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과 메디포스트가 체결한 총 4278억원 규모의 고효능 세포배양(MLSC) 유전자세포치료제(CGT) 플랫폼 라이선스 아웃(L/O) 계약이 무위로 돌아갔다. 첫 계약 당시 새로운 줄기세포 원천기술 발굴로 주목을 받았던 MLSC는 결과적으로 원하는 수준의 전임상 유효성 결과가 나오지 않았고, 최종적으로 계약 해지에 이르렀다.
메디포스트로선 MLSC 개발 후 상업화 이후까지 4000억원 이상의 마일스톤 수익 유입을 기대하고 있었다. 그러나 첫 계약 당시 지급받은 선급금 10억원 외엔 모든 것이 없던 일이 됐다. CGT가 업계에서 새롭게 떠오르는 키워드이긴 하나, 또 다른 파트너를 구하기까지 해당 플랫폼의 사업화는 답보 상태에 놓일 것으로 전망된다.
◇'LG화학의 CGT 파트너'로 주목받은 MLSC L/O, 상호 계약 해지
9일 업계에 따르면 메디포스트는 LG화학과의 MLSC 글로벌(일본·중국 제외) 판권을 반환받았다. 양사는 2020년 12월 해당 계약을 체결하고 전임상을 비롯한 R&D를 진행했다. 세부적으로 특정 유전자 삽입을 통한 CGT 개발을 위해 고효능 세포배양 플랫폼 MLSC 시드 셀(Seed cell)로 둔 R&D를 진행해 왔다.
메디포스트와 LG화학은 해당 계약이 회사 간 주요 전략자산에 해당한다고 판단해 계약 세부 내용 대부분을 기밀에 부쳤다. 공개된 내용에 따르면 총 계약금액은 4728억원과 별도 로열티로 구성됐으며 계약에 따른 업프론트(선급금)는 10억원이다. 더불어 LG화학이 개발하는 ‘라이선스제품’에 대한 공동개발 권리를 행사할 옵션도 붙였다.
메디포스트는 임상 또는 전임상 단계에서 기술이전을 성공시켜 기술이전 관련 수익을 노리는 사업 전략을 꾸려 왔다. 이후 계약상대방이 제품을 판매하면 로열티 수익을 추가 수령하는 형태로 수익성 극대화 작업을 꾸려왔다. 앞서 LG화학과의 계약도 이같은 사업 전략의 일환이었는데 이번에 기술이 반환되면서 결과적으로 없던 일이 됐다.
특히 양사는 계약 체결 전 약 2년 간 공동연구를 진행하며 줄기세포를 유전자와 결합한 원료 세포를 활용 가능성을 모색해 왔다. 이 과정에서 타깃 질환의 치료 효율을 높일 수 있다는 쪽으로 개발 방향(콘셉트)이 세워졌고 계약을 체결한 배경으로 꼽힌다. 당시 MLSC는 줄기세포 유전자 치료제 개발을 위한 새로운 원천 기술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4000억 딜 실익은 '10억'… 새 최대주주 카티스템에 주력, 개발 순번 밀릴 듯
총 계약금은 4300억원에 육박하지만 이 계약을 통해 메디포스트가 얻은 실익은 사실상 10억원에 그칠 전망이다. 개발 단계가 전임상에 해당했고, 기술을 이전받은 LG화학이 전임상에서 만족할 만한 유효성 데이터를 얻지못하자 곧바로 계약 해지를 선언한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메디포스트는 '1세대 바이오'이자 국내에선 몇 안 되는 상용화 제품을 출시하며 역량을 입증한 바이오텍이다. 다만 후속 물질 개발과 상업화에 난항을 겪으며 작년 국내 사모펀드 운용사인 스카이레이크에쿼티파트너스(이하 스카이레이크)·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이하 크레센도) 컨소시엄으로 최대주주가 변경됐다.
메디포스트의 최대주주에 오른 스카이레이크와 크레센도 측은 최근 12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의하면서 조달자금의 80% 이상을 줄기세포치료제 '카티스템'의 미국 임상 3상 진행을 위해 할애키로 했다. 이에 미뤄봤을 때 LG화학으로부터 기술반환을 받은 MLSC 플랫폼은 사실상 차치하거나 개발 순번에서 후위로 밀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LG화학 관계자는 "양사의 계약은 공동연구로 확보된 후보물질의 시험결과 LG 내부 기준에 스펙인(Spec in) 하지 못해 양사 협의하에 계약 중단했다"며 "이밖에 세부적인 사항은 현재로선 공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메디포스트 관계자는 "LG화학과 협업이 종료된 것은 맞지만 MLSC는 회사의 경영상 주요 영업 기밀에 해당하기 때문에 계약과 관련해 세부적으로 더 드릴 말씀이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