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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키 바이오텍 in market

아이빔테크놀로지, 사노피도 러브콜…넥스트는 'AI 암진단'

②김필한 대표 "최상위→하위 기관 확장 기대, 교원창업 롤모델 꿈"

차지현 기자  2023-11-23 14:20:16

편집자주

스포츠에서 신인을 뜻하는 루키(Rookie)의 어원은 체스에서 퀸 다음으로 가치 있는 기물인 룩(Rook) 또는 떼까마귀(Rook)다. 전후좌우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점이 신인의 잠재력과 행보와 닮았단 해석, 속임수에 능하고 영악한 떼까마귀같다는 부정 의미도 있다. 기업공개(IPO)를 통해 유동성 공급을 앞둔 '루키 바이오텍'에도 이런 양면성이 내재해 있다. 더벨이 주식시장 입성을 앞둔 이들 기업의 진면목을 살펴본다.
"신기술은 최상위 기관이 가장 먼저 구매한다. 그다음 점점 하위 기관으로 뻗어 나간다. 최근 미국 대형 병원과 글로벌 빅파마(제약사)에 납품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 본격적으로 매출 확대가 기대되는 시점이다."

김필한 아이빔테크놀로지 대표이사(사진)는 최근 더벨과 만나 이같이 말했다. 아이빔테크놀로지는 지난해 미국 하버드 의대 줄기세포연구소에 생체현미경을 납품했다. 국내 기업이 하버드 의대에 연구장비를 공급한 첫 번째 사례다.

김필한 아이빔테크놀로지 대표이사.

이번 공급 계약이 갖는 의미는 크다. 우선 록인 효과(Lock-in)를 기대할 수 있다. 한번 장비를 구매한 고객은 이를 계속해서 사용하는 경향을 보인다. 하이테크 기기인 데다 고가 장비이기 때문이다. 또 하드웨어 구매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후에도 연구를 위한 소프트웨어까지 지속적으로 이용하게 된다.

무엇보다 최상위 기관 도입 사례가 레퍼런스로 작용, 하위 기관도 따라 구매하면서 확산이 일어난다. 실제 하버드 의대 납품한 뒤 미국 존스홉킨스 어린이병원, 미국 메사추세츠대 메모리얼의료센터 등 유명 대형병원과 잇달아 계약을 체결했다. 최근엔 프랑스 사노피에도 장비를 제공하게 됐다. 해외 공급 기관 늘면서 향후 매출이 더욱 가파르게 증가할 것이란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생체현미경 납품·CRO로 '캐시카우' 확보, 성장성 기대

아이빔테크놀로지는 생체현미경 판매를 넘어 임상수탁기관(CRO)로도 사업 영역을 확대했다. 영상화 기술을 기반으로 실험·분석 컨설팅, 테스트 실험 수행, 동물 모델 제작, 영상 프로세싱 및 분석 등을 지원하는 원스톱 통합 솔루션을 내놨다. 삼성서울병원, 대웅제약, 에이비엘바이오, 파멥신, 젬백스 등을 고객사로 뒀다.

기술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도 높다. 김 대표는 "출발점이 대학인 만큼 하드웨어뿐만 아니라 바이오나 임상에 대한 전문 지식 등 소프트웨어까지 내재화한 게 강점"이라면서 "장비를 구입한 고객사가 원하는 분석 서비스가 있다면 여기에 필요한 기술을 함께 제공해 후기가 좋은 편"이라고 했다.


이로써 바이오텍으로선 드물게 매출을 내고 있다. 지난해 매출 13억3800만원을 기록했다. 올 9월까지 누적 매출은 22억4500만원으로, 3분기만에 작년 한 해 동안 벌어들인 매출을 훨씬 뛰어넘었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매출의 절반 이상이 해외에서 나오고 있다.

김 대표는 생체현미경과 CRO 사업 성장성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2~3년 내 생체현미경 장비 수요가 급속도로 증가할 것으로 기대한다. 전 세계적으로 바이오의약품 시장 규모가 빠르게 커지는 추세인데 생체영상화 기술은 바이오의약품 연구개발(R&D)에서 약물 전달이나 효능 평가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기술로 꼽힌다. 아직 생채 내(In vivo)에 특화한 생체현미경을 개발하는 경쟁자도 없다.

그는 "우리가 가장 잘하는 분야는 전임상 개발 단계에서 바이오의약품 효능 분석과 약물 전달 경로 파악"이라며 "개발하는 바이오의약품 파이프라인이 늘어날수록 장비 수요도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CRO의 경우 트랙레코드 축적과 내부 표준화 작업을 위해 국내 사업에 우선 집중하는 중이다. 이어 점진적으로 해외 업체와 협업을 늘릴 예정이다. 궁극적으로 빅파마로부터 프로젝트성 CRO 수주를 따내는 방식으로 효율성을 극대화하겠다는 구상이다.

◇IPO 이후 확장 가속화, 동물용 넘어 인체 암 수술까지 확대

성공적으로 기업공개(IPO)를 마무리한 뒤 확장을 가속화한다는 포부다. 단기적으로 생체현미경 판매 국가를 늘리는 데 역량을 모을 계획이다. 김 대표는 "지금은 북미 지역에 파트너사를 뒀는데 앞으로는 자체적인 마케팅을 펼칠 수 있도록 현지 오피스를 세우려고 한다"면서 "현지 마케팅과 서비스 지원을 더욱 강화해 해외 진출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나아가 인체 진단 분야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겠다고 강조했다. 수술로 절제한 조직의 암세포를 인공지능(AI) 딥러닝 기술로 분석하는 의료기기 출시를 준비 중이다. 암 환자 수술 중 병변 내 암 조직을 정밀하게 감지할 수 있는 AI 기반 영상 의료기기도 개발하고 있다. 2020년부터 시작한 이 기기 개발은 60명 환자에 대해 실증 임상을 마쳤다. 이후 허가용 임상을 거쳐 내년 말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그는 "암 수술 시 암세포가 조금이라도 남아 있으면 암이 재발하기 때문에 미세한 암세포까지 제거하는 게 핵심"이라며 "수술의 정밀도를 높이는 데 기여하고 암 환자의 수술 후 재발률을 낮추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대표의 비전은 아이빔테크놀로지를 생체현미경 분야에서 세계 선도 기업으로 키우는 것. 그리고 교원창업의 롤모델이 되고 싶다고도 말했다. 우수한 원천 기술을 보유한 연구실이 많은데 이들이 창업을 통해 실제 현장에 도움을 주는 사례가 더 많아져야 한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그는 "아이빔테크놀로지는 세계 최초로 생체현미경을 개발했고 이를 고도화해 이 분야의 글로벌 최고 기업이 되는 게 중장기적인 목표"라면서 "학교나 연구소에서 탄생한 좋은 기술이 투자자를 만나 상업화하고 해외로 진출할 수 있는 기업이 계속 나올 수 있도록 성공 사례로 남는 게 개인적 꿈 중 하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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