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R&D 절실 SK케미칼, '티움바이오'에 SK바사 주식출자

200억 규모, 지분스왑으로 혈맹…협업 차원 결속

최은진 기자  2023-12-20 15:53:07
연구개발(R&D) 기능확보가 절실한 SK케미칼이 오랜 신뢰관계로 협업하던 국내 바이오텍 티움바이오에 200억원 규모의 투자를 단행했다. 이번 투자는 현금이 아닌 SK케미칼 자회사 SK바이오사이언스 주식을 활용했다는 점이 눈에 띈다.

◇현금 아닌 주식 출자로 '티움바이오' 지분 확보

티움바이오는 공시를 통해 SK바이오사이언스 주식 29만276주, 지분율 0.38%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금액으로 따지면 200억원에 달한다. 이는 SK케미칼을 대상으로 신주를 발행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일종의 '스왑(swap)'거래다.

티움바이오가 SK케미칼이 보유하고 있던 SK바이오사이언스 주식을 일부 받는 대신 자사의 전환우선주(CPS) 232만185주를 신주 발행해 부여키로 했다. SK케미칼로부터 신주발행 대가로 현금이 아닌 SK바이오사이언스 주식을 받게 된 셈이다. SK케미칼이 보유하게 되는 티움바이오 지분율은 8.33%다.


이번 거래는 SK케미칼이 신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추진됐다. SK케미칼은 현재 제약사업을 매각하는 대신 신약 및 바이오 사업에서 성장동력을 발굴하기 위해 투자를 검토해 왔다. 이 과정에서 지아이이노베이션의 지아이셀 등이 거론됐지만 최종적으로 티움바이오가 낙점됐다.

SK케미칼은 사실상 자체 R&D 기능이 전무한 상황에서 외부역량을 이식해 성장동력을 확보키로 가닥을 잡았다. SK케미칼 제약부문 자체적으로는 이번 티움바이오 건은 첫 대규모 베팅이다.

SK케미칼과 티움바이오는 상당히 오랫동안 돈독하게 맺어온 신뢰관계로 묶여있다. 창업주 김훈택 대표를 비롯한 주요 연구진은 SK케미칼에서 오랜기간 재직했던 핵심 연구인력이었다. 재직 당시 혈우병 치료제 '앱스틸라'를 개발한 성과물을 만들기도 했다.

앱스틸라는 SK케미칼이 개발한 바이오신약이다. 2009년 임상 단계에 있던 앱스틸라를 혈액제제 전문 기업인 씨에스엘베링에 기술수출하며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 현재 앱스틸라는 미국·유럽·일본 등에서 허가돼 전세계 40여개국에서 판매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티움바이오는 SK케미칼의 자회사 SK플라즈마에 2021년 투자하며 협업 관계를 맺기도 했다. 알부민 등 혈장 제제를 판매하는 SK플라즈마와 협업하며 티움바이오가 자체 개발 중인 혈우병 치료제의 판매까지 사업적 파트너ㅅ비을 맺겠다는 목표였다.

◇자궁내막증 후보물질 2a 상 진행 중, 상업화 가능성 베팅

티움바이오는 SK케미칼과의 이번 딜이 '협업'을 위한 결속력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티움바이오에 SK케미칼이 전략적투자(SI) 차원으로 딜이 이뤄졌다는 얘기다.

특히 티움바이오는 SK케미칼이 주력 파이프라인인 자궁내막증 및 자궁근종을 적응증으로 한 케미칼 기반의 'NCE403'의 가능성을 높이 봤다고 설명한다. 임상 2a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효능 및 안전성이 입증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혈우병 치료제 파이프라인인 'NBP604' 역시 국내 임상 1상에서 긍정적인 데이터가 나오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었다고 밝혔다. 면역항암제 파이프라인 'NCE401'이 임상 2상이 내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란 점도 호재가 됐다고 설명했다.

티움바이오는 SK바이오사이언스를 통해 확보한 현금재원을 토대로 임상에 더욱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다만 현재까진 현금여력이 있는데다 SK바이오사이언스 주가 추이도 고려해야 하는 만큼 당장 매도하진 않겠다는 입장이다. 9월 말 기준 티움바이오 별도기준 현금성 자산은 79억원이다.

김훈택 티움바이오 대표는 공시 이후 더벨과의 통화에서 "보호예수 기간 같은건 따로 없기 때문에 SK바이오사이언스 주식을 언제든 매도할 수 있어 현금재원으로 봐야 한다"면서도 "당장 현금 여력이 있는 만큼 주가 추이 등을 살펴본 후 천천히 현금화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