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은 주식에 투자하기 유난히 위험한 달이죠. 그밖에도 7월, 1월, 9월, 4월, 11월, 5월, 3월, 6월, 12월, 8월, 그리고 2월이 있겠군요." 마크 트웨인의 저서 '푸든헤드 윌슨(Puddnhead Wilson)'에 이런 농담이 나온다. 여기에는 예측하기 어렵고 변덕스러우며 때론 의심쩍은 법칙에 따라 움직이는 주가의 특성이 그대로 담겨있다. 상승 또는 하락. 단편적으로만 바라보면 주식시장은 50%의 비교적 단순한 확률게임이다. 하지만 주가는 기업의 호재와 악재, 재무적 사정, 지배구조, 거시경제, 시장의 수급이 모두 반영된 데이터의 총합체다. 주식의 흐름에 담긴 배경, 그 암호를 더벨이 풀어본다.
◇How It Is Now
올해 현대차의 기세가 무섭습니다. 현대차는 올해 1분기 처음으로 상장사 분기 실적에서 삼성전자를 제친 데 이어 3분기까지 내리 연속 상장사 1위 자리를 지켰습니다. 사실상 연간 실적 1위를 예약한 상태죠. 현대차의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1조652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80.4% 증가했습니다. 말그대로 입이 떡 벌어지는 수준입니다. 재계에서 "올해 자동차 빼고 돈 번 곳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죠.
그러나 주식으로 눈을 돌리면 다소 힘이 빠집니다. 주가는 제자리걸음을 걷고 있습니다. 사실 한 5년 정도의 추이를 살펴보면 현재 주가가 그리 낮은 수준은 아닙니다. 그러나 올들어 고공행진하고 있는 실적과 비교했을 때 기대에 못미치는 게 현실입니다. 3년 사이 최저점은 지난해 말의 15만원대입니다. 최고점은 2021년 초의 26만원대죠. 지금은 최저점에 가까운 18만원 안팎을 오가고 있습니다.
투자자로선 답답할 노릇이죠. 올들어 주가 상승률은 15%가량입니다. 같은 기간 기아의 상승률은 37%에 이릅니다. 비슷하게 무겁게 움직이는 삼성전자를 살펴볼까요? 삼성전자 주가는 올들어 29% 올랐습니다.
현대차 주가가 가장 좋았던 시기는 지난해 초입니다. 당시 애플와 손잡고 '애플카'를 만든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주가가 급등했습니다. '루머'에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몇 개 분기 연속으로 깜짝 실적을 이어가도 둔감한 주가, 현대차 입장에선 야속할 수밖에 없어 보입니다.
◇Industry & Event
이유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답은 간단합니다. 현대차가 정점을 찍고 앞으로는 내려갈 일만 남았다는 이른바 '피크 아웃'에 대한 우려와 함께 주춤해진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실제 올들어 곳곳에서 글로벌 전기차 판매 둔화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나 정확히 인지해야 할 점은 판매가 '둔화'된 것이지 성장 자체가 멈춘 건 아니라는 점입니다.
최근 3년의 추이를 보면 일단 둔화가 되긴 했습니다. 전기차는 2020년 222만대, 2021년 477만대, 2022년 802만대 팔렸습니다. 2020~2021년 115%였던 증가율이 2021~2022년에는 67.9%로 꺾였습니다. 올해는 더할 것으로 보입니다. 30%대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죠.
이렇게 증가율이 뚝뚝 떨어지다보니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긴 합니다. 다만 시장이 커지면 성장률은 둔화될 수밖에 없는 게 어찌보면 당연합니다. 전기차가 1년에 1000만대 가까이 팔리는 상황에서 세 자릿수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는 건 쉽지 않죠.
수요 둔화의 원인은 크게 두 가지로 요약됩니다. 비싼 가격 그리고 아직은 부족한 충전 인프라입니다. 1회 완충 주행거리가 늘어나고는 있지만 파격적으로 늘지는 못하고 있는 점도 구매를 주저하는 요인이 되고 있습니다.
