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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활 건 메디포스트 미국법인, '양윤선·오원일'은 없다

유일한 사내이사인 두 전문가 이사회서 제외, 법인장인 이승진 전무 힘싣기

최은진 기자  2023-11-15 13:33:04
메디포스트가 카티스템의 미국 임상에 사활을 걸고 있는 가운데 전진기지인 미국법인에서 주요 구심점 역할을 하던 전문가를 제외해 눈길을 끈다. 특히 전 최대주주이자 기술의 핵심으로 꼽히던 양윤선 이사회 의장이 미국법인의 이사회에서 빠졌다는 데 주목된다.

◇설립 초창기부터 이사직 수행하던 양윤선·오원일 4월자로 '사임'

메디포스트는 3분기 보고서를 통해 MEDIPOST, Inc(이하 미국법인)의 비상근이사였던 양윤선 이사회 의장과 오원일 대표이사가 모두 4월자로 사임했다고 밝혔다. 각각 2012년, 2013년, 즉 설립 초창기부터 이사직을 수행하던 인물들이다.

현재 메디포스트 등기임원 가운데 미국법인의 이사직을 수행하는 인물은 없다. 현지 인력들을 중심으로 전열을 구성했을 가능성에 무게가 실린다. 메디포스트의 미등기임원인 이승진 글로벌사업 총괄 전무가 법인장으로 유일하게 이사회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2013년 7월부터 법인장을 역임하던 인물이다. 현재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면서 한국과 미국을 오가는 생활을 하고 있다.

메디포스트 홍보 관계자는 "이승진 전무가 사실상 모든 미국법인을 챙겨왔기 때문에 운영하는 데에 있어서도 충분한 상황"이라며 "두 인물이 빠진 자리는 현지 인력으로 채운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메디포스트 측은 미국법인 상황에 관심을 왜 갖는 지가 의아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공시의무도 아닌 미국법인의 이사회 현황 등을 공유하는 게 어렵다는 얘기다.

앞선 관계자는 "미국법인 상황에 왜 관심을 갖는 지 물어보고 싶다"며 "공시 나온대로만 해석하면 된다"고 말했다.

공식적인 입장과는 다르게 메디포스트에 있어 미국법인은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 메디포스트의 제대혈 사업 이후 넥스트 전략에 있어 가장 중요한 신약 파이프라인인 카티스템과 뉴모스템의 특정지역의 개발권, 실시권 미 독점판매권을 미국법인이 보유하고 있다.

특정지역은 미국, 캐나다, 영국 등 주요 북미 및 EU국가,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다. 메디포스트는 미국법인으로부터 매출과 연동한 로얄티를 수령한다.


현재 미국법인은 카티스템에 대한 미국 임상 3상을 준비하고 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임상승인신청서(IND)를 내기 위한 사전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지난 여름께 FDA와 프리 IND 1차 미팅을 진행했다. 대조군 및 관찰 기간 등 다방면으로 긍정적인 의견을 수령했다고 내부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FDA 팀과의 팔로우업 미팅을 통해 품질 및 공정에 대한 방향성을 논의하기 위한 작업을 추진 중이다.

최근 단행한 유상증자 투자설명서를 보면 오는 2024년 4분기께 IND를 신청할 것으로 계획하고 있다. 본격임상 개시는 2025년 1분기를 목표로 한다. 7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자금 대부분도 여기에 쏟아부을 것으로 예정하고 있다.

◇카티스템 3상 IND 준비 중, "업무분담 차원, 양윤선 의장 그간 역할도 미미"

메디포스트에 있어 가장 중요한 미국법인에, 그것도 임상을 앞둔 절대적으로 중요한 시점에 영향력 있는 인물이 제외됐다는 건 의미가 있다. 양 의장은 작년 스카이레이크와 크레센도라는 사모투자운용사(PE) 컨소시엄에 최대주주 지위를 넘기고 현재는 이사회 의장으로 역할을 하고 있다.

양 의장은 메디포스트의 창업자이자 줄기세포 파이프라인의 핵심 역량의 한명으로 연구를 이끌었던 인물이다. 최대주주 자리를 넘기긴 했지만 최대한 보탬이 되겠다는 의지로 완전히 경영에서 손을 떼지 않고 이사회 의장이라는 주요 의사결정자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오 대표는 최대주주가 바뀐 이후 새로운 메디포스트를 이끌 적임자로 낙점되면서 첫번째 전문경영인으로 선임됐다. 현재 메디포스트의 단독 대표이사로 이끌고 있다. 그는 2년 내 흑자를 자신하면서 카티스템 등의 글로벌 임상과 상업화에 역량을 집중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양 의장과 오 대표는 모두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의학박사 출신으로 전문의 생활을 오래 역임한 인물이라는 공통점도 있다. 줄기세포라는 새로운 치료제가 임상 현장에서 활용될 수 있는 데 힘을 실어줄만한 평판과 전문성을 갖춘 인물로 평가됐다.

미국법인장인 이 전무도 뉴질랜드 오타고대학 생물학 석·박사를 마친 인물로 의과학 연구원 등의 생활을 했던 인물이라는 점에 전문성은 갖추고 있다. 다만 줄기세포 치료제 분야의 두 전문가가 한꺼번에 미국법인의 이사회에서 제외되면서 사실상 구심점 역할에서 배제된 데 대한 의구심은 제기될만 하다.

최대주주인 스카이레이크PE 측은 역할분담으로 봐달라는 입장이다. 오 대표는 한국사업을 진두지휘 하는 역할을 하고 미국법인은 법인장이자 글로벌 사업을 총괄하는 이 전무에게 맡기는 방식으로 역할을 나눴다는 얘기다. 양 의장이 경영에서 빠지는 수순으로 이해하라는 의미도 전달했다.

하지만 메디포스트의 주요 의사결정자는 미등기임원인 이 전무가 아닌 등기임원인 양 의장과 오 대표라는 점을 고려하면 미국법인에 사활을 거는 것 치고는 의아한 결단이다. 올해만 미국법인에 수백억원의 자금수혈을 한데다 앞으로도 상당한 재원을 배정해야 하는만큼 사내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 이사회에 앉는 게 통상의 의사결정이다. 현재 메디포스트 이사회는 사내이사로는 양 의장과 오 대표 단 둘 뿐이고 나머지는 사외이사와 기타비상무이사다.

스카이레이크PE 고위관계자는 "양윤선 의장은 기존에도 사실상 대외적인 역할만 해왔을 뿐 관련 파이프라인에 영향력을 행사하진 않았다"며 "모든 글로벌 사업은 이승진 전무가 해오고 있는만큼 분명한 역할 분담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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