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10월 25일 고 이건희 선대회장이 별세했다. 삼성전자를 글로벌 1등 기업으로 키운 고 이 선대회장이 유족에게 남긴 상속 재산은 26조원. 막대한 재산이 유족들에게 물려졌지만 대규모 세금을 내야 했다. 2021년 4월 유족들은 12조원대의 상속세를 내겠다고 밝혔다. 당시 유족들이 낼 상속세 규모는 전세계적으로 역대 최고 수준으로 평가됐다. 수중에 현금이 부족한 유족들은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고 지분도 매각하며 세금 납부에 충실하고 있다. 이들이 다시 주식 매각에 나선 가운데 상속세로 인한 오너 일가의 움직임과 현황, 영향 등을 살펴본다.
고 이건희 선대 회장이 타계한 뒤 유족들이 납부하는 상속세는 12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유족들이 국가와 사회에 환원한 금액은 12조원을 훌쩍 넘는다.
2021년 4월 고 이건희 삼성 선대회장 유족들은 '세기의 기증'을 발표한다. 고 이 회장이 개인적으로 수집했던 미술품 2만3000여점을 기부한다고 밝혔다. 미술계에서는 소위 '이건희 컬렉션'으로 불리는 기증 미술품의 감정가를 최소 3조원으로 추산한다. 미술품 기증 외에도 사회에 환원한 대규모 금액이 있다. 유족은 감염병과 소아암, 희귀질환 극복을 위해 1조원도 기부했다.
미술품 기증을 비롯한 사회환원이 없었고 이를 상속세 납부를 위해 모두 활용했다면 유족들의 자금 부담은 지금보다 크지 않았다. 하지만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홍라희 여사(전 리움미술관장) 등 유족은 이런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국보 포함 '이건희 컬렉션', 감정가 3조 달해…유족, 기증 결단
고 이 회장이 2020년 10월 별세한 뒤 삼성은 2021년 4월 12조원 규모의 상속세 납부 계획을 밝힌다. 아울러 상속세와는 별개로 사회 환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고 이 회장이 개인소장하던 미술품 2만3000여점 기증이다.
재계 안팎에서 고 이 회장의 미술품 수집은 익히 알려져 있었다. 미술품에는 국보급으로 평가되는 고가의 작품이 다수 있을 것으로 예상해 왔다. 이 때문에 고 이 회장이 타계한 뒤 일각에서는 미술품의 행방을 예의주시했다.
미술품은 자산가들이 개인의 기호에 따라 사들이기도 하지만 투자의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이를 물려받은 유족들은 미술품을 시장에 매각해 상속세를 납부할 재원을 얻는다. 이는 법 제도와도 관련이 있다. 현행 상속세 및 증여세법(이하 상증세법)에 따르면 상속세 물납은 '부동산'과 '유가증권'으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고 이 회장 유족이 이런 방안을 추진하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유족은 그런 길을 택하지 않았다. 미술품을 상속세 납부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고 국가와 사회에 환원하는 결단을 내렸다. 당시 유족의 결정은 큰 파장을 일으키며 세기의 기증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은 한국화랑협회 미술품감정위원회,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한국미술품감정연구센터 3곳에 미술품 감정을 받았다. 감정가는 최소 2~3조원으로 추정됐다. 다만 이는 감정가다. 미술계에서는 경매 등의 방법으로 시장에 내놓을 경우 시가가 10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기증 역시 철두철미한 과정을 거쳐 이뤄졌다. 고미술품은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하고 세계적인 서양 작가들의 유명 작품과 한국을 대표하는 근대 미술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 등에 각각 기증하는 방안을 택했다. 또 지역 안배도 고려하는 세심함도 보였다.
우선 국립중앙박물관에는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 단원 김홍도의 추성부도, 국내 유일 고려 천수관음 불화인 천수관음 보살도 등 지정문화재 60건을 기증했다. 이 외에도 도자기, 서화, 금속공예 등 다양한 시대의 고미술품 2만1600여점을 국립중앙박물관에 기증했다.
국립현대미술관에는 김환기의 여인들과 항아리, 박수근의 절구질하는 여인, 이중섭의 황소 등 한국 근대 대표 작가 작품 1488점을 기증했다. 또 제주 이중섭미술관, 강원 박수근미술관, 전남도립미술관, 광주시립미술관, 대구미술관 등 지방 미술관 5곳과 서울대 등에도 유명 작품 143점을 기증했다.
◇감염병 등 지원 1조 기부, 실질적 국가·사회 환원 12조 '훌쩍' 웃돌아
고 이 회장 유족들은 미술품 외에 1조원 규모의 기부 방안도 실행했다. 우선 감염병 대응에 7000억원을 기부했다. 이는 향후 혹시모를 감염병에 대응하기 위한 인프라를 만드는 데 사용하기로 했다.
7000억원 중 5000억원은 한국 최초의 감염병 전문병원인 '중앙감염병 전문병원' 건립에 활용한다. 중앙감염병전문병원은 첨단 설비까지 갖춘 150병상 규모의 세계적인 수준의 병원으로 건립된다. 2000억원은 질병관리청 산하 국립감염병연구소의 최첨단 연구소 건축에 필요 설비를 구축한다. 또 감염병 백신, 치료제 개발을 위한 제반 연구 지원 등 감염병 대응을 위한 인프라 확충에도 사용된다.
유족들은 감염병 대응 관련 7000억원 외에 소아암과 희귀질환 어린이 지원에 3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앞으로 10년간 소아암, 희귀질환 어린이들 가운데 가정형편이 어려운 환아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와 치료, 항암 치료, 희귀질환 신약 치료 등을 위한 비용을 지원하기로 했다.
백혈병·림프종 등 13종류의 소아암 환아 지원에 1500억원, 크론병 등 14종류의 희귀질환 환아들을 위해 600억원을 사용한다. 향후 10년 동안 소아암 환아 1만2000여명, 희귀질환 환아 5000여명 등 총 1만7000여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금액 규모다. 이 외에 증상 치료를 위한 지원을 넘어 소아암, 희귀질환 임상연구 및 치료제 연구를 위한 인프라 구축 등에도 900억원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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