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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서 신인을 뜻하는 루키(Rookie)의 어원은 체스에서 퀸 다음으로 가치 있는 기물인 룩(Rook) 또는 떼까마귀(Rook)다. 전후좌우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점이 신인의 잠재력과 행보와 닮았단 해석, 속임수에 능하고 영악한 떼까마귀같다는 부정 의미도 있다. 기업공개(IPO)를 통해 유동성 공급을 앞둔 '루키 바이오텍'에도 이런 양면성이 내재해 있다. 더벨이 주식시장 입성을 앞둔 이들 기업의 진면목을 살펴본다.
눈으로 볼 수 없는 걸 보기 위한 인류의 노력은 경이로운 의학 발전을 불러왔다. 1590년 네덜란드 안경사 얀센이 발명한 현미경은 미생물과 세포를 관찰하도록 했다. 1895년 독일 물리학자 뢴트겐이 발견한 엑스선은 사람 몸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길을 열었다. 이후 1973년 폴 라우터버와 피터 맨스필드 박사가 자기공명영상장치(MRI)를 개발해 인체 장기를 영상화할 수 있게 됐다.
수술 없이 생체 내부를 좀 더 세밀히 들여다보기 위한 노력은 현재진행형이다. 아이빔테크놀로지는 생명체 장기를 구성하는 세포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촬영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 세포 변화를 고해상도 이미지로 구현한 생체현미경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기도 했다. 이 같은 기술력을 앞세워 코스닥 상장에 도전한다.
아이빔테크놀로지는 2017년 한국과학기술원(KAIST) 의과학대학원 교원 창업 프로그램을 통해 탄생한 기업이다. KAIST 의과학대학원 교수를 맡고 있는 김필한 대표이사가 이끌고 있다. 그는 공학과 바이오 분야를 두루 섭렵한 전문가다. 서울대 전기공학부 공학박사 학위 취득 후 하버드 의과대학 매사추세츠종합병원(MGH)과 서울대 의약바이오컨버전스 연구단을 거쳤다.
김 대표가 교수 시절 개발한 소프트웨어가 원천 기술이다. 레이저 기술 연구 경험을 기반으로 생명체 몸속 세포의 움직임을 관찰할 수 있는 생체현미경을 탄생시켰다. 초고속으로 회전하는 다각 거울을 이용해 생체 내부 조직과 세포를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여기에 빛을 광원으로 하는 광학현미경을 접목해 이미지 해상도를 높였다.
엑스레이(X-ray)나 컴퓨터단층촬영장치(CT) 등은 장기나 조직 수준의 영상 정보만 제공한다. 세포 단위의 정보를 얻기 위해선 생물체로부터 조직을 떼어낸 뒤 이를 광학현미경을 통해 분석해야 했다. 또 기존 장비로 장기나 세포를 찍을 경우 영상이나 사진이 흔들려 고해상도 이미지를 도출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극복한 게 바로 생체현미경이다.
생체현미경 분야에서 아이빔테크놀로지의 기술력은 독보적이다. 체온 실시간 모니터링 프로그램, 온도 자동 조절 장치 등으로 생체가 오랜 기간 생존하도록 시스템화했다. 영상 품질을 높이기 위해 고성능 생체조직 모션 자동 보정 알고리즘도 탑재했다. 현재 상용화한 생체현미경은 총 다섯 가지. 핵심 상용화 경쟁력으로 △일체형 시스템 △생체영상화 최적화 설정 △경쟁사 대비 저렴한 가격 등을 내세운다.
생체현미경의 활용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전임상 단계 실험에 가장 많이 쓰이고 있다. 동물이 '살아있는' 상태에서 내부 암 성장이나 혈관 변화 등 세포 단위의 변화를 정밀하게 확인 가능하다. 약물을 주입했을 때 생체 내 전달 과정이나 효능도 분석할 수 있다. 에이비엘바이오가 프랑스 사노피에 기술이전한 퇴행성뇌질환 치료제 후보물질의 전임상에도 아이빔테크놀로지의 기술이 적용됐다. 이후 인체로 적용 범위를 넓힌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기술력을 인정받아 이제껏 약 260억원 규모의 투자금을 따냈다. 설립 3개월만에 30억원 규모 시리즈A 투자를 이끌어낸 데 이어 80억원 규모 시리즈B, 150억원 규모 시리즈C 등 투자 유치를 달성했다. 주요 재무적투자자(FI)는 LB인베스트먼트, BNH인베스트먼트, 에이티넘인베스트먼트, 타임폴리오자산운용, 미래에셋벤처투자 등이다.
기술특례 방식으로 코스닥 입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기술특례상장은 코스닥 상장 요건 중 재무 항목을 면제받는 대신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전문기관으로부터 기술평가를 받아 상장하도록 돕는 제도다. 8월 한국거래소가 지정한 기술성 평가 기관 두 곳으로부터 각각 A와 BBB 등급을 받았다. 9월 말 상장 예비심사를 청구하면서 본격적인 기업공개(IPO) 작업에 돌입했다.
아이빔테크놀로지 관계자는 "기술특례상장을 위한 기술평가에서 기술력을 인정받으면서 필요한 요건을 갖췄다"면서 "성공적으로 IPO를 마친 뒤 사업 분야 및 해외 진출 국가를 넓히면서 지속해서 성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