다면 ㈜LG의 주가는 같은 기간 12.8% 상승했다.

다만 올해 ㈜LG의 주가 상승을 주도한 요인은 주주환원이나 그룹사의 호재 등이 아닌 외부요인이었다. 공교롭게도 ㈜LG와 SK㈜의 순위가 뒤바뀐 지난 3월 10일은 고(故)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배우자와 두 딸이 상속 회복 청구 소송을 냈다는 사실이 알려진 날이다.

그간 SK㈜와 ㈜LG의 주가 흐름을 살펴보면 주가부양을 위한 지주사들의 자구적인 노력이 통하지 않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그보다는 시장 상황과 경영권 분쟁 가능성과 같은 외부 요인들이 주가에 더 즉각적으로 반영되는 경향이 컸다.

그런 만큼 주가를 흔드는 이벤트가 없다면 두 기업의 저평가 탈피는 당분간 어려울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저평가 탈피를 위한 특별한 방법이 없을 것"이라며 "꾸준한 주주환원 및 성장가능성이 높은 유망한 신사업을 발굴하고 이를 시장에 알리기 위해 적극적으로 소통에 나서는 정공법 밖에 선택지가 없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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