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메디슨이 매년 실현하는 수익을 살피면 그룹 계열사와 거래하면서 발생하는 금액이 절반 가까이 된다. 내부거래를 관통하는 기업은 모회사 '삼성전자'다. 2018년 이래 5년 동안 삼성전자와 해외 자회사를 통해 얻은 매출이 1조원으로 나타났다.
수익 실현의 이면에 삼성전자가 깊숙이 자리잡은 건 초음파 의료기기를 판매하는 네트워크와 맞닿아 있다. 삼성메디슨은 계열 편입 초기에 손실을 겪던 국외 판매법인들을 정리했다. 이후 제품 판매 거점으로 삼성전자가 해외에 세운 자회사들을 활용하는 '상품 유통망 단일화' 기조를 채택하면서 모회사를 경유하는 거래선이 구축됐다.
◇자체운영 해외법인 정리, 그룹 영업망 활용 삼성메디슨의 특수관계자 거래 내역 전면에 드러나는 회사는 삼성전자다. 2018년 이래 올해 상반기까지 5년여 동안 그룹 계열사와 거래하면서 거둬들인 매출은 1조243억원이다. 이 가운데 삼성전자와 해외 자회사들로부터 발생한 금액이 9917억원으로 전체의 96.8%를 차지한다.
삼성메디슨은 2011년 삼성전자에 인수된 이래 경영 실태를 점검하고 혁신하는 작업에 착수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의료기기 판매 네트워크 통합'이었다. 상품을 공급하는 경로를 자체 구축하지 않고 모회사인 삼성전자가 구축한 유통망을 활용하는데 방점을 찍었다. 과도한 비용 집행을 억제해 이익률 상향 조정을 촉진하는 취지였다.
제품 판매에 방점을 찍고 운영하던 기존 연결 자회사들을 정리하는 조치를 단행했다. 2011년 말 기준으로 삼성메디슨의 11개 해외 계열사 가운데 9곳이 순손실을 기록한 만큼 경영 비효율 요인을 제거하는 의미가 담겼다. 2012년에 일본법인을 청산하면서 첫 발을 뗐다. 여세를 몰아 2013년에는 미국, 프랑스, 이탈리아, 중국 상하이에 포진한 계열사의 문도 닫았다.
국외 판매 법인들을 겨냥해 구조조정을 단행한 뒤 삼성전자 산하 해외 계열사들을 현지 납품 거점으로 지정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보유한 브랜드 인지도를 감안하면 의료기관을 상대로 수행하는 마케팅이 한층 수월해질 거라는 판단이 형성됐다. 삼성전자 의료기기사업부와 협력하면서 판촉 활동을 수행하는 노력도 병행했다.
◇계열사향 수익비중 50%, 재료 조달창구 역할도 수행 특수관계자향 매출 내역을 살피면 단연 금액이 많은 기업은 삼성전자 인도법인이다. 2018년부터 2023년 6월까지 1530억원을 거둬들였다. △중국법인(1435억원) △이탈리아법인(1214억원) △브라질법인(935억원) △독일법인(782억원) 등이 뒤를 이었다. 내수 시장도 중요한 권역인 만큼 삼성전자 본사와 거래하면서 발생한 매출액은 510억원으로 집계됐다.
연간 매출 가운데 그룹 계열사에서 발생한 금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해마다 50% 안팎에서 등락했다. △2018년 52.7% △2020년 46.4% △2022년 47.6% 등으로 달라진 대목에서 드러난다. 올해 상반기에는 특수관계자향 매출이 1071억원으로 영업수익 2638억원의 40.6%를 구성했다.
그룹 계열사들은 유통 거점에 국한하지 않고 의료기기 제조에 필요한 원재료를 조달하는 창구 역할도 담당한다. 2018년부터 5년여 동안 삼성메디슨이 특수관계자로부터 매입한 규모는 4654억원이다. 매출원가 대비 연간 매입거래액 비중은 △2018년 40.9% △2020년 42.6% △2022년 42.4% 등으로 나타났다.
매입액이 830억원으로 집계된 삼성아시아가 단연 돋보인다. 싱가포르에 자리잡은 법인으로 반도체 판매에 특화됐다. 삼성메디슨은 여기서 집적회로(IC)를 사들인 뒤 국내 사업장으로 들여와 초음파 의료기기를 생산했다. 5년여 동안 매입 규모가 291억원으로 나타난 삼성전자 타이완법인 역시 연산처리 프로세서 등 부품을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부품 구매처 외에도 필요한 업무를 분담하는데 기여한 계열사도 존재한다. 운송 서비스에 특화된 업체 삼성전자로지텍이 대표적이다. 2018년 이래 올해 6월까지 402억원의 매입거래가 발생했다. 그동안 삼성메디슨과 수의계약을 체결하고 물류 용역을 대행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