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CFO

Peer Match Up한솔 vs 무림

용지 수요따라 갈리는 실적

[수익성]⑤산업용지의 한솔, 인쇄용지의 무림…환율·펄프도 수익성 좌우

허인혜 기자  2023-12-08 09:18:11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제지업은 실물경제와 금융경제 각각의 영향을 크게 받는 산업이다. 국내 양강인 한솔그룹과 무림그룹은 더욱 그렇다. 주요 포트폴리오로 인쇄용지와 산업용지를 내세우고 있어서다. 해외 수출 비중이 높아 환율에도 민감하다.

조건은 같지만 결과는 다르다. 두 제지사 모두 인쇄용지와 산업용지를 취급하지만 비중이 상이하다. 고환율에 유리하지만 포트폴리오에 따라 더 번 곳도, 덜 번 곳도 있다. 펄프를 생산하는 무림과 전량 사들이는 한솔의 입장차도 뚜렷하다.

◇산업용지 강자 한솔, 인쇄용지·펄프 잘파는 무림

두 제지사 모두 인쇄용지와 산업용지, 특수지를 생산하지만 점유율은 다르다. 한솔은 국내 산업용지 시장 점유율이 50%에 육박한다. 교보증권 리포트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한솔제지의 영업이익 중 산업용지의 기여도가 63%에 달했다.

반면 인쇄용지는 무림이 강자다. 무림페이퍼가 시장 1위로 점유율이 35%다. 무림페이퍼의 매출액 8할은 인쇄용지가 책임지고 있다. 어떤 용지가 잘 팔리느냐에 따라 양사의 수익도 갈릴 수밖에 없다.


한솔제지는 지난해 주요 제품인 산업용지와 특수지 수요 효과를 톡톡히 봤다. 펜데믹 여파로 택배 물동량이 크게 늘어난 상황에서 산업용지 경쟁사로 꼽히던 신풍제지가 조업을 중단하면서 한솔제지가 수요를 모두 흡수했기 때문이다. 한솔제지는 지난해 매출액 2조4579억원, 영업이익 1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무림그룹은 계열 3사가 모두 제지와 펄프를 생산한다. 두 곳 모두 펄프값에 민감하지만 효과는 정반대다. 무림그룹은 2011년 '조림-펄프-제지'의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펄프를 생산하는 만큼 값이 오를 수록 좋다.

전문 분야에 따라 실적은 조금씩 상이했다. 무림페이퍼의 자회사 무림P&P는 매출 7741억원과 영업이익 683억원을 기록했다. 이중 인쇄용지인 백상지 등의 매출액이 5478억원이다. 나머지는 활엽수 펄프가 창출한 매출이다.

◇'고환율 수혜' 컸지만…환율하락·경기악화 여파 뚜렷

수출 성과도 수익성을 좌우하는 요소다. 국내 제지사들은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수출로 채워 대표적인 고환율 수혜 업종으로 분류된다. 현대차증권 등의 리포트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0원 오를 때마다 한솔제지의 영업이익도 약 25억원 늘어난다고 본다. 2021년과 지난해에는 수요 증가와 함께 고환율도 실적을 견인했다.

한솔제지의 최근 3년간 매출액을 보면 지난해와 2019년에는 수출액이 내수를 눌렀고 2021년에는 비등했다. 2022년 매출액 중 수출은 1조1535억원, 내수는 1조59억원을 기록했다. 북미와 유럽의 합산 비중은 약 40% 수준으로 알려졌다. 무림그룹은 제지에 더해 펄프도 수출한다. 무림P&P도 수출 비중이 적잖다. 올해 3분기 매출실적은 5361억원인데 이중 수출이 2491억원, 내수가 2869억원으로 나타났다.


올해는 양사가 전년만큼 힘을 내지는 못하고 있다. 두 가지 영향이다. 우선 실물경제 악화로 인쇄용지나 산업용지 모두 수요가 축소됐다. 수출비중이 높은 점도 올해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 지난해 실적을 밀어올린 요소들이 효과를 잃으면서다. 지난해에는 한때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에 이를 만큼 오름세였지만 올해는 고착화됐고 유럽 제지기업들의 생산 실적을 막았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도 변화없이 이어지고 있다.

한솔제지는 상반기 매출액이 1조225억원으로 전년대비 0.6% 줄었다. 매출은 소폭 줄었지만 영업이익은 85.2%나 줄어 127억원으로 집계됐다. 산업용지와 특수지 매출이 각각 2689억원, 3543억원으로 16.4%, 5.6% 하락한 탓이다.

무림그룹은 같은 기간 계열사마다 성과가 달랐다. 무림페이퍼와 무림P&P가 흑자, 무림SP는 적자다. 무림페이퍼의 상반기 영업이익은 81억원, 무림P&P는 138억원을 기록했다. 무림SP는 75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3분기에는 흑자를 냈던 곳들도 좋지 못한 성과를 냈다. 다만 제지 판매 여파보다 펄프가격 하락이 주 원인이다. 펄프 생산사인 무림P&P와 모회사인 무림페이퍼에 영향을 미쳤다. 무림P&P는 적자전환했다. 무림페이퍼의 3분기 영업이익은 약 29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93.94%나 줄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