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본사가 올해 9개월간 9조원에 가까운 현금을 완성차 판매로 창출했다. 단순 계산으로 매달 1조원의 현금이 유입된 셈이다. 역대 동일한 기간에 이보다 많은 현금을 창출한 해는 없었다. 이에 힘입어 현대차 본사는 미래차 경쟁력 강화를 위한 지분·설비투자와 차입금 상환에 더 많은 현금을 지출할 수 있었다.
◇올해 영업활동현금흐름 약 9조...현금창출력 178% 향상된 3가지 이유 올해 3분기(누계) 별도기준 현대차의 영업활동현금흐름은 8조9983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78%(5조7613억원) 증가했다. 철도업과 금융업 등을 영위하는 종속·관계회사와 해외 생산·판매·투자법인 등이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을 제외한 현대차 본사 기준 숫자다.
과거 현대차 본사가 1월부터 9월까지 영업활동으로 5조원 넘는 현금을 창출한 해는 종종 있었다. 하지만 9조원에 가까운 현금이 들어온 경우는 올해가 처음이다. 역대급 현금창출력을 보였다.
이유는 세 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당기순이익이 크게 늘었다. 올해 3분기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은 6조4747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80%(4조1639억원) 증가했다. 영업활동현금흐름은 당기순이익에 실제 현금 유출을 일으키지 않는 비용은 더하고 반대로 실제 현금을 유입시키지 않는 수익은 빼는 등의 과정을 거쳐 산출한다.
다른 두 가지는 배당금 수취와 매출채권 회수 확대다. 올해부터 세법 개정으로 해외 자회사가 국내 본사에 배당금을 지급할 때 국내 본사가 국세청에 지급해야 하는 세금 부담이 줄었다. 현대차는 이를 적극 활용해 올해 배당금 수취 규모를 3조4762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125%(1조9324억원) 늘렸다.
더불어 고객사들이 외상 결재한 건을 현금 결재로 바꾸는 데 집중해 1조2859억원을 확보했다. 대개 매출채권은 매출액이 증가하면 함께 늘어나는 경향이 있다. 올해 3분기 별도기준으로 현대차 매출액은 약 25% 증가했다. 그런데도 매출채권은 오히려 줄었다. 그만큼 현금 확보에 집중한 셈이다.
◇현금 지출 톱3 '부채 상환·지분투자·설비투자' 그럼 현대차 본사가 올해 적극적으로 현금 확보한 목적은 무엇이었을까. 지출 규모를 살펴보면 첫 번째 목적은 단기 채무부담 완화로 풀이된다.
하나은행과 KDB산업은행 등에서 빌린 단기차입금을 갚는 데 2조4501억원을 지출했다. 이에 따라 올해 3분기 말 별도기준 단기차입금은 1883억원으로 감소했다. 또한 만기 1년 이상으로 빌렸으나 1년 이하로 줄은 차입금을 갚는 데도 5644억원을 썼다. 올해에만 만기 1년 이하 차입금 상환에 총 3조146억원을 지출했다.
이에 따라 올해 3분기 말 유동비율은 120.5%로 전년동기 대비 12%포인트(p) 향상됐다. 같은 시기 부채비율은 40.4%로 13.8%포인트(p) 떨어졌다. 단기채무 상환능력과 재무 안정성이 모두 향상됐다. 또한 부채 감축과 함께 이자비용도 전년동기 대비 13%(168억원) 줄었다. 비용 효율화 효과도 있었다.
현대차가 두 번째로 많은 현금을 지출한 영역은 지분투자로 종속·공동·관계기업 투자주식을 순취득하는 데 총 2조3244억원을 썼다. 보스턴다이내믹스를 관리하고 고려아연에 지분투자한 미국 투자법인 'HMG글로벌(6838억원)', 국내사업본부 등 주요 부서 등이 새롭게 자리 잡은 서울 강남구 빌딩 '타이거318(2562억원)', 미국 도심항공모빌리티법인 '슈퍼널(2158억원)' 등에 대한 투자가 눈에 띈다.
설비투자를 가리키는 유형자산 순취득에도 2조92억원을 지출했다. 전년동기 대비 30%(4723억원) 증가한 규모다. 현대차가 올해 해외 자회사로부터 받는 배당금을 늘린 이유 중 하나가 국내 전기차 생산시설 신·증설로, 관련 투자를 실행하면서 설비투자금이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