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THE CFO가 최근 중요성이 커지는 CFO 인사에 대한 기업별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키움증권이 내부 살림을 재정비 할 구원투수로 재무라인을 활용하는 모습이다. 영풍제지 사태로 창립멤버인 대표이사가 임기를 2년 이상 남겨두고 사임을 결정하자 후임으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낙점했다.
키움증권은 올 3월 조직개편을 통해 경영관리본부를 재무결제본부와 전략기획본부로 나누고, 전략기획본부장에 CFO 역할을 부여했다. 재무 뿐만 아니라 회사의 전략적 방향성을 직간접적으로 지휘하는 재무수장이 영풍제지 사태를 정리할 적임자로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키움증권은 지난달 말 임시 이사회를 열고 차기 대표이사에 엄주성 전략기획본부장(부사장)을 내정했다. 엄 부사장은 내년 초 임시 주주총회에서 공식 선임될 예정이다.
황현순 대표는 영풍제지 사태에 도의적 책임을 진다는 뜻을 밝히며 임기를 2년 이상 남겨두고 사임 결정했다. 황 대표의 임기는 2026년 정기 주주총회로, 2022년 1월 대표이사에 선임돼 올 3월 연임에 성공했다. 증권업계의 악화 속에서도 시장 점유율 끌어올렸다는 평가가 바탕이 됐다.
그러나 올 들어 차액결제거래(CFD)와 영풍제지로 인한 대규모 미수금 사태로 황 대표는 위기를 맞았다. 특히 영풍제지 거래에 따른 고객 위탁계좌에서 발생한 미수금 규모만 4943억원으로, 이후 반대매매에도 약 610억원 정도를 회수하는 데 그쳤다.
현재 키움증권의 미수금은 4333억원이다. 이는 상반기 지배주주 순이익 4238억원을 뛰어넘는 수준이다. 키움증권의 영풍제지 손실액은 4분기 실적 반영 예정으로 적자 전환이 예고된다.
키움증권은 다른 증권사들이 올해 초부터 지난 7월까지 영풍제지 증거금률을 100% 상향한 것과 달리, 매매 거래 정지 직전까지 영풍제지 증거금률을 40%로 유지했다.
이에 키움증권을 재정비 할 구원투수로 엄 부사장이 CEO로 낙점됐다. 창림 멤버인 황 대표가 떠난 자리에 CFO가 자리한 것이다. 황 대표는 2000년 키움증권 창립 때부터 합류한 공신으로, 키움증권에서 중국현지법인장, 투자운용본부장, 전략기획본부장 등을 역임한 바 있다.
엄 부사장은 1968년생으로 연세대 응용통계학과 나온 뒤 KDI(한국개발연구원)스쿨에서 투자경영학 석사 학위 취득한 인물이다. 대우증권에 입사해 1993년 증권업계에서 첫 발을 뗐으며, 2007년 키움증권으로 이직했다. 이후 키움증권에서 PI팀, 투자운용본부 등을 거쳤다.
CFO로는 2022년 3월 전략기획본부장(전무)으로 승진하며 활동을 시작했다. 이전에는 경영관리본부장이 CFO를 역임했으나, 이때 경영관리본부가 재무결제본부와 전략기획본부로 나뉘었다. 그해 12월 엄 부사장은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PI팀 시절 성과가 뛰어나다고 알려져 있다. PF본부에서 같이 근무했던 후배들이 현재 키움증권 사내나 계열사 곳곳에 주요 임원으로 자리 잡고 있다. 전옥희 본부장의 경우 2007년 4월부터 2018년 1월까지 키움증권 PI본부에서 엄 부사장과 함께 근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