다른 전기차 회사들이 '숨고르기'에 들어간 것도 당연해 보입니다. 제너럴모터스(GM)는 내년 상반기까지 4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한다는 계획을 발표했었는데 이를 철회했습니다. 포드 역시 120억달러 규모 전기차 투자 연기를 발표했죠.
그러나 현대차는 다릅니다. '마이웨이'가 확실합니다. 현대차는 현재 4개 공장(90만대)을 동시에 신설 혹은 증설 중인데 전기차 비중이 상당합니다. 특히 미국과 한국에 전기차 공장을 짓고 있는데 두 곳에서만 40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습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을 비롯해 최고위 경영진들의 확신 역시 여전합니다. 정 회장은 11월 울산에서 열린 전기차 전용 공장 기공식에서 전기차 수요 둔화에도 투자 계획은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는 "큰 틀에서 전기차 수요는 계속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운영의 묘를 살려서 해볼 생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Market View
현대차의 자신감을 보는 시장의 평가도 긍정적입니다. 증권사 리포트의 제목만 봐도 알 수 있죠. 최근 나온 교보증권의 리포트 제목은 '힘들 때 더 빛날 코너링 실력'입니다. 다른 리포트를 봐도 긍정적인 게 많습니다. 눈에 띄는 제목으로는 '웬만해선 실적을 막을 수 없다', '또크아웃? No크아웃!' 등이 있네요. 유안타증권은 "산업에게는 위기일 수 있으나 기업에게는 기회일 수 있다"는 말로 현재의 현대차를 진단했습니다.
피크아웃 우려를 일축하는 리포트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분기별 이익 변동성이 매우 낮아 지금의 호실적을 일시적인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입니다. 유진투자증권은 3분기 실적 발표 이후 "아직 실적 지속성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남아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3분기 호실적은 피크아웃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는 호실적으로 판단한다"고 밝혔습니다.
물론 모두 좋은 내용들로만 채워진 건 아닙니다. 교보증권은 고금리 상황 등을 고려해 현대차의 목표주가를 기존 29만원에서 26만원으로 하향 조정했습니다. 경영환경 자체의 악화를 무시할 순 없다는 의미로 보여집니다.
증권사들의 목표주가는 대부분 30만원 정도로 대동소이합니다. 많은 리포트들이 미국 전기차 공장이 가동을 시작하는 2024년을 주목하고 있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그때부터 주가가 본격적으로 상승 동력을 얻을 것으로 보고 있죠. 미국 전기차 시장은 놓칠 수 없는 시장인 동시에 현대차가 어느 정도 자리를 잘 잡고있는 시장입니다. 현대차는 기아와 함께 올해 1~3분기 미국 전기차 판매량에서 2위에 올랐습니다.
◇Keyman & Comments
실적 개선의 중심엔 장재훈 대표이사 사장이 있습니다. 장 사장은 정의선 회장 시대 현대차를 대표하는 인물 중 하나입니다. 탄탄한 현대차의 실적과 포트폴리오를 만든 일등공신으로 꼽히죠.
실적과 주가에 대해 장 사장의 의견을 직접 들으려 했으나 쉽지 않았습니다. 그간 기획재경본부장을 맡아왔던 서강현 사장 역시 최근 현대제철 대표이사로 이동해 얘기를 들을 수 없었습니다.
대신 IR담당을 맡고 있는 구자용 전무에게 관련 얘기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구자용 전무는 "지난 3년은 지속적인 피크아웃 우려에도 불구하고, 고수익 차종 중심의 믹스 개선과 북미지역 최대 판매 등 '펀더멘털 개선'의 결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해온 기간"이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CEO 인베스터데이에서 발표한 '현대 모터웨이(Motor Way'와 지난 4월에 발표한 '분기 배당', '배당성향 최소 25% 이상' 등의 중장기 주주환원정책 등을 통해 최대 실적에 걸맞는 당사 기업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도록 노력해왔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을 수 밖에 없는 성적이죠.
구 전무는 "우리 회사의 비전에 대한 시장과의 적극적인 소통과 주주친화정책 고도화, 신규 지역 투자자 발굴, 다양한 IR 활동 전개를 통해 주주가치 극대화할 것"이라고도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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