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개발은 '수지타산'에 능한 사모투자펀드운용사(PE)도 어쩔 수 없는 불가항력인 분야였다. PE로 주인이 바뀐 지 불과 1년밖에 안 된 메디포스트가 1200억원이라는 대규모 자금조달에 나섰다.
외부 투자유치가 아닌 '주주배정 유상증자'를 활용했다는 점도 눈에 띈다. 올들어 단 6개월만에 600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쓰면서 남은 돈이 500억원에 불과하기 때문에 조달은 불가피했다.
◇작년 6월 PE로 주인 바뀌며 1400억 조달, 신사업 외에도 추가 출혈 메디포스트가 공시한 2023년 상반기 보고서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은 약 570억원으로 추산된다. 현금이 225억원, 단기금융상품이 161억원이다. 나머지는 유동가능한 금융상품이다. 작년 말 1121억원 규모였던 점을 감안하면 대략 560억원가량 축소된 셈이다.
올해 반년간 쓴 지출 치고는 꽤 출혈이 크다. 작년 6월 최대주주가 바뀌면서 수혈한 자금이 1400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과 1년사이 절반 이상 소진된 셈이다. 작년 말 460억원은 캐나다 소재의 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옴니바이오를 인수하는 데 썼다. 신사업에 자금을 쓰고도 1121억원이 남았지만 추가 출혈이 있었던 셈이다.
주인이 바뀌기 전 메디포스트는 연간 현금성 자산이 대략 500억원 안팎이 유지됐다. 줄기세포 치료제 등의 개발 및 임상 등에 자금이 소요되는 걸 감안해 곳간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를 감안할 때 올해 반년간 560억원의 현금을 집행했다는 건 꽤 공격적인 투자였다고 보여진다. 투자활동 현금흐름이 110억원 순유입으로 나온 거 보니 현금성 자산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자산 매각 등에도 나섰던 것으로 보인다.
보유하고 있는 해외법인에 대한 대규모 출자 및 지분투자가 이뤄진 게 핵심이다. 올해 5월께 MEDIPOST AMERICA(이하 미국법인)에 466억원의 추가 출자가 이뤄졌다. 그리고 일본에 세운 조인트 벤처인 EVASTEM(에바스템)의 지분을 107억원 규모로 사들이기도 했다. 여기서 총 573억원의 현금이 빠져나간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법인에 대해선 자본잠식을 해소하기 위한 출자가 불가피 했다. 올해 상반기동안 총 89억원의 순손실을 냈다. 1분기 말 기준 자본잠식이었던 상태는 현재 출자로 해소된 상황이다.
에바스템의 경우엔 일본 제약바이오사인 빅스테라퓨틱스(VICX)와 2016년 세운 합작사다. 당시엔 각각 지분율이 50%로 대등했다. 그러나 작년 초부터 단계적으로 빅스로부터 지분을 취득했고 올들어서도 추가 지분 취득이 이뤄지면서 6월 말 지분 100%를 확보했다.
◇일본·미국 임상거점에 수혈, 후기임상에 '안간힘' 두건의 투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연골재생 치료제 카티스템이라는 신약개발의 전진기지라는 점이다. 우선 미국법인은 2011년 현지에 설립됐다. 당시 10억원을 출자해 지분 99.65%를 확보했다. 미국에서 진행 할 카티스템의 식품의약국(FDA) 임상시험 등을 수행하는 거점이다.
당시 카티스템은 임상 1상 및 2a상이 동시 진행되는 데 대한 FDA 승인을 받은 상태였다. 이후 발달성폐질환치료제 '뉴모스템'에 대한 임상 등도 추진하는 역할도 확보했다. 현재 미국법인은 카티스템과 뉴모스템의 특정지역에 대한 개발권, 실시권 미 독점판매권을 보유하고 있다. 특정지역은 미국, 캐나다, 영국 등 주요 북미 및 EU국가, 멕시코 등 중남미국가가 포함된다. 메디포스트는 미국법인으로부터 매출과 연동한 로얄티를 수령한다.
미국법인은 카티스템에 대한 미국 임상 3상을 준비하고 있다. 내년 하반기 FDA에 임상승인신청서(IND)를 내기 위한 준비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에바스템 역시 카티스템의 임상 거점이다. 작년 일본 임상 3상을 승인받았고 올 초 첫 환자투약과 함께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경증·중등증(K&L 2~3등급)의 무릎 골관절염 환자 총 130명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카티스템에 대한 대규모 자금집행을 수용하고 추가 수혈까지 진행하고 있다는 점은 PE의 행보 치고는 꽤 유의미한 행보다. 당초 메디포스트를 인수할 때 CDMO로의 체질개선을 예고한 바 있다는 점을 비춰봐도 그렇다. 당장 돈이 될 수 있는 사업으로 전환하면서 기업가치를 밸류업 시킬 것으로 점쳐졌다.
하지만 카티스템에 상당한 재원과 에너지를 쏟고 있는 건 PE 역시 바이오텍을 '수익'의 관점에서 인수하더라도 결국 '신약'이 아니면 안된다는 데 뜻을 모았기 때문이라고 해석된다. 증자도 신약은 돈을 쏟아 붓지 않고선 할 수 없는, 이해득실을 따지기 어렵다는 점을 인정한 행보로도 읽힌다.
메디포스트 관계자는 "미국법인과 에버스템은 각각 카티스템의 임상을 진행하는 미국과 일본의 거점"이라고 말했다.